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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가난한 한국 사람들.

by 격암(강국진) 2010. 1. 25.
내가 아는 중국친구는 자신의 부모님이 몇달마다 한번씩 수백만원짜리 비싼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그리 가난한 집안은 아니지만 그런 음식이라면 한국에서는 재벌가가 아니면 먹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의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은 한국인보다 훨씬 강하다. 이따금씩이라도 아주 맛있는 것을 먹는 사치를 누리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얼마나 일반적이며 중국인들의 문화관습이 얼마나 옳고 권장한 만한 것인가에 상관없이 우리는 맛있는 것을 먹는 사치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한 노부부를 볼때 과연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그것보다 바람직하게 사는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도 않고 그걸 기부한다던가 여행에 쓴다던가 그걸 저축하여 절약하는 삶을 사는 것이 옳다는 주장 모두에 나는 반대하지 않으며 옳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의 삶이 너무 가난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해방이후 한국이 부유해졌다고만 생각한다. 우리는 더 비싼 옷을 입고 더 비싼 집에 살고 더 비싼 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문화적으로는 오히려 훨씬 가난해진 면이 없지 않나 나는 생각한다. 

한국도 봄철에 꽃구경을 하는 때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예 그걸 명절처럼 하나미라고 해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벌인다.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 않냐고 할지 모르나 이름을 붙이고 명절화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정월 대보름달이 과학적으로 다른 보름달과 뭐가 다르겠는가. 그때가 되면 부럼을 먹고 달구경을 하는 관습을 지키니까 달라지는 것이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이제 거의 한복을 입지 않는 다. 이제 명절에도 한복을 입지 않고 한복없는 사람이 한국에 대다수다. 나는 민족적 우월성이나 충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뭔가 다른 옷을 입고 평상시와는 다른 분위기를 즐기는 즐거움이 늘어난게 아니라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사방이 막힌 집에서 티브이를 보면서 마시는 술이나 달이 뜬 밤에 정자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나 술은 술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같을까?

우리는 전통의 명절을 많이 잃어버린 대신에 리조트에 가서 서양식의 휴가를 보내고 서양식의 옷을 더 화려하게 입고 피자나 커피나 멕시코 음식이나 스시 같은 더 많은 음식들을 이것저것 먹는다. 이런 것은 문화가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고리타분하게 우리것만 즐겨야 한다는 말인가 하고 말하지 모른다. 

외국의 것보다 반드시 우리것이 더 훌룡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은 실상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면 거기에는 전통이 없고 흉내만 있을 뿐이며 소비만 있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알아들을 사람이 많지 않다고 나는 느낀다. 그것은 슬픈일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난한 것을 모른다. 형식을 갖춘 문화는 무형식의 자유만이 존재하는 난잡한 소비문화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것이다. 무한한 소비와 흉내를 추구하는 문화는 많은 돈이 들고 그만큼 우리의 노동력이 아니면 누군가의 땀을 빼앗아 가며 쉽사리 질린다. 

문화전통이란 애초에 대단한 것이 아닌것을 수많은 선조들이 갈고 다듬어 만들어 낸 형식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고급 자동차 같은 것이다. 그걸 버리고 껍데기만 화려한 리어카에 타고 시끄럽게 굴면서 그게 좋다고한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많이 허무해 지자고 한다. 

나는 해외여행이나 리조트 여행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도 그런걸 좋아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지난달 당신은 뭘하며 살았는가를 생각해 보자. 뒤를 돌아보았더니 기억나는 것이라곤 티브이를 본것과 일한 것이외엔 아무 것도 없다면 조짐이 좋지 못한 것이다. 가족들끼리 게임이라도 한적이 있는가? 동네를 여유있게 산책하면서 평범한 꽃과 나무를 보고 즐긴 한가한 마음을 가져본적이 있는가? 나는 일말고 좋아하는 것이 뭔가. 그것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정약용은 아들에게 주는 편지에서 선비가 닭을 기르는 법은 보통사람이 닭을 기르는 법과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보통 사람은 그냥 닭을 기르고 먹을 뿐이지만 선비는 닭을 관찰하여 책을 쓰거나 닭에 대한 글을 모아서 문집을 만들거나 한다. 만약 그가 피자를 먹는 것에 대해 논한다면 선비는 피자에 대한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들거나 피자만들기의 기술들을 모아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한다고 했을 것이다. 

나는 오늘날의 한국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가난하다고 말했는데 그 뜻이 분명해졌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많은 것을 소비하고 뭔가를 먹으면서 다른 것을 생각한다. 돈을 벌때는 돈버느라 바쁘고 돈을 쓸때는 쓰느라 바쁘다. 거기에는 의미있는 것, 은근한 즐거움이 적다. 죽도록 일하고 돈이 좀 생기면 술이나 마시고 미친듯이 써버리는 사람이 몇달에 한번 호사스런 음식을 먹는 것을 삶의 낙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비웃을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과 대화를 해보면 아이들이 참으로 가난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진정으로 부유한 아이들은 부모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많고 지역과 친인척의 행사에 참여하여 즐거움을 느낀 경험이 많다. 가난한 아이들은 대량생산된 오락물과 패스트푸드로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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