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낮은 도시는 어디일까? 소외받았다던 광주일까? 아니다. 대구다. 부산도 그리 순위가 높지 않다. 이쯤 되면 오랜동안 경상도 사람들이 몰표를 주어 무소불위를 자랑했다던 한나라당의 권력의 의미가 의아해 질것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경상도에 여러가지를 해줘왔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행복한 경상도를 만들지는 못한 것같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부자를 만들지 못한다. 박정희가 한국을 부자나라 만들어 준게 아니다. 한국이 이정도 수준에 온것은 한국의 문화에 그럴수 있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신적 문화적 기반은 실은 상당부분 반한나라당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한나라당의 행적이 반 문화적 반 정신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대구지역처럼 한나라당을 맹종했다면 우리나라는 해방이후의 가난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간 몇번 4대강 사업의 분명한 비합리성을 지적한 나로서는 가슴 아픈 기사다. 그런데 이 사업은 사실 경상도 살리기 사업이라는 말도 있다. 사업의 상당부분이 경상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상도 지역에 돈을 살포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렇기 때문에 경상도 지역주민중에는 이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도 꽤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모름지기 대구를 봐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한나라당의 절대 지지도시인 대구가 발전하던가? 하회마을의 수몰 가능성을 포함해서 이번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의 여러가지 역사와 자연이 파괴되고 그들은 대신에 청계천 같은 곳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몇몇 지역 사람들은 그것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그들의 고향이 파괴되어 사람이 살지 못할 곳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같다.
현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런 식이다. 청계천 보수공사하듯이 강을 인공화하고나면 그 주변에 각종 거주지와 유락시설을 들여놓을수 있고 그러면 땅값올라가고 지역발전하고 그렇게 된다는 식이다. 새만금이 썩어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지역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거대화, 탈 역사화, 자연파괴는 심지어 자본주의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방은 서울이 될수 없다. 적어도 서울이 망하지 않는한 그렇다. 왜냐면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 서울같은 대도시가 몇개씩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고 해도 지금 있는 대전 서울, 부산 등지의 대도시면 거의 전국이 꽉차는 식이다. 서울이 확대되어 수원이 실질적으로 서울의 일부나 다름없듯이 대전과 부산이 확대된다면 대한민국에 그 이상의 도시화는 있어도 안되고 있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한국은 아주 작은 나라다.
그러고 나면 지금의 서울근교의 지방이 그렇듯이 사람들은 자연과 문화와 역사로 돈을 벌것이다. 부자나라가 된 한국에서 압도적 다수는 서비스업으로 먹고 산다. 도시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과수원가서 과일을 따고 펜션에 가서 냇물가에 발을 담그고 산으로 산행으로 하거나 트랙킹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그럴 거라는 것이다. 토속 음식을 먹고 토속적 문화를 즐기는 일에 돈을 쓸거라는 것이다. 경쟁력은 얼마나 서울 같은 가가 아니라 얼마나 도시와 다른가 얼마나 전통적 정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도 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전라도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그랬기 때문이 아니라 발전이 늦다보니 저절로 자연이 보존된 경향이 있다. 이 자연이 정말 얼마안가서 그 지역의 경쟁력이 될것이다. 부수지 않고 내버려둔 냇가의 낡은 다리나 오래된 나루터나 정자나 원두막이 이 지역의 경쟁력이 될것이다.
그럼 경상도는 뭐가 되는가. 본래 거기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잘살게 되기 힘들것이다. 그들은 도시로 가서 성공하기에는 자본도 지식도 없다. 그런데 자신들이 적응한 고향을 파괴하는 것은 내버려둔다. 강이 거대한 어항으로 변하고 나면 거기 딸린 역사도 사라지고 만다. 그러면 그땅은 어딘가에 있는 유원지의 복제품이 되고 만다. 단순 복제라면 뭐하러 거기에 가서 돈을 쓰겠는가. 돈을 쓴다고 해도 거기에 본래 살던 사람들에게 쓸까? 그들은 도시의 빈민층이 되고싶어하는 것일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 한국의 산하를 모두 뒤집어 엎어서 중국식 차이나 타운을 만들고 인도네시아식 유럽식 일본식 유원지를 만든다고 해보자. 아주 멋지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든다고 해보자. 여기서 질문이 있다. 그런 나라에서 한국인들이 왜 필요할까?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인이 필요할것이고 일본식 유원지에는 일본인이 필요할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이 경쟁우위에 서는 이유는 한국에는 한국문화가 있고 한국인들이 한국문화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경상도에는 경상도의 문화와 역사가 있다. 경상도 사람들이 비교우위에 서는 것은 대부분 이것이다. 경상도 지역민들중에 삼성이나 현대에 취직하여 기술자가 되거나 거대한 자본으로 투자하여 먹고사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결국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가진 비교우위가 뭐가 있는가. 경상도의 보통사람이 가지는 비교우위란 그들이 경상도 사람이라는 것뿐이다.
경상도에서 경상도의 문화적 지역적 특색을 지워서 국적불명의 지역으로 만들때 그들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이 되버린다. 자본도 기술도 없다. 그런데도 경상도의 보통 사람들이 경상도 지역을 더많이 아무 특색없는 도시지역으로 만드는데 앞장선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그저 도시의 빈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당수 사람들은 비싸진 생활비로 쫒겨나서 전국을 헤매는 유민처럼 될것이다. 나로서는 이렇게 밖에 생각이 안된다.
나는 전에 4대강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중 근본적 이유중의 하나가 한나라당이 반문화적이라서 라고 쓴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들은 뭔가가 크게 결여되어 있다. 그들이 하는 거대한 개발이라면 뭐든지 나는 반대한다. 그들은 뭐든지 크게 망칠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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