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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꿈을 쫒는 것의 경제학

by 격암(강국진) 2010. 2. 11.

우리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 꿈을 쫒아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 말은 이 세상 대부분의 것이 그렇듯이 여러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 중의 한가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지 않나하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꿈은, 그것을 쫒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으니까 경제학적으로는 손해지만 꿈을 택하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자신의 꿈을 쫒는 것이야 말로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잘모르거나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이상은 이라는 가수가 있다. 그녀는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라는 노래로 대상을 받으며 갑자기 슈퍼스타로 주목받은 가수다. 그녀는 그야말로 벼락출세를 한 것이다. 그녀는 그 해의 가요상 골든 디스크상까지 독식한다. 이 노래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가는 하나만 봐도 안다. 인기는 없었으나 담다디라는 영화까지 만들어 진것이다. 이상은은 이규형감독의 영화, 굿모닝 대통령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은 평생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은데 이런 식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리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앨범들은 인기가 전만 못했고 그녀는 일본으로 떠났다. 그리고 별다른 소문과 큰 인기없이 정규앨범을 13개나 냈고 그녀의 노래중 '언젠가는' 같은 노래는 꽤 인기를 얻기도 했다.

 

나는 지난 20년간 있었던 그녀의 고생에 대해 잘 모른다. 그 고생의 크기는 또한 주관적인것이라 같은 객관적 사실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그냥 재미있게 살았다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난 죽을 만큼 고생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는 20년간 한우물을 팠고 자신의 꿈을 쫒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꿈을 쫒은 결과 얻은 것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보았을때 나는 그녀가 한가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이상은표 음악이다. 그녀의 개성이 들어가서 이제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음악이다. 그녀가 자신의 꿈을 자신의 주관에 따라 쫒은 결과다. 반면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들은 대단하면서도 경제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솔로가수가 혼자 몸부림쳐서 만들어진 가수가 아니고 알려진 성공의 법칙에 충실히 따르면서 만들어졌기에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되기가 쉽다. 그들의 상품성에 들어있는 그들 자신만이 가질수 있는 인격적 개성이 적게 깃들어 있다. 그들은 대개 7년계약이 끝날 무렵이면 가수 생활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가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부러워 하는가. 다른 사람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없으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직업적 안정성을 가진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이것 이상의 조합이 있을까?

 

그런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이나 선생님, 나이든 세대나 세상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다만 한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그 이야기들은 99.999% 나만 듣는 성공의 비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론적 성공공식만 따라가면 우리는 어느새 대체되기 좋은 사람이 되어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 진다. 

 

어린 아이는 자라면서 세상에 자신이 존재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 어른들은 이러저러하게 하면 좋다고 한다. 의사나 변호사가 좋다던가 유학을 가야한다던가 장사가 좋다던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것이다. 그런 조언들은 대개는 말하자면 아이돌 그룹이 따르는 알려진 성공의 공식같은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그런 조합을 따라서 산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한것보다 훨씬 결과가 좋지 못하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어떤 직업이 돈잘벌고 편한 직업이라는 소리를 사방에서 들린다면 실은 그런 직업은 이미 별로가 된 직업이다. 어린 학생이 그 길로 들어서서 온갖 고생을 한끝에 10년 20년이 지나 그 자리에 다다라보면 희소가치가 별로 없다. 그 길에 뛰어든 사람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경쟁을 이길정도로 운이좋고 능력이 있었으며 경쟁에 이기기위해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했다면 뭘 해도 그정도는 했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실은 나는 의사같은 거 싫어했는데 권하는데로 뛰어든거라면 과연 경쟁에 이기기 쉬울까? 

 

직업은 개인이 가지는 사회적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여러가지로 가지고 여러가지 일에 참여하고 관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사회적 정체성에 어떻게 도달하게 될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도달했는가가 어떤 결과를 가질 것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꿈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널리 알려진 성공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은 어렵기만하고 바보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불로 말하면 오래오래 불타오르는 불이다. 확 불탔다가 꺼져서 평생 괴로워하는 그런 인생이 아니다. 거기에 얼마간의 운과 재능이 따르면 사회적 최정상에 서는 유명인이 될지도 모른다. 

 

유명인들은 왜 그렇게 유명하고 존경받을까. 그저 운이 좋은 경우도 있는 것같지만 대개 그들은 자신의 개성이 담긴 인생을 살았다. 그 때문에 어떤 누구도 그들을 대체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흔하디 흔한 싸구려 상식에 따라 사는 것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다. 그렇게 살면 내일은 조금 더 안전할지 모른다. 그러나 5년뒤 10년뒤에는 필연적으로 아무 개성이 없어서 쉽게 대체되는 싸구려 인력이 된다. 말하자면 필연적인 실패가 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는 무난하다고 해도 한번도 일탈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은 공허할수 밖에 없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가지고 최대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우정도 공부도 직업도 결혼도 그는 안전위주로 했다. 한번도 일탈하지 않았다. 그가 노숙자가 되지 않았으니까 성공한 것일까? 그는 행복할까? 그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움이 없을까? 스스로가 그저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료를 먹는 가축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

 

내가 살아온 것을 돌아보자. 거기에 파격이 전혀 없다면, 나의 개성이 없다면 긴장하기 시작해야 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로서, 직장인으로서, 친구로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나는 존재감이 점점 없어지고 있지 않은가? 누구든 나를 쉽게 대체할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성공의 법칙을 너무 잘따르고 개성을 죽이고 자신의 꿈을 쫒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언제나 파격을 노리고 다르게 살려고 하는 것도 답이 될 수는 없다. 어찌보면 그것도 남의 말에 따라 사는 것이다. 언제 남과 다른 길을 걷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듣는 조언이 있다. 결국 누구의 조언도 아니고 자기고 보고 자기가 판단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답은 지식이나 지혜로운 타인의 조언에 있지 않다. 가치판단은 자기 자신이 내려야 하는 것이다. 올바른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노력과 얼마간의 행운이 따른다면 우린 기성품같은 인생이 아니라 대체될수 없는 예술품 같은 인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쫒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확실한 실패의 길과 성공이 가능할 수도 있는 길 어느 쪽이 경제적으로 윗길인가는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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