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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펌] 아파트 공화국 (세일러)

by 격암(강국진) 2010. 2. 2.

아파트 공화국 1


안녕하세요?

 

원래 말씀드렸던 것보다 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 글은 우리 나라의 아파트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입니다.

 

저는 아래의 책을 읽지 않고는 한국의 아파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가 쓴 이 책은어떤 사태의 본질을 외부자가 더 객관적으로 꿰뚫어 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한국인인 우리들은 물고기가 물을 느끼지 못하듯이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리학자가 왜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연구한 것일까요?

 

그것은 한국특히 수도 서울의 아파트 문화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93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줄레조 교수는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규모에 놀라고 또 아파트가 중산층의 주거로 환영받고 있다는 경악할 만한 사실을 발견합니다거기다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라니그녀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주제로 한국의 아파트를 선택합니다.

 

그녀는 프랑스의 동료학자들에게 자신의 연구 대상인 한국 수도 서울의 아파트가 빈민계층의 주거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습니다파리의 아파트는 바로 그런 곳이니까요.

 

2005년 파리에서 일어난 과격한 소요사태가 외신을 타고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차량과 건물이 불타고 경찰관들이 부상을 당했던 그 소요사태가 일어난 지역이 파리의 아파트 밀집지역입니다그리고 그 곳은 주로 이민자를 위시한 빈민계층의 주거지이고 경찰관들도 들어가기를 꺼리는 곳입니다미국의 할렘가와 유사합니다.

 

구미의 경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이처럼 전세계를 놓고 보면 우리 한국인들이 아파트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매우 특이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그리고 그 인식은 막연한 짐작과 추측에 근거한 것일 뿐객관적인 근거를 결여한 것입니다.

 

줄레조 교수는 맨 먼저도대체 왜 수도 서울에 이토록 많은 아파트가 필요한가 질문합니다이에 대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그것도 모르냐한국은 땅덩이는 좁고 인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고층아파트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당연한 것을 묻는 어리석은 이방인 취급을 합니다.

 

이에 대해 줄레조 교수는 서울에서 단독주택 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 오히려 인구밀도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제시합니다같은 땅 면적에 거주할 수 있는 사람수가 줄어듭니다즉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의 직관과는 정반대되는 사실인데아파트가 고층이라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많이 높아지는 것 같지만층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동간 간격도 더 넓게 잡아야 하므로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그다지 높아지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당연하게 여기고 한번도 의문을 품어보지 않았던 전제가 일거에 무너졌으니까요.

 

최근 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결과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이 부분이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아래 기사에서는 아파트를 대형 평형 위주로 짓기 때문이라고 원인분석을 했지만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고 토지이용의 효율성 자체가 그다지 높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뉴타운사업으로 주택  절반으로 축소"

 


아파트를 대형 평형 위주로 지었기 때문에 세대수가 줄어든 것인가는 추론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짓고 나서 세대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니 각 아파트를 절반으로 쪼개어 소형평수 아파트로 바꾸어도 세대수는 뉴타운 재개발 이전과 동일할 뿐이라는 얘기입니다즉 세대수는 늘어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뉴타운 재개발 이전 상태는 단층 주택도 많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못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만약 재개발 사업을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 3층 높이 정도의 타운하우스 형태로 짓는다고만 가정해도 고층 아파트보다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오히려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아파트 뉴타운 사업은사실은 주택수를 줄이는 사업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들이 아파트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인상은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좁은 국토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면그럼 왜 계속해서 지어져 온 것일까요?

 

그것은 가장 기본적으로는,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가 대자본 건설사의 건축사업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정도의 건축사업은 속성상 소규모 자본 건설사의 영역이지대자본 건설사가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눈에 보이는 경제성장 내지 발전의 상징으로 제시하기에 적합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몽골의 아파트를 보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몽골 대초원에 놓인 아파트는 생경하기만 합니다땅덩이는 좁고 인구는 많으니 필연적인 주거형태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그런대도 몽골에서도 아파트가 지어집니다.

 

중국과 몽골중앙아시아에서 한국식 아파트가 지어지는 데에는 우리 나라의 책임이 큽니다권위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형태인 정희 모델은 이들 각국 정부에게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중국에서 박정희 정부의 경제성장 모델을 관심깊게 연구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고몽골에서도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 모델에 관심이 많습니다그 결과 나타난 것이 몽골 대초원의 아파트입니다.

 

아파트가 권위주의 정권과 대자본 건설사의 이해관계에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처럼 대량으로 보급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수요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기 이전에는 분양가가 주변시세에 비해 아주 저렴했습니다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되기만 하면 바로 이 됐습니다또한 정부의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분양권이라는 로또에 당첨된 아파트 입주민은 순식간에 체제의 찬양자가 되었습니다그들은 체제의 수혜자인 셈이고아파트에 당첨되는 순간 스스로를 중간계층으로 올라섰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로또 대박을 바라는 수요가 구름처럼 몰려들게 되었고 아파트 입주민들은 체제의 찬양자가 되어 아파트 지역 = 정권의 지지기반이 되었습니다아파트를 지어 대량으로 공급하는 만큼 체제의 굳건한 지지세력이 대량 생산되는 구도가 된 것입니다이 구도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정권과 대자본 건설사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구도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정권과 대자본 건설사 입장에서 해피한(?) 구도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앞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부동산 중심 경제성장 전략을 구사하게 되면국가정책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손쉬워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전략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습니다빈부격차를 야기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은 언제나 적정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고 과도한 상승(거품)으로 이어지고 맙니다결국 그 거품이 터졌을 경우 국가경제에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그 외에도 수도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30년짜리 시한폭탄을 우리에게 안긴 것입니다.

 


현재 아파트 재건축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 강남 대치동의 은마 아파트입니다. 14층 짜리 아파트인데그 재건축이 사업성이 적어서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돈이 된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계기가 잠실 주공아파트의 재건축이었습니다. 5층 짜리 잠실주공아파트를 평균 25층 정도로 재건축을 하니 ''이 됐겠지요하지만 은마아파트처럼 14층짜리만 되도 사업성이 적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향후 20, 25층짜리 아파트의 재건축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당장 입에 단 곶감을 먹기에 바빠서 시한폭탄을 애써 모르는 체 덮어두고 있다고 봅니다터지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미래세대에게 떠넘기기만 하면 그만일까요?

 

작년 말에 잠실에 새로 입주한 재건축 단지에 지인이 살고 계셔서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신평면으로 새로 지은 아파트인지라 실내구조는 이전 아파트와 비교할 것이 아닙니다문제는 용적률입니다용적률 275%에 19~33 높이로 지어진 아파트

 

아파트 단지 안에 서면 대번에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들이 인간을 위압하는 형세입니다. 90년대 이후에 새로 짓거나 재건축이 이루어진 아파트단지들의 평균 층수는 20층이 넘습니다그 단지들에 들어가 보면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인간들도 잘 자라지 못합니다.

