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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인류의 최대의 미해결 문제

by 격암(강국진) 2009. 11. 7.

09.11.7

인류역사상 가장 큰 미해결 문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에너지 자원의 문제? 인구조절의 문제? 환경문제? 인류역사상 가장 큰 미해결문제는 가치와 기계의 분열문제다. 이 문제는 그 성격상 인류의 문명이 물질적으로 성장할수록 심각해 지는 문제인데 최근 몇세기동안 인류는 폭팔적 물질적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 아직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은 이문제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이 문제가 어느정도로 심각한가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이 문제는 물질적 발전이 빨랐던 유럽에서 먼저 심각해 졌다. 이문제가 역사의 뒤에서 프랑스혁명을 만들어 냈고 계몽주의에 반발하는 낭만주의 사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낭만주의 사조가 끝이난 19세기 말 유럽은 암울함에 젖엇다. 그리고 나서는 유럽에 무슨일이 있었는가? 20세기초의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잿더미로 변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같은 패턴은 반복된다. 유럽이 잿더미로 변하고 세계의 패권을 잡은 미국은 몇십년이 가지않아 196-70년대를 맞이한다. 바로 히피와 록큰롤의 시기이며 암살과 베트남 전쟁의 시기다. 

 

그럼 이 가치와 기계의 문제란 도대체 무엇인가. 물질문명의 발전은 기본적으로 지식의 축적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식의 소통과 축적이란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인과적인 논리적인 구조를 설정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남기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이것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인류는 기술을 축적하고 발전시켰고 축적된 지식과 기술이 늘어나면서 그 발전은 더더욱 빨라졌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는 논리적 구조하에 만들어진 수많은 단체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기계들이다. 기계는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본래 설정된 기능을 수행한다. 이 기계의 각부분은 실제로 기계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끼어든 인간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직업을 만들고 사람들을 교육시켜서 정해진 일을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해내도록 민들고 그 기능을 하지 못하면 교체해 버린다. 이 세상의 가장 거대한 기계는 국가이며 지금은 세계라는 규모로 기계가 만들어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끔찍하게 여긴다. 왜냐면 기계적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가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계적이란 비인간적인것,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계적인 사고에 반대되는 것은 예술적 사고. 휴머니즘적 사고다. 기계적 합리성에 따르면 백명의 사람의 목숨은 한명의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백명의 사람이 죽을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한사람의 목숨을 구하러 시도할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문제에 물론 익숙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문제의 광범위함이나 심각함을 잘모르고 있다. 그들은 대개 두개의 다른 사고 방식을 상황에 따라 적당히 적용해서 살아갈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사를 구분한다는 사고 방식이다. 우리는 시스템안에서 공적인 삶을 산다. 형제를 심판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한치의 차이도 없이 심장없는 로봇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작업시간 종료의 벨이 울리면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인간으로 행동하는 것이며 이렇게 행동하는 것에서 피할 방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사를 혼동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질적 성공이 강대해 질수록 현실사회가 복잡해져서 각 개인들이 거의 가상현실에 사는 것처럼 복잡한 세상을 살게 되면 우리가 가진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다른 사람, 다른 조직에 의존하는 것이 되고 만다. 조직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지고 평가된 정보에 의존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가 과연 공사를 구분할수 있을까?과연 공사를 구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더 구체적으로 미국은 911 이후에 아프칸을 침공했었어야 할까 그렇지 않을까. 이문제에 대한 공사를 구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20세기 들어오면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괴델의 정리등이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복잡해졌다. 가치를 파괴하는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이 그 근본에서부터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 졌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과 괴델정리등이 있으니까 새로운 수정방법이 있는 것일까? 그게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이것이 인류 최대의 미해결문제다.

 

일단 현재 상태의 과학이 충분히 발전했는가가 의문이다. 소위 통일장 이론은 이론 물리학의 꿈이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 통일장이론은 커녕 양자역학의 현실적 의미도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상태다. 즉 양자역학적 윤리학의 구축도 시대의 대세가 아니다. 

 

이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잠깐 뒤로 돌아가 보자. 여기 내 눈앞에 사과가 하나 있다고 하자. 먼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이 세상이 3차원이고 저 사과가 저기에 있다."라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 추상적 사고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두걸음을 움직이고 다시 사과를 본다. 그러면 사과의 조금 다른 쪽면을 볼것이다. 아까본 사과와 지금본 사과가 한가지 사과의 두가지 면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엄밀하게 말해서 우리는 알수가 없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이 사실은 우리마음속의 상상이란 것을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부정할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그게 그렇다고 받아들일때 이 세상은 잘 이해가 되고 정리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이라는 것, 즉 물건들이 여기저기에 있다는 그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가정이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추상적 이론의 일부다. 

 

이 추상적 이론이 절대 틀릴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세상을 그걸로 전부 이해할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 바로 뉴톤이래의 유럽의 사조였고 계몽주의였으며 아까말한 대로 이런 사고방식에 저항한것이 낭만주의였던 것이다. 현대의 기계문명에 저항하는 것이 히피운동이었다. 19세기 이전에 절대로 틀릴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을 수정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지극히 수학적인 것이다. 그리고 수학은 매우 추상적 도구다. 그래서 이 추상적사고가 일상생활에서 뭘 의미하는것인지 이 수정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알수가 없다. 우리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일상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알수도 없다. 

 

나는 대한민국의 서점이 정신분열증에 빠져있다고 말한적이 있다. 한쪽편에는 성공하는 법, 돈버는 법이 있고 또 한쪽편에는 귀농하여 느리게 살기. 자연에서 살기. 뭐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그 두가지를 적당히 섞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둘중의 하나에 빠져든다. 즉 성공을 무자비하게 추구하거나 반문명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서 원시인처럼 살자고 한다. 그러나 기억하라. 계몽주의도 낭만주의도 모두 실패했으며 이것을 그저 적당히 섞는다는 적당주의도 통하지 않으며 양쪽을 왔다갔다 한끝에 도달하는 것은 세기말적인 우울증이라는 것을. 

 

화이트헤드는 이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름의 형이상학을 고안했다. 동양적 사고가 이것에 대한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이 성불해야만 하는 시대다. 몇몇은 성불하고 나머지는 그냥둬도 되는 시대가 아니다. 엄청나게 거대해진 문명의 힘이 폭팔하면 어떻게 되는지 지난 세계대전에서 우리는 봤다. 인류는 30억명쯤 죽여없애는 전쟁이나 지구전체를 초토화 시키는 참상을 겪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니체가 말한 초인이 되던가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던가 그런 시대에 매우 가까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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