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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국가란 무엇인가

진보의 윤리적 무능

by 격암(강국진) 2009. 11. 2.

2009.11.2

머릿말

 

오늘은 진보의 윤리적 무능이라는 문제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세력은 윤리적으로 혼돈되어 있고 윤리적으로 무능합니다. 이것은 왜 개혁이 안되는가 혹은 왜 보수 한나라당이 아직도 집권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는 한가지 방식입니다. 즉 그것들은 윤리적으로 진보세력이 무능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상식을 넘어서는것 같은 이 말이 무슨 뜻인가. 도덕성 빼면 시체라는 진보가 윤리적으로 무능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제부터 그것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옳다는게 뭔지를 생각해 보기위해 미국의 사법제도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미국을 지키는 것은 사법시스템이라고 할정도로 미국에서 법은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법원의 결정에 순응하고 있으며 법의 권위는 우리나라보다 더 대단합니다. 당연히 세계 최고수준의 많은 지식인들이 옳은 판결을 내리게 하기 위해 기성 사법시스템의 비판도 행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배심원제도를 둡니다. 다시 말해 최고로 존경받는 판사내지 가장 똑똑하고 양심적인 사람이 판결을 내리는게 아니라 일반인들의 집단인 배심원들이 무엇이 얼마나 틀린 건지를 판단합니다. 배심원제도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 시스템은 오랜기간 지켜져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가치판단에 대한 기계적 기준을 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상식이 뭔지 기계적으로 정의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똑똑하고 존경할만한 사람도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판결내는 것보다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옳고 그르고, 가치있고 없고를 논하는게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진실은 하나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진보

 

한국의 진보세력이 어떠한가. 한국의 진보세력은 흔히 결백증이 있다고 말해집니다. 착한 사람병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종종 누가 틀렸다. 잘못했다라고 할 때는 말이 빠르지만 실제로 일을 처리하면 하나도 진도를 내지 못한다고 말해집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십보백보라고 해서 소매치기나 살인범이나 다 똑같다는 겁니다. 노무현이나 전두환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 사람 많습니다. 정치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고 노무현 정부시절이나 전두환 정부시절이나 부패사범 나오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규모나 정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흑백으로 너도 썩었고 너도 썩었다가 됩니다. 한나라당의 잣대는 너무 여유로워서 문제지만 한국의 개혁세력, 진보의 잣대는 상당부분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분법입니다.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여기에 시비를 걸면 정말 칼이라도 들것처럼 매몰찹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사업을 하거나 실제로 일을 좀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보면 대개 바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박스속에서 생각한다고 하죠. 너무 고지식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짜맞춰지지 않으면 실제로 뭔가를 해내는 경우는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죠.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현대에서 해석한 과거, 고의적으로 선택한 사실들의 조합이라고. 고지식한 사람들에게 역사를 기록하라고 하면 아무 가치판단이 없이 모든 사실을 다 씁니다. 그러면 하루에 일어난걸 기록하는것만도 무한대로 시간이 가니까 결국 역사는 전혀 못쓰는 것이죠.

 

윤리적 힘, 가치판단의 힘

 

윤리라고 하면 보통 착하고 나쁜 사람을 가르는 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윤리는 가치판단에 대한 것이며 따라서 취사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모든것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한 오늘날 빠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기계적으로 주어진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바보나 진짜 기계가 하면 됩니다. 윤리적 힘이라는 것, 가치판단의 힘이라는 것은 그래서 착하게 사는가 아닌가가 아닙니다. 문제는 하느냐 마느냐하는 결정의 순간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릴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결단만 빨리내린다고 잘한다고 할 수도 없고 우물쭈물 결단내리는 것은 하나도 없는 사람은 중요한 일을 못합니다.

 

요새 대통령을 CEO와 비교많이 하는데 대통령이 내려야 할 판단중 어려운 것은 대개 전부다 가치판단이 애매한 것입니다. 법을 잘지키고 세금 잘내고 길거리에서 침뱉지 말고 뭐 그런 초등학생도 아는 가치판단이아닙니다. 문제는 이걸해낼수 있는 능력이 한국의 진보세력에게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 무단횡단하나 안하나, 세금내나 안내나, 위장전입하나 안하나 따지는 거 말고 복잡한 상황에서 그들은 윤리적 판단을 내릴수 있으며 그 판단이 국민이 납득하는 판단과 같은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한국 진보의 윤리는 무엇인가?

 

한국 진보세력의 윤리는 무엇입니까? 그건 결코 우리 전통의 유교적 윤리학과 가치판단이 아닙니다. 그들은 대개 전통적 질서에 반감이 있습니다. 그건 억압의 역사이며 나라망하게 한 질서이며 등등. 게다가 우리나라에 기독교세력이 크게 번져있으니 그것도 한몫할겁니다. 전통과 기독교는 서로 교집합이 작으니까요.