 

이 과도한 용적률이 문제가 되어 최근 몇 년간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용적률에 제한을 가했던 것입니다.

 

현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재건축 규제완화라며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완화했습니다용적률을 제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용적률 300%짜리 아파트가 대량으로 들어서면 그 곳이 강남3구이건 어디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90년대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사용연한이 다하고 재건축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는 상상이 잘 되지를 않습니다.

 

줄레조 교수는 책의 끝을 다음과 같은 말로 맺습니다.

 

대단지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관리와 유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필연적으로 그 비용을 더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이는 도시 형태의 견고함을 취약하게 만들어 프랑스에서처럼 쇠락의 길로 접어들거나한국에서처럼 일상화된 재개발의 결과를 낳는다주택이 유행상품처럼 취급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이지만결론적으로 말해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라는 저자의 진단에 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해답을 잘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 25층 짜리 아파트를 재건축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리모델링을 한다?

 

자산가치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집주인들이 동의할까요특히 대단지의 집주인 모두가 한꺼번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투자가치가 높다 하여 선호하고 있습니다시한폭탄이 터지고 나면 아파트가 대단지라는 사실이 재앙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리모델링 추진사례를 보면 대단지 아파트 안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자산가치의 상승이 불분명하거나불가능함이 명백할 경우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낡은 상태로 그냥 계속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가 낡아갈수록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관리비가 급증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줄레조 교수는 책에서 실제 조사한 사례를 제시합니다.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관리비가 급증하니 부녀회에서는 관리사무소에 비용 절감을 요구합니다관리사무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경비인력을 줄입니다요즘 아파트 단지는 예전에 비해 경비원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그 대신 CCTV를 설치하고출입구를 암호를 입력하는 자동개폐문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과연 이런 상태의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사용연한이 거의 찬 낡은 아파트에서도 다들 잘 버티고 있습니다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생활의 불편과 관리비 부담을 보상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이 기대감이 사라졌을 때 어떻게 될까요?

 

제 생각엔 슬럼화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욱 컸고이에 대한 원인 분석들이 여러 가지 나왔습니다그 중 눈에 띄는 의견 하나가이들 신도시의 아파트들이 이제 낡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신도시에 가보면 도시 전체가 낡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신도시는 서울에 비해서도 아파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도시 전체가 아파트로 이루어진 아파트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앞으로 노후화가 더 진행되어 재건축 연한이 찼는데도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봅니다.

 

어떤 단지는 어렵사리 재건축을 이루어낼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도시 전체가 아파트인데 바로 옆 단지도 시기를 맞추어 재건축이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바로 옆 단지가 슬럼화된다면 내 단지를 재건축 한들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슬럼화까지 되지는 않더라도 제 때에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못해도시전체가 낡은 느낌 정도가 아니라 우중충한 인상을 주기 시작하면 그 자산가치가 유지되길 기대하긴 어렵습니다인간은 매우 섬세한 존재입니다그 느낌이 인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아파트 공화국 2


우리는 100, 2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내린 선택과 행동에 대해 평가하곤 합니다똑같이 100, 200년 뒤의 우리 후손들은 지금 우리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평가할 것입니다.

 

저는 이미 손가락질 당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피할 수 없는 부작용을 어떻게 가급적 줄여나갈 것인가가 남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그나마 욕을 덜 먹을 수 있도록그래도 뒤늦게나마 깨닫고 부작용을 줄여보려고 노력했다는 말은 들을 수 있도록

 

이 문제의 해결은 100년 뒤, 300년 뒤, 500년 뒤에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 대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10아무리 늦어도 30년 내에는 슬럼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어쩌면 이번 경제위기그리고 우리 나라만의 세대간 불균형 문제와 맞물려 더 빨리 올지도 모릅니다.

 

우리 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는 현재 47~55세입니다이들의 은퇴시기가 곧 닥쳐옵니다빠른 경우는 이미 은퇴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는 800만명 정도로 이들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8%입니다이렇게 하면 실감이 잘 안납니다.

 

이 세대가 초등학생이던 19651968년 초등학교의 학급당 인원 통계를 보면 65명입니다이를1960(57.4), 1978(53)과 비교해보면 이 세대가 앞뒤 세대보다 인구비중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대가 현재 47~55세로 지난 수년간 인생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보냈고 자산시장에서 왕성한 구매력을 보였습니다지난 수년간의 자산시장의 상승은 이들의 구매력에 기반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거꾸로 보면 이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를 맞아 이들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후속 매수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의 흐름를 예측하는 지표 중에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세대는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40대와 50대입니다이 40대와 50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질수록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자산 시장은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반대로 이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일본과 미국.유럽의 경우를 보면이 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일본의 경우는 1990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2006년으로 자산시장의 붕괴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2015년을 전후로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총인구의 감소는2018(통계청)부터지만자산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4,50대 인구 비중의 감소는 이보다 더 빠른 것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기와 4,50대 인구 비중의 감소가 시기적으로 겹쳐서 일어납니다이렇게 보면 단순하게 인구 구성 측면에서만 봐도 우리 나라 자산시장에서 후속 매수주체가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떠나서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이 땅의 기성세대(어느 연령대까지가 기성세대인지 모호한 개념입니다만)들은 다음의 책을 꼭 읽어봐야 합니다.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 저)

 

저자는 지금 이 땅의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이름 붙였습니다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장이라곤 비정규직 밖에 없는데, 20대가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 임금을 계산해보면 한 달에 88만원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 이 땅의 88만원세대들은 세대 전체가 많이 아픕니다사회적으로문화적으로정신적으로심지어 신체적으로까지 세대 전체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이런 시기에 결혼해야겠냐?"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가 아프게 되면나라 전체가 건강할 수 없습니다.

 

경제란 모든 것이 맞물려야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입니다나는 자산이 넉넉하니 남들은 가난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우리 세대는 넉넉하니 다음 세대는 어찌돼든 알 바 아니다는 식으로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은 현재의 88만원 세대들에 비해 많은 자산을 축적해놓았습니다아마 대부분 부동산 형태로 축적해놓았을 것입니다자산이란 제대로 매각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지금 4,50대 연령대가 은퇴기를 맞아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자 할 때그 뒤를 잇는 후속세대들이 아파트를 비싼 가격에 사줄 수 있을까요?

