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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단상

by 격암(강국진) 2009. 12. 9.
언제나 그런 나라였지만 우리나라는 시끄럽게 살고 있다. 광화문에 거대한 스키점프대가 설치되어 찬반으로 시끄럽고 4대강 공사로 시끄러우며 한명숙 전총리에 대한 수사내지 소문으로 시끄럽다. 난 이명박 정부가 싫다. 한나라당이 싫다. 많은 것이 잘못되어 있으며 그런 사안 하나 하나에 나가서 싸우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이명박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큰 질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국회다수당이며 이명박은 대선에서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들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우리는 큰 질문과 부딛힌다. 그럼 그같은 큰 차이를 왜 국민들은 알아보지 못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대선후보가 결정되기전에는 한나라당이 이길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명박이 후보가 된 이후에는 설마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수 있을거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이회창이 병역비리로 낙마한 과거를 보라. 이명박은 비리나 공인으로서 안좋은 과거가 너무 많아서 대통령이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비리를 비리로 돌려막더니 당선이 되었다. 비리가 너무 많이 터져서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더니 토론회도 제대로 안하고 그냥 당선이 된다. 어이가 없었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크게 다르다. 사실 지자제하의 시장들은 어찌보면 이기적일때는 이기적으로 다른 지역에 돌아갈것을 빼앗아 오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서울시에 가져올수 있는 것은 경기도에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런 자리인가? 누군가에게서 빼앗아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고 이래도 되는 자리인가? 경상도 퍼주기를 하거나 부유층 퍼주기를 하거나 그래도 되는 자리인가? 서울시장도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안되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 서울시장은 그의 폭주를 제어할 더 큰 권력이 있지만 대통령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에서 온갖 비리가 나오면 사람들이 평상시보다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명박을 선택했다. 나는 그당시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대한 민국 국민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중대한 증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계속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비판의 뒤에는 숙제가 남는다. 그러나 야당이나 반이명박 정부적 인사들 시민단체들, 시민들은 그 숙제에는 눈을 돌린다.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형편없다면 왜 국민은 그들을 선택했는가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내버려 두면 손쉬운 해결책과 함께 썩어간다. 그것이 인터넷에 떠돌던 국개론이다. 국민이 개라는 말의 약자인 국개론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이라는 집단에게 정권을 주는 국민들을 비하하고 한탄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왜냐면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검고 어두운 절대적 암흑이라고 말하면 말할수록 그들을 지지한 국민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오로지 국민들이 어리석고 한심하고 욕망에 찬 바보라서 그렇다고 밖에 설명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장기간 유지한다면 어떤 행동으로 개혁을 지지해도 그 개혁은 필연코 실패한다. 그 개혁론자는 아마 주사파였다가 뉴라이트지지자가 되는 사람들이 간 길을 걷기 쉽다. 인간과 국민에게 실망하고 이제는 막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남들도 그런데 라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한국에는 여러가지 사람들이 있다. 어리석고 한심하고 잘못된 상식을 가진 사람은 미국에 그렇고 영국에 그렇고 일본에 그렇듯이 한국에도 있다. 그러나 나는 한국국민들이 특별히 어리석고 한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능력부족인 것은 바로 야당세력, 진보세력이다. 즉 그 한심하고 부패하고 파렴치하다는 이명박정부나 한나라당과 비교했을때 그들에게 반대하는 세력도 거의 그게 그거라는 이야기다. 그들은 물론 다르다. 그러나 개혁의 비전을 설명할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다. 군사독재하에서 기본적 인권이 말살되던 때 그에 저항하는 단순한 진실이 통할때야 그들의 지식과 두뇌가 먹히지만 정밀 컴퓨터같은 복잡한 한국 사회를 개혁할 설계도도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것같다. 적어도 그런 사람이 개혁세력의 주도세력에서 두드러져 보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을 지지하긴 한다. 이명박정부의 터무니 없음과 그들을 동일시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건 내 이야기고 나와는 다른 입장의 수많은 한국국민이 나와 다른 판단을 한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는다. 실제로 어느정도는 그들이 옳다. 당장 굶어죽을 것같은 사람에게 죽사발은 주지 않고 집고치고 길을 내자고 하는 사람은 선의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도 좋은 사람이라고 할수가 없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며 지지하지만 양극화 현상의 심화,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한 것은 분명 사실이다. 게다가 나는 참여정부때 한국의 IT산업이 초토화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하면 삼성과 엘지가 떠오르고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이 생각날 정도의 나라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고 세계를 선도하던 한국이 참여정부 내내 조금의 발전도 없었다. 단순화 시켜 말하면 이것은 삼성출신의 진대제를 장관으로 삼아 대기업들이 토론하고 자기들끼리 의견을 내면 한국 IT산업이 잘 이끌어져 나갈것이라고 생각한 순진함의 참혹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들은 실제로 담합하고 서비스발전을 올스톱시켰다. 우리는 이제 다른 나라에서 몇년전에 나온 아이폰을 뒤늦게 출시하고 신기해하고 기뻐하는 판국이다. 다른 나라들보다 5년이상앞서있다며 미국과 일본, 유럽을 비웃던게 7-8년전이었는데 말이다. 