 

그럼 뭐죠? 윤리적인 사람임을 자랑하는 우리의 진보세력은 도대체 뭘 근거로 해서 윤리적일까요? 그 윤리학의 뿌리, 철학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건 주로 유럽철학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도 아니고 유럽입니다. 그런데 그걸 누가 수입했으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번역책읽고 주로 한국에 앉아서 수입했거나 유럽에 유학다녀오고 받아들였습니다.그들은 19세기까지의 철학자들의 윤리의식을 어설프게 알고 있거나 20세기 현대철학자들의 윤리학을 아주 어수선하게 수입합니다. 오늘날 그들이 했건 다른 학자들이 했건 한국 대중에까지 도달한 서양의 윤리학이란 매우 기초적인 것뿐입니다. 그런걸로 충분치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기초없이 신장개업한 음식집같은 거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들뢰즈의 철학이 꽤 인기가 있었는데 그에 관련한 논쟁을 보다보면 들뢰즈의 철학이 뭔가는 둘째치고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수입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과연 한국에 도움이 되기는 되는건지 회의가 듭니다. 그냥 탁상공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 철학에서 실천적 행동방침을 얻고 가치판단에 도움을 받아야 할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냥 우리 민족에게 전해내려오는 상식적 윤리이상의 것을 과연 들뢰즈를 통해 어떻게 사람들은 제시했을까요? 없습니다. 그런거. 적어도 대중이 잘 이해한 그런게 없습니다. 10년쯤 들뢰즈 연구했다는 사람도 알쏭달쏭한 이야기만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들뢰즈가 아닙니다. 누구 다른 사람이라도 좋습니다. 그걸로 충분하냐는 겁니다.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뭐가 되는가. 바로 유럽에 대한 윤리적 식민지화입니다. 즉 유럽해서 하면 그게 옳다는 증거가 되는 겁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프랑스에서 하면 그게 옳은 것입니다. 독일에서 하면 그게 옳은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윤리적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보적인 인사중에도 동서고금의 철학에 모두 능통한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심지어 그분들조차도 일관된 윤리학을 짜낸 분이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그분들의 윤리적 감각이 우리나라의 진보의 가치판단의 주류인가. 이게 문제라는 겁니다. 자기 판단이 없으니 결국은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윤리학은 장난이 아니다.

 

사람들은 윤리란 뻔한 것으로 아는 착각을 범하는데 그 이유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가치판단에 대한 전투가 벌어진 후에 그 결과를 일반 국민들에게 당연한것처럼 교육하니까 그렇습니다. 유명한 학자인 황희가 사단칠정이라는 어찌보면 사소한 문제가지고 오랜 세월동안 싸움을 벌이는 이유가 윤리적 결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며 예법을 가지고 싸우는 것을 코메디처럼 생각합니다만 그것도 윤리적 결과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세상의 서구적 철학이 모두죽고 바뀌는 날에는 유럽이 거대한 입자가속기 건설을 한것을 두고 피라미드같은 종교적 건축물로 볼지도 모릅니다. 입자물리학은 돈벌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우주에 대한 이해가 가치가 있다는 가치판단에 따라하는것이며 그 판단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굶어죽는거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린것입니다.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사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판단이 힘든 곳에는 갈 자신도 없는 것입니다. 결혼할때 예물을 주는 것은 얼마나줘야 할까요. 이런 문제에 대한 진보적 결론은 무엇입니까. 아이들을 키울때 체벌은 나쁜가요? 서양사람이 그러더라는 거 빼고 잘 생각해 봅시다. 이혼은 어느정도 돼야 하는건가요.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어느정도 해야 하나요. 투자의 중복을 막기위해 국책사업을 조정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부 안전빵으로 돈을 펑펑쓰면 어딘가 다른곳에서 부족하게 됩니다. 그럼 뭔가 기발하고 강력한 방법이 아니면 안되죠. 부유세를 엄청나게 걷는다던가 하는거 같은 거말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걸로 될까요? 윤리적으로 그들은 균형이 잡혀있을까요?

 

맺는말

 

독재시대에 윤리학은 가치판단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대에는 너무 당연한 윤리적 주장을 하는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죄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말라는 기본적 인권같은 것에 대한 주장이 시대적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복잡한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에는 참으로 큰 공백과 허술함과 혼동이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진보의 윤리학이 일반인들의 윤리학과 다를때 대다수의 의지와 다르게 가치판단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요? 진보가 페미니즘을 설명하고 서구의 윤리학을 제대로 수입하고 설득력있게 전파하고 있는것일까요? 인터넷에서 진보의 윤리학이 존경받고 있습니까? 그게 뭔지 아는 사람이나 많이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못하고 있을때 도대체 진보를 찍어달라는 것은 뭘 말하는 걸까요? 우리는 도둑질 안해요 같은 당연한 주장을 펼치는 겁니까? 아니면 우리는 그냥 사람이 달라요? 정체성도 윤리학도 철학도 없지만 그냥달라요?  간단한 누구나 아는 상식적 윤리만 지켜도 우리나라는 좋아질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이명박을 뽑은 지난 대선때 국민은 의사를 확실히 했습니다. 전과범이라도 일이라도 잘하면 좋겠다고. 문제는 일도못하고 전과도 있는 사람을 뽑은 것이지만 그문제는 논외입니다. 진보가 뜨지 못하는건 윤리적으로 무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한나라당은 뻔한 윤리도 지키지 않는다고 욕합니다. 그말은 옳습니다. 한나라당은 욕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뻔한 진실을 그들은 동시에 속이고 있습니다.

 

가치판단이 진짜로 중요해지는 애매한 문제들, 즉 윤리학이 진짜로 중요해지는 문제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당연히 외국을 그냥 따라야 하는 것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뻔뻔하게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면 진보는 애매한 말들로 사람들의 윤리적 근거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애매하고 복잡한 진보주의자들의 윤리에 대한 말들은 대개 부분적으로 인용되어 이기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주로 쓰입니다. 보통 식민지라고 하면 물질적 지배, 정치적 지배를 생각합니다만 윤리적 판단에 있어서의 종속도 무섭습니다. 어쩌면 더욱 무섭습니다.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중에는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외국의 권위에만 목매다는 사람이 아주 많은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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