 

구매력이 부족한 다음 세대는 당장 기성세대의 안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4,50대들도 경제위기로 많이 힘드실 것입니다하지만 88만원세대들은 더 힘든 정도를 넘어 세대 전체가 심각하게 아픈 상태입니다힘들더라도 기성세대들이 다음 세대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이번의 세계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와 4,50대 인구비중이 줄어드는 2015년을 앞두고 버블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했던 것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선두인 1955년생은 올해 55세로 빠른 경우는 이미 은퇴를 시작할 것입니다올해부터 해가 갈수록 인구 구성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이번 세계 경제위기가 겹친 것입니다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파를 맞이한 것입니다.


아파트 공화국 3


아파트가 대한민국 중산층의 최고 관심사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아파트에 관한 제 글과 관련해서 댓글을 통하여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비교하는 많은 글들을 올려주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직도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관한 선입견 내지 통념이 강한 듯 합니다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아파트의 대안으로 꼭 단독주택 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두고자 합니다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개발 사업을 벌인다면 단독주택과 3층짜리 타운하우스, 5층 정도의 연립주택모두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을스카이라인과 동선을 고려하여 배치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일단 아파트와 가장 대비되는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이니 단독주택 위주로 비교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건초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참고했습니다건초님은 아파트를 옹호하기 보다는 단독주택의 논리를 철저하게 검토해보자고 종합해서 올려주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ㅇ 아파트의 편리성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편리하다는 생각이 강합니다제가 보기에 이 생각이 형성된 것은 초기 아파트 입주붐이 불던 시절그러니까 1980년대 초반에 형성된 것으로 봅니다.

 

당시 단독주택에서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이에 비해 아파트는 중앙난방이 공급되었고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 물이 콸콸 나왔습니다거기에 더해 깔끔한 입식부엌당시 열악했던 단독주택 상황과 대비가 되어 가정주부들의 찬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저는 예전에 다세대주택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다세대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는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도시가스가 들어오는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이 아파트와 뭐가 다를까요?

 

가스보일러로 난방 잘되고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 물 잘 나오는 것 동일합니다예전의 단독주택들은 허술하게 날림으로 지은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 단독주택들은 건축자재단열처리 등이 훌륭합니다아파트에 비해 춥다는 것도 예전 경험의 소산이라고 봅니다.

 

 

ㅇ 아파트의 환금성

 

아파트의 장점으로 환금성이 얘기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는 환금성이 얘기되는 자체가 이미 한국에서 아파트는 폰지 게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폰지 게임투기의 기본적 특징 중 하나가 후발주자가 더 비싼 가격에 내 물건을 사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매입하는 것입니다.

 

아파트는 표준화 되어 있기 때문에 거래가 편리하고 환금성이 좋다고 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붕어빵 틀에 찍어내듯 대량생산된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것에 대해 끔찍하다고 말합니다집단수용소나 군대 막사가 아닌 바에야 어떻게 그렇게 인간의 개성을 말살하는 끔찍한 주거형태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저는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이 더 맞다고 봅니다.

사람의 삶의 터전인 주택이 표준화되어 있고 주식처럼 사고파는 투자상품이 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봅니다.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개성이 강한 것이지요삶의 터전인 주택은 그 터전의 주인을 반영하여 개성을 갖는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

 

주택은 환금성이 적은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주택이 환금성이 높은 거래상픔으로 여겨지고 있지 않습니다지금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고 있다는 미국영국스페인이 모두 그렇지 않고부동산 버블 붕괴로 유명한 일본에서 조차 주택이 환금성 높은 거래상품으로까지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게 되면 일본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에서 주택(아파트)이 환금성 높은 투자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상당한 버블이 끼어있다는 증거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생물학의학에서는 종 내에 다양한 변종들이 존재할 때 종 전체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나중에 아파트 단지의 슬럼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아파트에 대해 탈출 러시가 빚어진다면,

아파트가 표준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일대 재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아파트 내가 인테리어 새로 했고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를 잘했는데

우리 단지는 공동으로 유지보수비를 많이 투자해서 관리를 잘해왔는데

라는 항변이 시장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입니다.

 

이에 비해 단독주택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개성이 강하므로 감가상각에도 잘 견디어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담쟁이가 벽을 덮고 있는 낡은 단독주택이 까페로 리모델링되는 경우들을 봅니다낡은 창틀은 알루미늄 섀시로 교체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운치를 높여주는 존재가 됩니다주택이 낡아서 감가상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색창연함이 오히려 가치를 더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도 주택도 표준화되어 있는 것보다 개성이 강한 것이 가치가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단독주택은 마당에 심어져 있는 나무 한 그루가 그 집만의 가치를 더합니다.

 

감가상각 기간수명문제도 그렇습니다건초님께서 콘크리트의 공학적 수명이 65년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최고 오래된 목조건물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입니다.

 

경북 안동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은 늦게 잡아도 1368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 무량수전은 역시 늦게 잡아도 1376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이 두 목조건물은 600년이 넘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것입니다흔히 콘크리트가 자연재료에 비해 엄청 강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한 것입니다.

 

 

ㅇ 아파트의 안전성

 

많은 분들이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는 듯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생각해볼 여지가 많이 있다고 봅니다.

 

객관적인 통계를 비교해보고 싶은데 자료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또 통계수치를 비교하려면 비교대상 선정이 중요합니다난개발 상태이고 방범활동이 허술한 곳과 아파트 단지를 비교하면 대상 선정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지요.

 

일산의 정발산을 배산으로 하고 자리잡은 단독주택 단지(마을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김대중 전대통령의 거처가 이 곳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치는 않습니다)가 있는데이 곳과 아파트 단지의 범죄 발생률을 비교해볼 수 있다면 좋을 듯 합니다.

 

이 마을을 선정한 이유는 우리 나라 단독주택 단지 중에서 그나마 제대로 개발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단독주택 단지의 특징은 담이 없습니다이 글 뒤에 설명드리겠지만 담이 없는 것이 범죄발생률을 낮춥니다.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고정관념도 80년대 초에 형성된 것이라고 봅니다그 뒤로 아파트의 안전성은 많이 떨어졌다고 봅니다저는 여기서도 우리들이 느끼는 체감의 지체현상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좀 오래된 아파트를 보면 건물 입구마다 경비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처음 아파트를 짓고 입주했을 때는 입구마다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 수를 줄였고 그 때문에 여러 동을 한 사람의 경비원이 지킵니다그 대신 CCTV를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자동출입문을 설치해놓았습니다.

과연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작년 3월경에 9 뉴스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모 아파트 엘리터이터 안에서 초등학생을 마구 때리고 성폭행하려 했던 범행장면입니다그 뒤 더 충격적인 장면이 보도되었는데이 범행이 있기 직전에 범인은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근처의 여러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를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CCTV에 잡힌 그 장면이 보도되었고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CCTV와 자동출입문은 전혀 주민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지 못합니다중국집 배달부도 비밀번호를 알고 있고모를 경우 주민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다 따라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나는 범죄도 많습니다.

