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26
중요한 공학 문제 중의 하나는 정해진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자료를 주고 어떤 환자의 몸상태에 대한 자료를 준다음 진단서를 기계가 만들어 낸다던지 손으로 쓴 글자나 누가 말한 것을 인식하는 문자인식, 음성인식같은 것은 다 이런 문제에 속한다.
이런 문제를 풀 때 우리는 보통 상식적으로 더 많은 증거 혹은 데이터가 있으면 추측은 언제나 더 정확히 행해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스무고개 같은 것을 생각해 보자. 정답이 고양이인 이 문제를 맞추는데 꼬리가 긴 동물이라는 정보만으로는 답을 맞추기 힘들지만 쥐를 잡기도 한다라는 정보가 더있으면 답을 맞출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그렇다면 모든 정보는 이렇게 긍정적인 기능만 하는 것일까. 정보를 가지게 됨으로 해서 오히려 추측이 더 나빠지는 경우는 없을까. 그런 경우도 있다.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어느 상쾌한 봄날이 기대대되는 새벽 3시에 당신은 순이와 철수가 사는 옆집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발견한다. 새벽3시에 철수는 깨어있는 법이 없으므로 아마도 그것은 순이의 목소리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목소리는 여자특유의 높은 톤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신은 그것이 거의 순이의 목소리일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 당신은 그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는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언제나 철수 였다. 당신은 순이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당신은 이제 이것은 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덕분에 이젠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정보가 그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상황이다. 즉 우리는 보다 많은 정보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줄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더 알았기 때문에 그게 누구인지 더더욱 알 수 없게 된것이다. 순이가 노래를 부를 확율이 전혀 없다면 답은 철수가 된다. 그러나 하필 매우 매우 드물게 순이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그 순간이라면 이제 그 노래한다는 보기 드문 사실에 대한 정보 때문에 우리의 추측은 모두 엉망이 되고 만다.
이런 예는 우리가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특히 신문 방송같은 언론의 말을 들을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위의 예에서는 우리가 직접 그 미지의 인물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세계, 바다 너머의 나라나 저기 멀리 떨어진 지방의 이야기에서 우리 도시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마치 스무고개를 하듯이 그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듣는다. 그리고 그게 어떤 상황인지를 추측해야 한다.
지금의 정부는 욕해야 마땅한가. 지지해 줘야 하는가, 지금 주가가 올라갈까 아닐까. 부동산 거품은 꺼지는가 아닌가. 우리는 정보를 끌어모으고 그에 대한 판단을 하고 싶어한다. 대개의 경우 우리가 개인적으로 의도해서 끌어모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언론의 보도란 아주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다. 문제는 우리는 과연 그것들을 가지고 추측을 더 잘하게 되는가 아니면 추측을 더 못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퍼뜨린다. 그리고 종종 그 정보는 100% 거짓말이거나 진실이지만 매우 불공평하게 선택된 것이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이미 산 사람들은 그 주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주가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 회사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중에서 주가를 올릴 것만 같은 정보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정보는 설사 진실이더라도 순이가 노래를 부르는 상황처럼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예외적인 사실이다. 그런 정보를 알게 됨으로 해서 추측은 급격히 나빠진다.
언론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자료만을 편향되게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즉 그들이 지금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하고 싶으면 그런 말을 하기위한 자료를 뽑고 그런 말을 할 것같은 사람을 만난다. 교육문제에 있어서 학부형이 문제라고 말하고 싶으면 괴상한 학부형에 대한 자료를 뽑는다. 문제는 역시 선생님이라고 하고 싶으면 또 괴상한 선생들에 대한 자료를 뽑고 그것을 퍼뜨린다. 이 자료는 모두 사실이지만 선택된 사실이다.
사람들은 또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의 구성조각들이 서로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상관없이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노무현은 이명박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중앙일보가 그 당선을 발표할 때는 그 표현이 달랐다. 노무현에 대해서는 그가 과반의 지지도 얻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이명박이 당선되었을때는 과반에 가까운 국민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렇게 상황에 대한 묘사는 숫자와 상관없이 바뀐다.
세상에는 많은 성공담을 실은 책들이 있다. 그런 성공담은 실제로 한 개인이 겪은 사실들을 나열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정보를 통해서 성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조심스러운 해석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책들은 그 개인에 대한 모든 사실을 싣지 않으며 그 개인이 스스로 나의 성공비결은 이것이라고 생각해서 묘사한 부분만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성공담'을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서 크게 부자가 되었는데 그 복권을 사러가는 날 그는 마침 늘 신던 검정양말대신 빨강양말을 신었다. 복권에 당첨된 그에게 사람들이 성공을 묻자 그는 말하는 것이다. 빨강양말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자기도 빨강양말을 신고 복권을 사러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설사 양말의 색깔이 복권당첨과 관련이 있다는 신비한 법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뻔한 논리적 결함을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빨강 양말을 신고 복권에 당첨된 사람보다 빨강양말을 신었지만 복권에서 떨어진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서점에 가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여러가지의 성공의 비결을 말하고 있다. 화술이 중요하다. 일에 미쳐라. 아침에 미친듯이 웃어라. 옷을 잘입는 사람이 성공한다. 크게 도전하면 성공한다. 나는 하버드를 나왔기에 성공했다. 나는 하루에 5시간씩 걸었다. 목록은 끝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질문을 할수가 있다. 과연 우리는 더 많은 성공담을 접함으로서 성공의 비결을 배우게 될까? 더 많은 경험과 정보는 언제나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해줄까?
네거티브 정보란 우리 사회의 엄청나게 많은 일에 관련된 일이다. 예를 들어 모든 상거래는 상품의 가치에 대한 추측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여기 여행상품이 있다고 하자. 제주도에 2박3일로 다녀오고 똑같은 호텔에 숙박하고 비행기 일정도 똑같은 여행상품을 두개의 서로 다른 여행사에서 팔고 있다. 만약 가격이 다르다면 소비자는 싼 쪽을 택할 것이다. 그러니까 여행사들은 여러가지 조금씩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끼워넣어 상품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차이를 강조하고 고객에게 자신들의 상품이 값어치가 크다는 것을 선전하려고 한다.
전화회사들도 수박장사들도 모든 종류의 상품을 파는 사람들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광고회사에서 주는 정보를 최소한으로 보고 회사나 가게와 이익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평가에 보다 귀를 기울인다. 광고를 너무 많이 보다보면 그 광고에 나오는 사실들이 모두 진짜라도 가치의 평가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현대에서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거꾸로 그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 직업이 되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려면 한 가지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는 믿을수 없는 정보의 원천이 되는 곳에서 나오는 말은 최대한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이 거짓이라서가 아니다. 그 말이 진실인경우에도 그 진실은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우리는 거짓에 속는것보다 훨씬 더 자주 선택된 진실에 속는다. 이때문에 신문을 읽으며 읽을수록 세상일에 무지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원칙만으로는 세상을 살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원칙도 지키지 못한다. 사람들은 꼭 쓸데없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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