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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우울한 한국방문

by 격암(강국진) 2010. 1. 22.

2010.1.22

한국을 방문해서 부모님과 밀양지역을 여행다녀왔습니다. 밀양의 공기나 아름다웠던 저수지, 재미있었던 찜질황토방 민박집은 기억에 남지만 동시에 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행동안에 어머니로 부터 이런 저런 친인척들의 일을 전해 듣거나 각종 식당이며 온천의 서비스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꽤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내가 들은 것은 전체적으로 말해서 사람들의 무신경함과 원칙없음이 느껴지는 소식들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사람들이 좋다 나쁘다, 선하다 악하다라는 구분과 기준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 시대입니다. 즉 누가 누구를 가슴아파게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악하냐 선하냐를 따지는 것이 대개의 경우 별로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선한 의도를 가졌지만 상대방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사람은 한국에 -뭐 바깥세상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친척어른의 사업이야기를 봅시다. 개인정보이므로 지금부터는 다 가명으로 하겠습니다. 한 젊은 친척, 갑돌이가 나이가 70대인 친척 갑순이에게 요양원을 하면 무조건 대박이 나는 사업이라고 바람을 넣습니다. 나이가 들었지만 자식들에게 사업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은 갑순은 그걸믿고 제대로 계산도 없이 사업에 뛰어듭니다. 운영자금이 얼마나 들것인지, 환자들은 어떻게 구해올것인지는 대충 계산하고 동네에 새로운 요양원들이 생길거라던가 지역사회와 마찰이 생겨서 돈이 들어갈것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방에서 돈을 빌립니다. 

 

사업은 본괘도에 오르기전부터 탈선합니다. 건물 개축공사를 둘러싸고 갑돌이는 자신이 소개시켜주었지만 다른 업자보다 더 비싼값을 부르는 업자에게 공사를 맡기지 않은 것에 화를 내고 사업의 상담역자리를 관둬버리고 관계를 끊어버립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나 커미션을 받기로 했던 것같습니다. 이제 사업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돈을 빌리고 사람들을 고용한 갑순이는 무력하게 혼자 남습니다. 뒤늦게 시장조사를 좀더 해보니 경쟁이 심해져서 쉬운 사업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갑돌이의 이야기는 거의 사기꾼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표면적으로는 친척어른을 돕는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 위험부담은 갑순이가 전부지게 해놓고 자기가 돈을 벌 기회로만 본 것입니다. 알고보니 이 사람이 부추켜서 요양원을 시작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군데나 더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초짜인 갑순이를 내버려두면 사업이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하여 길거리에 나앉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지 않고 일단 시작한 일에서 손을 끊어버립니다. 

 

갑순이는 친척, 안면이 있는 사람 뭐 이런 관계를 너무 믿습니다. 사업에 있어서 치밀한 계산도 없이 도와주는 사람의 평판이나 사업의 시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더구나 자신이 사업에 성공했을 때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어떤 상황이 되는가는 생각지 않고 사방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합니다. 갑순이가 망하면 갑순이와의 인간관계때문에 돈을 밀어넣은 사람들도 큰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는 갑순이도 마찬가지 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인간관계를 타고, 엉성함을 타고, 불분명한 이익배당이며 책임과 권한의 규정을 타고 비극은 전파됩니다. 한국에 아주 흔한 부동산 투자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것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빚내서 아파트사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1억씩 버는 사람도 3억쯤을 저축해서 모으려면 일년에 5천만원씩 저금해도 6년이 걸립니다. 1억씩 버는 사람은 대개 씀씀이가 커서 1년에 5천만원씩 저금도 못하지만 말입니다. 대개는 빚을 내고 아파트를 삽니다. 한국에서 빚이란 내면 낼수록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있습니다. 저리로 빚을 낼 수 있으면 무조건 빚을 내서 뭐라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투입니다. 대개 그 뭐라도는 부동산 취득이 됩니다. 물론 이런 무시무시한 관행을 따라 비극과 한탄은 만들어 집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생각만하고 실패는 귀담아 듣지 않으며 더구나 앞으로는 전과 다를 것이라는 생각따위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지방 화장실에 가니까 정말 화장지가 없는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화장지를 가져다 놓지 못하는 이유는 화장지를 통째로 들고 가는 공공의식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가져다 놓아도 의미가 없는 것이죠. 온천에 가니까 남탕은 수건을 공짜로 얼마든지 쓰지만 여탕은 돈을 내고 대여를 해야 한답니다. 이게 왜그러냐고 하니까 여자들은 수건을 어찌나 많이 가져가는지 감당을 할 수가 없어서 그렇답니다. 그래서 당연히 공짜로 써야 할것을 돈내고 쓰고 있습니다. 

 

온천의 서비스에는 8천원짜리 목욕이 있고 3만원가까이 하는 약초탕서비스라는게 있는데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직원이 약초탕이 뭐에 좋은지도 잘모르고 약초탕이란 서비스가 도대체 뭔지를 제대로 설명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직원과 대화하면서 나는 귀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것 같았습니다. "목욕이나 하면 되지 약초탕은 바보아니면 그 비싼 돈 주고 아무도 안들어갑니다." 서비스업소에서 자신들의 서비스가 도대체 뭔지, 왜 그 가격인지를 손님에게 전혀 설명도 못하면서 가격표를 죽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여행중에 일본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다가 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만원버스에서 식칼을 전부 손에 들고 살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찌를 의도가 없어도 그런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기 쉽겠죠. 더구나 의도를 가지고 찌르는 나쁜놈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구분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매사를 대충대충 니것내것 안가리고, 자신의 직업의식따위는 없는 사람들이 가득하면 제대로 줄서는 사람이 바보되고 제대로 돈내는 사람이 바보가 됩니다. 누구는 말잘하면 7만원짜리가 3만원이 되고 누구는 그냥 가격대로 내야 한다면 돈내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이죠. 누구는 친척들에게 성의를 다하고 의무를 다하는데 누구는 엉망으로 하면서도 몇가지 재담과 인간관계의 친화성으로 그걸 전부 변명하고 남는다면 비극은 싹트는 것이죠. 뻔뻔한 사기꾼들만 활개치는 세상말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그런 세상에 굳게 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마치 도박이나 투기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살던대로 살겠다면서 그렇게 엉성하게 살고 그리고 끊없이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세상에 끼어드는것 자체가 지옥에 발을 담그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 입니다. 이것은 아름다운 풍광도 지워주지 못한 생각이었습니다. 우울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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