 

아파트 현관의 우유투입구를 통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절도사건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범인들이 우유투입구를 통해 기구를 집어넣고 문을 여는 동안에도 아무 꺼리낄 것이 없는 것이 아파트의 구조입니다.

 

제가 보기에 매우 우려스러운 범죄형태가 있었습니다그것은 빈 아파트임을 확인하고 아파트 층간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부녀자가 혼자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따라 들어가서 범행을 저지르는 형태입니다이 범죄형태는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문만 걸어잠그고 있으면 사방이 막혀있어서 안전하다는 생각도 강한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집안에 사람이 있고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한 범죄가 발생할 확률은 무척 낮습니다이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범죄의 대부분은 빈집 절도이거나 아니면 검침원 등을 가장하여 집주인 스스로 문을 열게 만들거나집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을 노리거나 하는 경우라고 생각됩니다이 경우 주변에서 지켜보는 눈이 없는 아파트가 더 위험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제가 보기에 계단식 아파트보다는 복도식 아파트가 범죄 발생률이 압도적으로 적을 것입니다우유투입구를 통해 문을 열었던 절도범의 경우 복도식 아파트에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주변에 보는 눈이 있거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반면 누구나 자산가치가 더 높다고 선호하는 계단식 아파트의 경우 범죄를 막아줄 주변의 지켜보는 눈이 없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미국에 있는 외삼촌 댁을 다녀오시고 들려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미국의 단독주택들은 담이 없고 길에서 집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외숙모에게 물었답니다미국에는 흉악한 범죄가 많다고 하는데 이렇게 집에 담장도 없고 해서 방비가 되겠느냐고요.

 

이에 대해 외숙모는,

담장이 없는 것이 더 안전하다주변에서 지켜보는 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담장을 둘러쳐서 침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주변에서 지켜보기 쉽게 담장을 없애고 최대한 주변 시선에 집을 노출시킴으로써 범인들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저는 이 방식이 범죄를 막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앞서 소개해드린 정발산 마을이 이런 사고방식을 도입하여 담이 없는 마을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경찰들이 대낮에도 출입하기를 꺼리는 곳이 아파트입니다아파트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한 것일 수 있습니다특히 앞으로 슬럼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줄레조 교수는 흥미있는 지적을 합니다서울시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안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자기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인 서울의 시민들이 안전노이로제에 걸린 듯이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합니다.

 

우리 모두의 통념과 달리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맞습니다전세계에서 젊은 여자 혼자 밤길을 걸을 수 있는 대도시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안전노이로제에 걸려있는 것인지 곰곰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80년대초에 형성된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봅니다그리고 이 고정관념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은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울이 평균적으로 매우 안전한 도시라서 범죄발생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객관적인 통계치가 없지만 사실상 단독주택보다 범죄발생률이 더 높은데도 전체 평균 자체가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느낌이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당장 선택의 문제로 가면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은 저도 인정합니다일산의 정발산 마을 정도되는 단독주택 단지는 거의 없습니다이런 주택단지들이 그동안 많이 개발되었다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지금도 존재하겠지요.

 

과거 단독주택 단지였던 곳들도 모두 허물고 다세대주택들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아파트로 재미(?)를 보기 시작하면서 부터는단독주택 지역은 trigger-happy한 상태로 주거환경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야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면도로 거주자 우선 주차제공용주차장 설치지역주민센터 활성화 등이 시작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될 때 민간의 영리사업으로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하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단독주택과 3층짜리 타운하우스, 5층 정도의 연립주택모두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 배치된그리고 지하주차장도 설치된 복합 단지 형태로 개발되어지기를 희망해봅니다아파트 만이 선택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참고로 타운하우스의 town은 영영사전을 찾아보면,

 

a place with many houses, shops/stores, etc. where people live and work. It is larger than a village but smaller than a city

 

라고 나옵니다.

 

이에 대한 적절한 우리말 번역을 생각해보면 읍내’, ‘도회지’, ‘시가지’ 정도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구에서 타운하우스는 전혀 전원주택이 아니고 웰빙을 추구하는 주거형태도 아닙니다그러려면 단독주택 형태가 되어야지 옆집과 벽을 공유할 이유가 없지요.

실제로 서구의 타운하우스들은 모두 시가지 내에 지어지는 것입니다시가지 내에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짓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타운하우스가 웰빙을 추구하는 주거형태고급스런 주거형태로 포지셔닝되고 있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입니다.


아파트 공화국 4


제가 앞선 글에서 향후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게 될 거라고 말씀드리면서인구통계를 언급했었는데요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주신 글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보충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선 글에서는경제의 흐름를 예측하는 지표 중에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견해가 있다고 말씀드렸고,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세대는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40대와 50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40대와 50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자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되고반대로 이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4,50대 인구 비중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점 한 가지는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피크를 치고 한참 지난 뒤가 아니라 피크를 친 시점 직후부터 자산시장에 급격한 하락이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일본과 미국.유럽의 경우를 보면이 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피크를 이룬 시점이,일본의 경우는 1990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2006년으로 자산시장이 피크를 이루고 붕괴를 시작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2015년을 전후로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피크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구통계학 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은 2015년까지는 상승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직후부터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상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부동산 가격 예측은그 동안 부동산 가격의 대세 상승 지속을 주장하는 논리 중의 한 가지로 얘기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구통계학 측면에서만 보면 저도 2015년까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봅니다여타 다른 변수의 변화가 없었다면 그렇지요.

하지만 LTV, DTI 규제가 도입되었고보유세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상승하지 못했을 것으로 봅니다(물론 이번에 규제들이 완화되고 있긴 하지요.). 거기다 이번에 경제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상승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 나라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현재 47~55)의 은퇴 시작이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에 대해 인구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1971년생이므로 베이비 붐 세대 기준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연령별 인구수를 그래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2005년의 통계청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71년생이 가장 인구수가 많긴 하지만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1년생을 중심으로 한 2차 세대간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이로 인해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를 맞아 이들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후속 매수기반이 취약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이번의 경제위기와 인구통계학적 위기 요인이 맞물린다는 점입니다.

 

이번의 경제위기가 대략 3년 정도 지속된다고 보면그 이후에 바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은퇴기와 40, 50대 인구의 감소기로 연결됩니다부동산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데후속 매수세는 받쳐주지 못하게 되는 사태를 맞게 될 수 있습니다이렇게 본다면 경제위기가 3년 정도로 수습된다고 해도 한국 부동산 시장은 90년대의 일본처럼 L자형 장기침체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객관적인 인구의 문제를 넘어 ‘88만원세대라고 하는 세대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으로 토지이용의 효율성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자 합니다여전히 많은 분들이 고층아파트로 지었을 때도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긍하기 어려우신 듯 합니다.

