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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우리는 왜 이웃과 멀어지는가

by 격암(강국진) 2010. 2. 25.

2010.2.25

우리는 이웃과 멀어질까. 가끔씩 이웃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몰랐다던가 하는 기사가 나올까. 최근에 읽은 책에서는 이와 관련한 몇가지 일이 설명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물리적 거리가 사회적 거리가 아니게 되었다. 둘째 이웃이 너무 많다

어떤 두사람이 친구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인생관이 비슷하다던가 생활수준이 비슷하다던가 하는 것을 생각할수 있겠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간의 거리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진실이라는 것이다. 
 
여러분과 매우 친하게 될 수 있는 친구도 옆교실에 있다던가 다른 도시에 있다면 멀어진다. 별로 호감갖지 않았던 친구도 짝으로 책상에 나란히 앉으면 친구가 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군대나 유학등의 이유로 떨어져 있는 연인들이 깨지는 이유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무슨 이유로건 자주 만나게 되면 여러분은 그 사람과 친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사람이 특별히 나한테 맞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이 인간의 심리다. 이래서 파렴치한 짓을 하는 언론사의 기자도 매일 보다보면 정이 든다는 것이다. 나한테 피해만 입히는 사람도 매일보다보면 잘해주게 된다. 내가 은혜를 사람도 자주 안보면 안해주게된다. 부모님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보면 무관심해진다

어떤 섬을 상상해 보라. 그 섬에는 전화도 없고 탈출방법도 없다. 그 섬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서로 친할까 서로 모르고 지낼까. 일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웃들 뿐이다. 싸우면서 지내면 피차간에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들 리가 없다. 다시 말해 다른 대안이 없으며 상대방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하게 굴게 되고 결국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기초적 조건은 서로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오늘날 이웃과 멀어지는가. 앞에서 말한 이 조건이 지금 깨어지고 있다. 현대문명의 발달로 물리적인 거리가 사회적인 거리가 아니게 되었다. 직장같은 곳에서 어쩔수 없이 만나야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자주 만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만 이웃과는 반드시 그럴필요가 없다. 멀리살아도 차타고 가서 만나면 되고 전화해서 만나면 된다. 다시 말해서 이웃과 모르고 지내도 나는 사회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이웃이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대안이 있다. 현대문명의 기술이 거리를 극복해 주기 때문이다. 대안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의 친절함은 줄어들고 만다. 

이것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다른 문제는 사람들이 너무 밀집되어 산다는 것이다. 아파트 촌에서 근처에 산다는 이유로 모두와 친하게 지낼려고 하면 끝이 없다. 친분이란 주고 받는 것이다사회적 관계를 맺으면 득도 있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도 해야 한다. 이따금 서로 왕래도 하고 돌봐도 줘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넘친다. 왼쪽집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유없이 오른쪽집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에게 이웃이란 말은 의미가 작다. 우리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관계가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멀티미디어 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나쁜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화상통신도 일반화 될 것이동영상채팅에 익숙한 사람은 그거별거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몇년내로 우리는 30인치 이상의 화면 혹은 100인치 이상의 화면에 초고화질 동영상으로 화상통신을 하는 시대에 가능성이 있다. 늦어도 10년내에는 반드시 그렇게 된다

이것은 그저 좀더 편안한 전화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초고화질 화상통신은 우리가 익숙한 대부분의 대인접촉을 대체할 것이다전화는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 대인접촉을 전화통화가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초고화질 화상통신은 다르다. 우리는 집에 앉아서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과 화상통신으로만 만나게 되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유는 돈과 시간의 절약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두가지 현상을 겪게 된다. 하나는 물리적 거리는 0 된다는 것이다나는 서울에 살고 상대가 부산에 있건 뉴욕에 있건 파리에 있건 화상통신으로 만나는 것에는 옆방에 있는 것과 차이가 없다우리는 전세계인들이 한이웃에 사는것같은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

좋을까? 그럴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훨씬 생산성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병원초진은 전화로 하고 물건도 전화로 보고 골라서 화면에서 마우스로 쿡쿡 누르면 저절로 우리집에 배달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미국교수의 강의를 한국에서 수강하고 전국, 전세계 좋다는 곳은 전부 손가락하나로 실시간에 그곳의 장면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결과 우리의 이웃은 어떻게 될것인가

사람이 살다보면 결국은 여러가지 사람들과 계속 부딪혀야 한다. 그럼 앞에서 말한대로 우리는 친분이 높아지고 거기서 지역공동체 정신이 나오고 조율이 일어나게 된다. 전에는 이런 일이 물리적인 거리로 정의되는 마을이나 도시나 나라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제는 기분나쁜 사람들은 만날 필요도 없다. 조율도 필요없다.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나 공동체는 결코 물리적 거리가 정의하는 공동체는 아닐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에 앉아서도 한국의 일들을 쫒아가고 한국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사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지역사회에 참여하는게 아니라 한국사회에만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와 전화가 대중화되면서 이미 작은 동네수준에서의 공동체 정신은 심각히 홰손되었다. 새로운 정보통신의 세상에서는 아예 국가라는 틀까지 흔들릴수가 있다.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관계를 만들고 거기서 공동체를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며 이는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어디에 사는가 하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 된다중요한 것은 사이버공간에서 어쩔수 없이 부대끼게 되는 사람들끼리 조율하고 사귀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비슷한 공간에 산다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 진다

다른 문제도 있다. 엘리베이터에 갇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유학시절에 유학생들끼리 친해진다던가 한국사람이 없는 곳에서 교포끼리 친해지기도 한다

물리적 거리가 무시되는 사회는 무한한 수의 사람이 내 친구가 가능성이 있고 이는 반대로 인간소외현상을 가져오게 될것이다. 왜냐면 아무도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명적으로 결혼하고 친구가 된다. 만약 주변에 짝이 사람이 무한히 많고 친구가 될사람이 무한히 많은 세상이 이라면 결혼은 항상 깨어지고 우정이란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된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사람들을 사귀어본 사람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채팅은 사람을 순식간에 만나게 해준다. 그러나 그만큼 인간관계가 허무하다. 항상 나는 혹은 상대방은 다른 관계를 향해 날아가기 쉽다. 그것은 형제나 동창이나 동네 사람들과의 교분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 된다

인간은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이것이다. 진짜 정보통신혁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진짜는 지금부터고 몇년안에 본격화되어 10년안에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다. 직업도 교육도 사랑도 애국심도 역사도 10년후 전혀 몰라보게 바뀔 수가 있다.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웃과 이야기를 덜하게 되었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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