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우리는 노후 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 것일까.

by 격암(강국진) 2010. 2. 26.

집을 파는 사람은 집하나는 사둬야 노년에 불안하지 않다고 하고 보험을 파는 사람들은 노년에 보험없으면 길가로 나앉을 것처럼 말합니다. 세상에는 10억은 있어야 노년 준비가 된다는 말이 무성하여 그만한 돈을 모을 길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 우리는 거리로 나앉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고 위험을 무릅쓴 투자를 하게 해서 망하게 합니다. 

 

하지만 나이든 부모님과 장인 어르신 부부를 보고 혹은 주변에 노년에 계신 분들을 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정작 젊은 사람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은 일단 자기 자신 즉 나의 몸과 정신과 생활습관입니다. 통장에 돈을 넣어두고 있어도 그런 것들이 유지되지 않으면 그걸 지킬 수가 없습니다. 여기 한 칼럼에서 나온 이야기를 봅시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75세 이전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20%, 환경 20%, 의료서비스는 8%이었는데 생활습관은 52%에 달했다. 질병별로는 암은 37%, 당뇨 34%, 뇌졸중 50%, 교통사고 69%, 알코올성 간염에는 무려 70%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암을 포함한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부르는 이유다. (http://www.ccdailynews.com/section/?knum=136868)

 

사람들은 70-80에 이르러도 자신이 지금 같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프면 병원비가 엄청나게 나가는 데다가 결국 행복할수 있는 기초자체가 붕괴됩니다. 더 일반적인 것은 육체와 정신이 약해지면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래에서 말할 것처럼 사회적 네트웍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은 자기 자신입니다. 

 

진짜 노후대책의 첫걸음은 책을 읽고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60까지 죽도록 일해서 몸은 만신창이이며 새로 배운 것은 없어서 세상보는 시야가 매우 좁고 은퇴하고 나면 아무 할일이 없이 그저 밥먹고 돈을 쓰는 일밖에 할줄 없는 그런 삶을 설계하는 것을 노후 대책이라고 착각하는 것같습니다. 

 

사람은 존재의미가 없으면 죽습니다. 물론 굶어도 죽습니다. 그러니까 돈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존재의미가 없으면 살 수가 없으며 살아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취미도 없고 생활습관도 엉망이고 온갖 비뚤어진 생각으로 가득차서 변화가 불가능해진 노인으로 일단 변하면 돈이 얼마가 있건 그건 죽음으로 가는 길, 우울증으로 가는길, 피해망상증으로 가는길, 사기당하는 쪽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것 입니다. 

 

우리는 지식에 대한 욕망이건, 동네를 가꾼다던가, 누군가를 돕는다던가, 어떤 사랑하는 사람을 부양하기 위해 산다던가 하는 욕망이건 삶의 목적이 필요합니다. 목적과 욕망이 없이는 살아도 사는게 아닙니다. 그런데 돈을 버는 것도 힘들지만 이런 것도 그리 쉽게 되는게 아니며 이런게 없을때 고생하며 쌓아올린 돈의 탑도 와르르 무너지고 말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진짜 좋은 노후대책은 천천히 하면서도 7-80까지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게 모든 사람에게 가능할 리는 없으니 안되면 가진 걸 유지할수 있는 몸과 정신의 건강이라도 챙겨야 겠지요. 

 

두번째로 중요한 노후대책은 배우자인것 같습니다. 독신주의자들은 이런 의미에서 크게 노후대책이 뒤떨어지는 것입니다. 결혼한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는 황혼이혼이라고 해서 남편이 은퇴하면 퇴직금 갈라서 나눠서자고 하는 부부들을 가르키는 말이 있습니다. 그저 결혼한 배우자가 있다고 해서 배우자가 있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행복하게 같이 늙어갈 수 있는 관계를 가진 배우자가 있는 것은 최고의 노후대책입니다. 실제로 많은 노인들은 그래서 배우자가 사망하면 얼마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 필연적으로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은 쇠퇴합니다. 그럴때는 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 사람이 있어야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괴롭고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쌓아온 것이 또 한순간에 무너지고 마는 것이죠. 돈이 있건 없건 이 사람곁에서 같이 늙어가는 것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는 배우자가 있다면 정말 든든한 노후대책이 서있는 셈입니다. 그런 관계가 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당연한 것이지만 60넘어 은퇴하고 나서부터 시작해도 되는게 아닙니다. 사람은 노인이 되면 추억에 의존해서 산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살아온 세월에 대한 추억이야 말로 든든한 노년의 재산이며 두사람의 관계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식과 친구와 이웃들이 있겠습니다. 노인들에게 있어 진짜로 중요한 노후대책은 믿을수 있는 젊은 세대입니다. 노인들의 학습능력은 점차로 떨어져 가는데 반해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노인들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높아져가고 좁아져 가는 벽사이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그걸 피하기 위해 공부하고 운동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지만 지금 60이 안된분들은 100살이 넘어서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미국에는 돈만있으면 3백살 4백살 살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40년쯤 뒤에는 대부분의 장기를 인공장기로 갈아치워서 생존하게해줄수 있을거라는 거지요. 3백살은 아니라도 백살까지 생존할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노력해도 압도적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고립되고 아는 것없는 촌놈이 되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럴때 보다 젊은 가족이 없으면 누굴 의지하겠습니까. 사실은 지금도 노인들은 인터넷을 한다던가, 핸드폰을 계약한다던가, 여행예약을 하고, 차를 사고 집을 사고 파는 일에 있어서 매우 불안해 하거나 심지어는 무능합니다. 3-40년뒤에는 어떤 세상일까요. 

 

훌룡한 가족을 가지는 것의 가치는 21세기에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중반쯤에 어디서 낯선 사람들틈속의 미아가 되버릴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이런 주제들을 생각해 보면 노후대책을 말하면서 통장잔고만 쳐다보는 시각은 매우 협소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돈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돈은 누군가가 가장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중의 하나입니다. 내 머리에 든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 몸에 들어있는 건강과 기술도 쉽게 빼앗아가지 못합니다. 믿을수 있는 배우자, 자녀, 친구들도 쉽게 빼앗아가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치 60쯤까지 통장잔고를 채우면 될거라는 생각에 중요한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망가지고 무너지게 내버려 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인병에 빠져들고, 술에 빠져들고, 책은 읽지도 않으며, 배우는 것도 없고, 부부관계는 냉냉해지기만 하며, 자식들은 제멋대로 이고 같이 보내는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가족을 지킬 가족의 기억이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부부가 과거를 돌아보면 이 남자가 혹은 이 여자가 평생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는가, 어떻게 약속들을 저버렸으며, 믿을 수 없는 사람인가 하는 기억만 가득합니다. 

 

이걸 나중에 돈으로 회복하려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돈이 많다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극단의 경우이지만 부모에게 사기치는 아들딸도 세상에는 있습니다. 필리핀에 부모를 유기하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노후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 걸까요. 

 

 

'주제별 글모음 > 생활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지키는 말들.  (0) 2010.03.10
한때 우리는  (0) 2010.03.10
우리는 왜 이웃과 멀어지는가  (0) 2010.02.25
행복의 이론  (0) 2010.02.22
꿈을 쫒는 것의 경제학  (0) 2010.02.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