 

관련기사"뉴타운사업으로 주택  절반으로 축소"

 

앞 글에서도 소개해드렸던 이 신문기사를 보면 뉴타운 사업 결과 주택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면서 그 원인을 대형 평수로 지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과연 그럴까요?

 

실제 뉴타운 아파트의 사례를 직접 들여다보겠습니다신문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가재울뉴타운 아파트 중 아이파크 아파트의 세대수를 살펴보았습니다(출처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분양면적 기준으로 14평에서 43평까지 362가구입니다이렇게 지었을 때 가구수가 재개발 사업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그렇다면 이 아파트들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여 가구수를 2배로 늘린다면 재개발 이전과 가구수가 같아질 것입니다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단독이나 다세대주택은 전용면적으로 따지므로 아파트의 전용면적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을 했을 경우 표에 보시는 것처럼 전용면적 4.9평에서 17.3평짜리로 지어야 재개발 이전과 비교하여 가구수가 줄어들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전용면적 4.9 ~ 17.3평이란 전혀 대형평형도 아니고 재개발 이전 가구들의 전용면적과 비교해도 더 열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고층아파트로 개발할 때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별로 높아지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재개발 이전 주거단지는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극히 낮은 상태였다는 점입니다현재까지 진행된 초기 재개발 사업들은 모두 사업성이 높은 곳즉 저밀도 주거지역들(1층짜리 단독주택들이 많은 곳)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이 저밀도 주거지역들을 2~3층짜리 단독주택과 3층 정도의 타운하우스, 5층 정도의 연립주택이 어우러지는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면 고층아파트보다 얼마든지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파트의 대안으로 단독주택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서울과 같은 대도시라면 일정비율로 공동주택 거주가 맞습니다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50%가 넘습니다하지만 그 나라들에 우리 같은 고층 아파트들 없습니다공동주택 = 고층 아파트가 전혀 아닙니다즉 우리 같은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재개발 사업이 일률적으로 고층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고공동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고층아파트 말고도 얼마든지 대안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파트 공화국 5


얼마 전 TV 프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불법 다단계) 사건에 대한 심층보도가 있었습니다피해액이 무려 4조원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피라미드 사기사건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보도가 되었으므로 누가 속을까 싶은데끊이지를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1997년 알바니아에서는 국민의 70%가 뛰어들었던 피라미드 사기사건이 발생했습니다당시 정권의 고위관료들이 다수 관련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국민들의 피라미드 가입을 장려하면서 뒤로 비자금을 챙겼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피라미드 공화국이라고 할 만 합니다결국 이 피라미드가 파국을 맞았을 때 그로 인한 소요사태가 벌어지자 정권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려 했습니다그 결과 내전이 벌어졌고 결국 정권이 바뀌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파트 공화국 = 피라미드 공화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전국민이 합심하여 수십년 동안 피라미드 게임(=폰지게임)을 벌여온 것이 아닐까요?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단독주택보다 생활하기 편리해서주차가 편리해서학군이 좋아서 등등

 

하지만 정말 솔직해져볼 필요가 있습니다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요?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32평 아파트의 가격을 조회해보니 10억정도 하는군요그나마 07 115억에서 많이 내린 가격입니다.

아파트가 더 좋다고 얘기되는 여러 요소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그 요소들이 지니는 가치가 32평 아파트에 대해 10억원을 지불할 정도로 큰 것일까요?

 

가만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아파트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적으로 하락한다고 해도 여전히 현재의 가격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크다고 느끼게 될까요?

 

또 하나 대답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그 아파트의 가치를 누리기 위해 전세로 살면 안될까요도곡렉슬 아파트 32평의 전세가는 4억원입니다.

전세를 살면 이사다니기 불편하다고 합니다불편할 것입니다하지만 그 불편함의 대가로 6억원을 지불할 만큼 큰 것일까요?

 

역시 마찬가지로앞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이사다니기 불편하다고 하며 전세보다 매입을 선호할까요?

 

지금 매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정말 이사다니기 불편해서 그런 것일까요그보다는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생각얼른 올라버리기 전에 쌀 때 사서 투자수익을 올리자는 생각이 더 강한 것 아닐까요?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나중에 오는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시스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뒷사람이 그 가격 이상으로 받쳐주는 한 유지가 되는 시스템이 피라미드입니다폰지게임이기도 합니다.

 

아파트의 강점으로 환금성이 흔히 얘기됩니다저는 그 표현 안에 이미 피라미드 게임의 속성이 암시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주택은 환금성이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어떻게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사는 주택이 환금성이 있는 투자대상 상품이 되어버렸을까요?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주택을 가지고 환금성 있는 상품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미국 외에 또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나라들영국스페인아일랜드에서도 환금성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유명했던 일본에서도버블의 절정기에도주택이 환금성 있는 상품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아파트의 환금성이 얘기된다는 사실 자체가지금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둘러싸고 수십년동안 전국민이 참여하여 벌여온 게임이 매우 위험한 것일 수 있다는 시사를 준다고 생각합니다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행이 되어버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 중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50년 세월동안 부동산은 끊임없이 올랐고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된 시민들은 체제의 찬양자가 되었고정권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대단지 아파트가 대량생산되는 만큼 그에 꼭같이 비례하여 체제의 찬양자가 대량생산되었으니까요.

 

점점 더 올라가는 가격에 국민들이 계속해서 아파트를 사주는 피라미드 게임이 지속되는 한건설자본은 초과이윤을 올릴 수 있었고놀라운 경제성장을 손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갔고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피라미드 구조에 편입되고자 열망하였습니다.

 

계속 피라미드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정권과 자본에게는 이익입니다.

수십년 동안 주택가격아파트 가격의 지나친 상승이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투기가 문제가 되었습니다이를 잡는 방법을 몰라서 못 잡은 것일까요?

 

보유세를 높이면 바로 잡힌다는 것은 상식입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보유세는 높이지 않고 자꾸 양도세만 높여왔습니다.

 

보유세를 높이면 잡힌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요?

보유세를 높일 것을 주장하는 소수 학자들의 목소리는 아주 가끔 신문기사에 조그맣게 나긴 합니다그런데 그 뒤론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건설족이라 불리는 집단이 존재합니다일본에서는 토건족이라 불리우는데우리나라는 일본과도 다르게 토목보다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건설 위주이다 보니 건설족이라 불리웁니다토목 위주가 아니라 아파트 위주로 버블을 키우다 보니 버블이 터질 경우 국민들이 직접 입어야 할 피해는 일본보다도 더 클 것입니다.

