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행복의 이론

by 격암(강국진) 2010. 2. 22.

칸트는 행복하기 위해서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는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염세주의자로 유명한 쇼펜하우어는 그의 인생론에서 행복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는 건강한 몸을 꼽는다. 

 

이런 것들은 말하자면 행복을 위한 실용적 지침이다. 문제는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라라는 조언처럼 현실에서는 실용적 지침만으론 아무래도 헤쳐나가기가 힘들다.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욕심을 버리고 건강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미래에 대한 의욕에 넘쳐서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청소와 수련이 필요한것 같다. 우리 자신을 하나의 방이나 집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의 집에서 불필요한 세간살이를 버리고 더러운 먼지를 떨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그렇다고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많은 생활의 어려움은 우리가 가진 상식이 어딘가 불합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 몰상식은 말하자면 집안에 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나 골치아픈 고장난 냉장고 같은 것인데 일단은 그게 뭔지를 알아내야 하고 두번째는 그걸 집밖으로 내놓아서 치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활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몇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나는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나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있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선입견이 없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섯불리 이건 틀리다 잘못되었다라는 식으로 단정을 내리면 쓰레기를 치우다가 더 큰 쓰레기를 만들지 모른다. 

 

단지 내가 뭘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분석해 보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소개하는 책이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이라는 책이다. 그는 사람들이 하루동안 뭘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을 하고 우리가 어떻게 생활을 개선할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칙센트미하이는 내가 보기엔 정량적인 것에 주로 집중하는 것같지만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면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루에 몸을 단장하고 옷을 고르느라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왜 그렇게 외모에 신경쓰는가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날마다 드라마를 보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것이 즐거운 시간일수도 있지만 그것이 일종의 도피일수 있으며 처음에 몇번볼때는 나에게 그것이 휴식이었지만 이제는 나에게 오히려 어떤 피곤함을 주는 일이 된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중의 하나는 단순화다. 집안을 청소하면 필요없는 것들을 적어도 한쪽에 모을 수 있지 않은가. 삶이 단순하지 않으면 우린 그것들에 집중할 수가 없다. 집중이 안되면 도대체 우리가 그걸 왜 하는지 왜 좋아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일 때는 실제로 청소를 하는게 도움이 되는데 집안이 정돈된 것을보면 머릿속에서 그나마 해야 할 일 하나는 이제 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일이 있을 때, 그래서 그런 일이 엄두가 안날 때는 흔히 하기 쉽고 간단한 일부터 하라는 조언이 있다. 그러면 그만큼 작게나마 마음의 짐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라는 집을 정돈하고 필요없는 세간살이를 내놓을 수 있는 만큼 내놓고 나면 그 다음에는 다시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생활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 정기적인 청소도 좋은 일이지만 실은 아예 쓰레기가 많이 생기지 않는 생활이 바람직하다. 

 

이런 수련은 흔히 생활의 단순화를 더욱 진보시키는 쪽으로 간다. 담배를 끊고 술을 마시는 모임을 줄이고 쓸데없는 티브이 시청이나 쓸데없는 고민거리를 양산하는 것을 더욱 줄인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아는 만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로 말하면 아무래도 이 글쓰기에 대한 집착을 말할 수 있겟다. 글이란 순수히 나자신에 대한 독백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글에 대한 기대가 생기고 거기에 집착이 생기면 이제 좋은 글을 써야 행복해 지게 되는 것이다. 책을 보다가도 아 이런 이야기를 글에서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도의 문제이긴 하지만 집착이라는 문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글쓰기가 없이도 물론 행복할 수 있다. 

 

아이들은 나에게 커다란 행복의 원천이다. 아이들과 포옹하고 게임을 하고 산책을 하는 것이 나는 매우 즐겁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나를 부자로 느끼게 만든다. 나는 가족만 있으면 세상이 없어도 행복할수 있을 것같다. 그러나 이것도 또한 집착이다. 나는 아내나 아이들을 결핍하는 생활도 가끔 해볼 필요가 있다. 아내와 아이들을 한국에 보내면 가족이 그립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결핍을 경험하는게 중요한 것같다. 그들은 소중한 것이지만 나는 그들없어도 존재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들을 결국 힘들게 할 것이다. 그들에게 너무 기대게 되기 때문이다. 

 

칸트가 말한 것처럼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래에 희망을 가지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계속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영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살다가는 어느 순간 습관처럼살고 밀려서 살고 어쩔수 없어서 사는 꼴이 될지 모른다. 무소유를 지키고 홀가분하고 단련된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우리는 자유롭고 계속 행복할수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지 않을수있다. 청소를 하고 수련을 해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어릴때 가졌던 꿈중의 하나는 책방주인이었다. 나는 공짜로 책을 보는 사람이 부러웠다. 나는 너무 어려서 도서관이란 것을 몰랐다. 거실에다가 책꽃이들을 놓고 집의 책들을 꽃아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커다란 서재하나면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책들을 사서 모으는 것도 욕심이 될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근사한 분위기를 가진 서재를 꾸민다는 욕심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