노무현의 당선은 분명 한국인의 큰 업적이며 노무현은 많은 잘못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이명박정권의 출현을 만들어 냈다. 이는 노무현의 한계인 동시에 진보세력의 한계다. 진보세력은 노무현과 연합하여 국민들에게 현실성있는 개혁정권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진보세력중의 반노무현파들은 이것이 노무현의 독선때문이라고 할테지만 과연 그렇기만할까. 야당이나 진보세력중 반 노무현 세력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독선이 없고 합리적인 대안이 있었다는 말인가. 

민주당은 노무현대통령을 탄핵하고 민노당은 한나라당과 손잡고 정부 욕하기에만 몰두해서 과연 그들이 생산적인 면에서 뭘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열린우리당의 한계는 그렇다고 쳐도 과연 민주당이 노무현 없이 참여정부만한 정부라도 만들어낼수 있었을까? 김대중 정권말기 국민들은 민주당에서 절망만을 보았다. 민노당의 주장이 국민에게 안먹히는게 정말 조중동같은 신문들이 악선전을 해서만 그럴까? 비판이야 그렇다고 쳐도 그들이 내놓는 대안이 무엇인가? 그들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거대노조들은 일반국민들에게 지지받고 있는가? 그들의 사고방식, 그들의 대안이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사실에 대해 반성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내가보기엔 그래도 한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은 참여정부쪽 인사들이다. 유시민같은 사람이 참여정부의 한계에 대해 반성하면 민주당이나 민노당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우리는 훨씬 훌룡하다며 그들이 못났다고 금방 화색을 보이는데 사실 보기 민망하다.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권 10년에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일은 -이것도 고의가 아니라 능력의 부족이었겠고 인력의 부족이었겠지만- 이땅의 미래비전을 설계하고 이끌 문화그룹도 두뇌그룹도 그들의 토대가 되어줄 물적토대도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성장같은 것을 이끌어낼수 있었다면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모든 대학들은 자신들이 중립인것처럼 굴고 있으나 그들은 돈과 인맥과 무엇보다 학교재단의 영향하에 있다. 그걸 다 장악한 것이 어디인가. 한나라당이다. 김대중 문학이 있는가? 노무현 문학이 있는가? 다시 묻지만 도대체 개혁이 뭔가? 상식이 개혁이라는 한마디로 모든게 설명되나?

한국은 이제 누군가를 복제해서 성장하기에는 너무 커졌다. 이제는 독자적 주체적 사고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을 흉내내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물론 세세한 작은 일에서 개선하고 옳은 일을 주장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러가지 일들에서 임기응변식으로 올바른 가치를 선택하는 일을 해내야 할것이다. 그러나 작은 일들에게서 하나하나의 작은 개혁과 혁명을 이루면 큰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사기다. 문화운동이건 사상운동이건 정치운동이건 저절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촛불시위도 기반에는 인터넷의 보급이 있었고 참여정부도 노무현이란 핵심이 있었기에 탄생되었던 것이다. 생활과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사고, 그 사고의 결실이 없는한 한국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매우 느린 성장만을 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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