 

건설족이란,

재벌 계열 건설사를 중심으로 건설 담당 관료정치인언론사학계가 뭉친 집단을 일컫는 용어입니다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막대한 이윤이 창출되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불법 로비자금이 조성됩니다정관계의 불법 정치자금이 건설회사로부터 흘러나온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메이저 언론사의 광고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건설광고입니다학자들은 건설회사나 협회정부에서 발주하는 건설관련 용역을 받아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건설족들이 구축한 5각 구도 시스템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충성스러운 정치인관료에게 상을 주고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관료에게는 벌을 줍니다.

학자들에게언론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설족들이 오랫동안 정교하게 발전시켜온 시스템 하에서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보유세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도태되어 갑니다건설족에 우호적인 학자들만 용역을 받게 되고언론에 얼굴을 내밀 기회를 잡게 됩니다.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주장은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가령 태우 정부시절 부동산 폭등이 큰 사회문제가 됩니다보유세를 강화하면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이에 대해 관료들 내부에서학계에서세금을 높이면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정권의 안위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결국 보유세 강화는 좌절되었습니다.

 

이처럼 보유세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반대논리가 나옵니다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가 도입되던 과정을 보면그 과정 자체가 순탄치 못했고 무지 어려웠으며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애초 종부세 부과의 하한선이 6억원이었던 것이 진행과정에서 9억으로 상향조정 되었습니다. 9억으로 해서 시행되다가 아파트 가격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없자 6억으로 강화시키는 절차를 다시 밟느라고 시간을 낭비해야 했고그로 인해 적시에 종부세 도입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이번 정부에서 종부세가 약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참 빨리도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내려지자 관련법이 개정되기도 전에어차피 법이 바뀔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서둘러 부과기준을 바꾸고 세금을 환급하고 합니다.

 

모든 부동산 제도가 유사했습니다건설족의 이익에 반하는 것은 대의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입되더라도 시간과 절차가 오래 걸리고,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정하는 시행령 단계에서 법안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장치들이 도입되면서 힘이 빠져버립니다.

 

반면 건설족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률은 엄청 빨리 만들어집니다법률에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이해관계를 드러내지 못해도 시행령 단계에서 엄청 강력해집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무력화시켜버린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과다했던 것일까요?

저는 앞 글에서 미국에 사시는 저희 외삼촌의 사례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4 6천만원 짜리 주택에 대해 실제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가 700만원 정도 됩니다실효세율 1.52%입니다누진세 체계이므로 주택가격이 4 6천만원을 넘어가면 실효세율은 1.52%보다 더 높아지게 됩니다.

 

모든 경우에 대해 미국식을 주장하면서 보유세에 대해서는 어떤 메이저 언론도국회의원도 미국의 사례를 얘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참 뻔뻔스럽다 싶기도 하고좌절스럽기도 합니다.

 

수입이 없는 가난한 노인이 어떻게 종부세를 내느냐는 항변이 메이저 신문 1면에 나옵니다참으로 뻔뻔스럽습니다수입이 없는 가난한 노인이 왜 꼭 종부세를 내야 하는 그렇게 비싼 집에 살아야 할까요?

월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쓴 월가의 영웅에 보면 주택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인생의 전성기에 큰 주택에 살다가 은퇴해서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그 차액을 가지고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게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라고 나옵니다.

 

우리 메이저 언론사들이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사람들일 리는 없습니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신문이 어떻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 신문일 수 있습니까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메이저 신문사들이 보여주는 모습에서우리나라 아파트 피라미드 시스템이 이제 극단적인 상태에까지 이르렀음을 봅니다.

 

보유세를 약화시키는 법률에 대해 제 1야당인 민주당 조차도 퇴장이라는 최소한의 모양새만 갖추었을 뿐 쉽게 동의해주었습니다역시 극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의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부자가 존경받는데한국에서는 부자를 증오한다는 뉘앙스의 언론기사를 꽤 자주 접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10억 만들기가 온 국민의 목표로 유행하는데 과연 한국에 부자에 대한 증오심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부자가 존경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들은 내야 할 온당한 세금을 모두 내기 때문입니다그 세금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예산으로 쓰입니다그러니 부자가 저소득층으로부터도 존중받습니다.

우리들은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얘기하고 있지만미국에서는 지금까지 보유세를 낮추자는 주장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경우 종부세가 유명무실해져버렸습니다종부세는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어 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으로 사용되었습니다그 예산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자동차라는 1000만원짜리 자산을 보유하면 자동차세라는 자산을 보유한 데 따르는 보유세를 냅니다. 10억짜리 아파트라는 자산을 보유하면 그에 합당한 보유세를 내는 것이 합당합니다.

어느 정도가 합당한가?

그것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익히 잘 알고 있으며 그동안 늘상 추구해왔던 가치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미국식 표준을 따르면 됩니다.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되었다 하고 미국에 부동산 버블이 끼었다 하지만사실 미국 부동산에 낀 버블은 우리에 비하면 그리 심각하지도 않습니다보유세로 인해 적절하게 제어된 것입니다.

 

최소한의 브레이크 조차 없이 50년을 질주해온 우리 부동산 시장에 심각한 버블이 존재합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보면서 계속 하게 되는 생각은 과도하게 쏠린 것은 급격하게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극단값까지 쏠려있다고 봅니다.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종말이 가까워왔다고 봅니다.

 

갈 데까지 갔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보입니다.

 

모든 대기업 그룹마다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포스코에 포스코 건설이 있어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정상일까요현대차 그룹에도 엠코라는 건설사가 있습니다대우자동차판매도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합니다.

모든 대기업들이 아파트 피라미드 게임에 뛰어들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입니다모든 대기업들이 고유의 사업에 전력투구하지 않고 전부 다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상태를 넘어섰다고 보입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5년간은 탐욕추구를 지속하려는 건설족과 부동산 제도를 개혁하려는 쪽 양자 간에 치열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졌던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양측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어떤 논리싸움들을 진행해왔는지는 당시의 언론기사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누가 이겼을까요?

 

종부세가 도입됐고 대출규제가 생겼으니 부동산 제도를 개혁하려는 쪽이 이겼던 것일까요?

 

건설족이 승리했습니다건설족의 논리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주었습니다그 승리의 결과 탄생한 것이 현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정권과 국회의 권력은 별개였습니다이를 두고 지나치게 강력한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려는 국민들의 무의식적인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었습니다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했던 지역들에서 조차 여당 국회의원들이 선택되었고이에 대해 내 아파트 가격도 올려달라는 유권자들의 의도가 반영되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제는 극단값에 이르러 버린 쏠림이 꺾이지 않을 수 없는 시점까지 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피라미드 게임(=폰지게임)은 후속 매수세가 받쳐주어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그동안 젊은세대들이 집을 사려면 등이 휘어질 정도로 빚을 지지 않고는 집을 살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이를 젊은 세대들에게 강요함으로써 피라미드를 확대시키고 유지해왔습니다.

이 마저도 이제 극단값까지 이르렀습니다.

 

저는 앞에서 우리나라의 세대간 격차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이 땅의 젊은 세대인 88만원세대들은 이제 지쳐버렸습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구축해놓은 피라미드 시스템에 아예 참여할 의욕조차 못내고 있습니다이들은 포기해버렸습니다.

 

이들이 삶마저미래의 희망마저 포기해버리기 전에 기성세대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야만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결국 재앙은 기성세대에게 되돌아올 것입니다.


아파트 공화국 6


칼 마르크스는 화폐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그의 화폐에 대한 고민은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사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마르크스는 화폐라는 것이우리 인간들이 교환의 편리를 위하여 고안해낸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개별 경제 주체들을 억압하고 이끌어가는 존재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상품에 포함된 가치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존재가 화폐입니다.그럼 화폐는 개인들이 추종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내가 어떤 상품을 만들어냈다고 하면나는 이 상품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주인인가?

나는 그 상품을 팔지 않으면 안되는 필연적인 운명 속에 놓여 있습니다나는 그 상품의 주인이 되지 못합니다.

 

결국 이 구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화폐가 존재하는 한배금주의물신숭배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모든 것은 화폐로 측정됩니다여기서 비극이 발생합니다.

아빠의 권위도 화폐로 측정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족의 행복도 화폐로 측정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도 화폐로 측정될 수 있지 않을까요?

 

화폐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이렇게 되기 쉬운 필연적인 운명 속에 놓여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화폐의 유혹에 완전히 넘어가버리지는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구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배금주의물신숭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워렌 버핏입니다그는 순수하게 투자만으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습니다근로자라면 노동을기업가라면 경영을 해야 하지만 그는 투자를 했을 뿐입니다결국 일은 하나도 안하고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세계최고 부자가 된 셈입니다.

 

그의 투자비결세계 최고 부자가 된 비결은 마르크스에게 배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화폐의 유혹에 속지 않는 것그 깨달음이 그를 현자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개별 경제 주체들을 억압하고 이끌어가는 존재인 화폐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유명한 미스터 마켓(Mr. Market)’의 비유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버핏이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개념).

 

주식을 사는 것은 기업을 사는 것과 같다는 것주식을 샀으면 기업의 소유주가 기업을 대하듯 하면 된다는 것이것이 버핏이 강조하는 투자의 비결입니다.

그 비결은 화폐에 속지 말라는 것화폐환상(본질적인 가치를 떠나 화폐 단위로 가치를 측정해버리는 것)을 갖지 말라는 말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망하지 않았는데그 회사 주식에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들은 망한 경우를 숱하게 봅니다가만히 생각해보면 비정상입니다회사가 망하지 않았는데그 회사를 소유한 소유주(개인주주=개미투자자들)가 왜 망할까요개미투자자들은 망했지만그 회사의 대주주들은 같은 주주임에도 망하지 않았습니다대주주들은 버핏과 마찬가지로 화폐환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선 글에서 줄레조 교수의 아파트 공화국을 소개해드렸습니다그 책에는 우리가 새겨들어야만 할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그 중에서 한 가지,

 

그녀는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서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칭송하는 표현인 한강의 기적의 비밀을 알겠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현재의 아파트 소유자들이자신의 고된 노동의 성과를 아파트 한 채와 기꺼이 맞바꾼 희생에 바탕한 것입니다.

 

개인 가계들이 죽어라 일해 그 고된 노동의 대가인 월급을 모습니다그러고도 돈이 부족해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장만합니다그 다음에는 그 대출금을 갚기 위해 또 죽어라 일합니다.

 

개인 가계들이 고된 노동의 결과 축적한 소중한 자산을,

원가가 별로 들어가지도 않은 가로 9m, 세로 9.5m 정도 되는 콘크리트 덩어리(32평짜리 아파트한 채를 받고 기꺼이 산업자본에 내어줌으로써 한국의 경제성장은 가능했습니다개인 가계들의 희생에 바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자본과 국가 권력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을 희생시킨 것이나정작 국민들은 희생했다고 느끼지 않는 데에 이 시스템의 묘미가 있습니다.

 

화폐로 표현되는 가격이 올랐다고 좋아하는 화폐환상과 앞서 소개해드린 아파트 피라미드 시스템의 절묘한 결합입니다.

 

저는 앞으로 혼란스런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몇 번 말씀드렸습니다앞으로 벌어질 혼란의 와중에 중심을 잡으려면 이 화폐환상을 벗어나는 것이 비결이 될 것입니다지금부터 연습해보시면 어떨까요?

 

환상에서 벗어나는 비결은화폐단위로 평가하지 말고 가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해보는 것입니다.

 

32평 아파트의 가치를 화폐 단위(가격)로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가치로 평가해보는 것입니다.

 

매입한 32평 아파트의 가격이 2배로 올랐다면 부자가 된 것일까요?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올랐다고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뒤따라 오는 한국인의 의무인평수넓히기는 어찌할 것입니까결혼을 앞둔 자녀는 어찌해야 합니까?

 

만약 물가가 모두 2배로 다 올랐다면 제자리일 뿐입니다물가가 4배로 올랐다면 가난해졌을 뿐입니다화폐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그래도 좋아할 지 모르겠습니다.

 

매입한 32평 아파트의 가격이 1/2이 되면 가난해졌을까요?

어느 경우에나 가로 9m, 세로 9.5m의 콘크리트 아파트는 가만 있는 것입니다아파트는 가만 있는데 아파트 때문에 부자가 됐다거나 가난뱅이가 됐다면 잘못 생각한 것이지요.

 

우리들은 그동안 아파트를 산 순간 자신도 중간계층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해왔습니다환상에 불과한 것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아파트의 매매가격이 현재의 전세가격 수준으로 떨어져도 그렇게 생각하게 될까요?

 

아파트는 그대로인데우리들의 생각은화폐 단위로 측정되는 가격에 따라 휘둘릴 것입니다화폐환상에 빠진 것입니다이렇게 휘둘리면 앞으로 전개될 지도 모르는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과 맨해튼 섬 이야기는 유명합니다원래 출처는 바로 앞 글에서도 언급했던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입니다.

 

1626년 맨해튼 섬에 살던 인디언들은 유럽에서 건너 온 이주자들에게 24달러 상당의 장신구와 구슬을 받고 섬을 넘겨주었습니다이 일은 어리석음의 상징이 되었고이로 인해 인디언들은 362년 동안 조롱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그런데 피터 린치는 복리계산을 해보면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24달러에 대해 8% 금리로 복리계산을 하면 린치가 책을 쓰던 1989년에 30조 달러 정도 됩니다당시 맨해튼의 토지가격은 과세표준이 281억달러였습니다.

8%금리가 너무 높다 치고 6%금리를 적용하여 복리 계산을 하면 347억달러가 됩니다.

 

이 이야기는 은행 예금채권 투자의 복리효과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장기투자 결과를 놓고 보면부동산 투자보다 채권투자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옵니다.

 

앞 글을 쓰기 위해 도곡렉슬 아파트의 가격을 조회해보고 꽤 많이 떨어졌음에 내심 놀랐습니다. 07 1월 가격 15억원에서 현재 10억원이니 33%가 하락한 셈입니다사실 이 정도로 떨어졌을 줄은 몰랐습니다부동산의 본격적인 붕괴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07 1월 정도에서 부동산과 채권투자의 누적수익률을 계산했다면 부동산이 더 높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부동산은 계단식 상승을 하게 마련인데 계단식 상승의 최정점에서 계산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전고점 대비 33%가 하락한 지금 시점에서 계산해보면 아마 우리 나라의 지난 50년 간의 누적 기록에서도 채권투자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융자본은 이런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고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자본을 운용합니다.

 

건설회사는 어떨까요?

그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것이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보유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파트를 보유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면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해버리지 않고 보유할 것입니다최소한 일부라도 보유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건설회사들은 아파트를 보유하지 않습니다마치 싫어하는 물건이기라도 한 듯이 서둘러 전부 분양해버립니다건설회사들이 서둘러서가급적 빨리 모조리 분양해버리는 이유를 한 번쯤 가만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회사는 서둘러 모두 분양해버리는데일반 가계들은 평생동안의 노동의 대가를 제공하는 것으로 부족해서 빚까지 부담해가면서 이를 넘겨받은 후아파트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일희일비하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한국에서 아파트는 일반 서민들의 전 존재의 목표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아파트는 일생의 목표인 숭고한 존재이며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면 일생의 성취를 다 이룬 듯 보입니다. 32평 아파트가……

 

그동안 아파트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한 저의 글에 대해 다른 글들보다도 악성댓글(?)이 훨씬 더 많이 달리는 모습을 봤습니다악성댓글이 나타나는 양상 만으로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감히 범접해서는 안되는 신성불가침(?)의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파트를 끌어안고 있는 우리들은 과거에 비해서 잘 살게 되었다고 느낍니다.

 

과연 잘 살게 된 것일까요?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를 우리가 뺏어왔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대가 과도한 을 지면서 아파트를 사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았고그 이 기성세대인 우리들의 수익이 되기 때문에 잘 살게 되었다는 느낌이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 글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제는 이러한 피라미드의 확대재생산이 더 이상 불가능한 극단적인 상황까지 왔습니다더 이상의 피라미드 확대재생산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산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4, 50대 인구비중의 감소, '88만원 세대'의 구매력 감소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설명드렸습니다그 외에도 출생자수의 변화를 직접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해드린 대로 우리 나라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연령층은 71년생입니다. 05년 인구조사 당시 71년생의 인구수는 89 3천명인데이들이 출생했을 때는 출생자 수가 101만명이었습니다.

 

출생당시의 출생자수로 보면 80년생 87만명, 90년생 66만명, 2000년생 64만명, 2005년생 45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에 치이다 보니 이 문제의 심각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문제 전문가인 폴 휴잇 소장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급격한 인구감소문제에 대해

 

현재와 같은 인구 감소 추세라면 한국은 경제적인 재앙을 피할 수 없다. 13세기 유럽의 흑사병으로 경제가 위축된 것에 견줄 정도다.”

 

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한국 인구감소, 경제적 재앙 부를것”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

 

그것은 이 땅의 젊은 세대가, 여건(주로 집문제입니다)이 안되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가 성장했다고 합니다잘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뭐가 잘 살게 되었다는 말일까요?

젊은세대들이 결혼하기를 두려워하고 아이 낳기가 두렵다는데

 

피라미드에 일찍 뛰어들었기 때문에 재미(?)를 본 기성세대들은 자녀들을 해외로 해외로 보내고 있습니다아파트 가격 오른다고 좋아하고 있지만그 한켠에선 무의식적으로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이 나라에서 자기 자녀를 키우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나라가 무어가 잘 살게 되었다는 말일까요?

한강의 기적이라고 세계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보는데,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아이 낳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냥 우연일까요우리 민족의 기질 때문일까요?

우리는 음주가무를 즐기던 낙천적인 민족입니다다산하던 민족입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자랑하는 우리의 경제성장 자체가 화폐환상숫자환상에 불과한 것일 수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계산할 때 부동산 가격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에 저는 적극 공감합니다.

임금이 좀 인상됐다고은행 저축 좀 늘었다고 좋아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물가상승률 계산에 부동산 가격을 넣을 때 진실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저는 앞 글에서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둘러싼 구조를 피라미드 게임의 구조와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그리고 후속 매수세가 더 이상 받쳐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피라미드 게임이 붕괴될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들은 지속불가능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후손들에게 짐으로 남기고 말았습니다.

 

아파트가 낡게 되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해야 합니다.

잠실과 반포지역에서 5층짜리 저층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재건축을 끝냈습니다현재는 12층짜리 중층아파트들이 사업성 문제로 재건축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12층짜리 중층아파트보다 더 높은 20층이 넘어가는 고층아파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에 대해서 아무도 말이 없습니다애써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의 댓글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았습니다.

 

재건축도 안 되고 넘 낡아 사람들이 떠난 아파트로 가득 찬 빈 도시가 서울의 미래상이 될 텐데.....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처럼 먼 훗날 환경파괴의 표본으로 후손들이 진저리를 치면서 기억하겠죠

 

정말 서울의 아파트가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처럼 되고 말까요?

 

앞 글에서 말씀드렸던 며칠 전의 TV 프로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다단계 사기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프로그램을 보다가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충격을 받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불법 다단계 사기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가 되는데어떻게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가?

 

TV 프로는 문제가 되었던 그 다단계 조직이 와해되고 나서그 피해자들이 다시 새로 시작하는 다른 다단계 조직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모습을 비추었습니다.

 

그 새로운 다단계 조직의 관리 간부는사기로 적발된 이전 조직의 간부였습니다이 간부는 안면이 있는 피해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막차 타는 것만 피하면 되는 거 아니냐여기서 새로 열심히 해서 돈 벌고 막차 전에 빠져나가라

 

그 피해자들은 이 말에 수긍을 합니다이미 날려버린 큰 돈을 새로 일해서 벌기는 요원하니이 새로운 조직에서 열심히 활동해서 막차가 오기 전에 빠져나가겠다고 합니다.

 

후손들의 일은 내 알 바 아니다그 때 가서 어떻게 되겠지라고 한다면,

무너지기 전에 빠져나가면 된다는 불법 다단계 재도전자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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