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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위대한 인간의 몸에는 총탄이 박히지 않는가.

by 격암(강국진) 2010. 2. 1.

위대한 깨달음을 가진 인간은 칼로 찔러도 칼이 들어가지 않고 총탄이 박히지 않는다.... 그런가? 칼이 들어가지 않고 총탄을 튕겨내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다면 없는 것보다는 확실히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깨달음자체는 아닐 것이다. 


이런 말에는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긍할 것인가. 위대한 깨달음을 가진 인간은 수학자보다 수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달리기 선수보다 빠른 다리를 가진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능력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깨달음 자체는 아니다. 


더 나아가 보자. 위대한 깨달음을 가진 인간은 그런 깨달음이 없는 인간보다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조절을 잘해서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며 뭐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인지를 확실히 알아 살아가는 문제에 있어서 조언을 제대로 해줄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물론 그런 능력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깨달음 자체는 아니다. 


이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뭐야라고 말할것이다. 화를 내는 것을 조절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척척 좋은 조언을 해줄수도 없으며 자기 건강도 챙기지 못하는 사람도 위대한 깨달음을 가진 사람일수 있다면 도대체 거기에 무슨 위대함이 있는가. 뭘 깨달았다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위대한 깨달음은 그런 '능력'들과는 본질적으로 틀리다. 그 위대함을 능력과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기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위대함을 찾는것과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위대하신 분이여 물위를 걸어보소서 그럼 당신을 믿겠나이다 하는 것이나 위대하신 분이여 당신은 언제나 산처럼 감정적으로 안정적이고 언제나 누구보다 지혜로운 말씀을 하시겠지요 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깨달은 자에게 건강은 수단이다. 건강하면 여러가지로 좋으니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위대한 깨달음을 가진 사람은 대개 건강할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깨달음이 건강자체는 아니다. 


깨달은 자는 물건들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물건들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산중의 토굴에 앉아 자신이 필요한 것은 자신이 만들면서 원시인처럼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건에 집착이 없고 욕심이 없다면 좋은 수단이 되는 물건들을 왜 한사코 회피해야 할까?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왜 시장가면 몇푼주고 살수 있는 신발이며 옷을 스스로 만드느라 하루 종일을 보내야 할까? 왜 깨달은 자는 돈을 가지려고 안할거라고 생각할까? 


깨달은 자에게는 모든 것이 수단이다. 위대한 인간의 몸에도 총탄이 박힌다. 위대한 인간도 화를 내고 슬퍼하는 한계가 있다. 위대한 인간도 영원히 건강하게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다만 올바른 가치판단을 하고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낭비하는 것이 적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총탄이 날아올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며 몸과 정신을 해칠수 있게 화를 내고 슬퍼하게 할만한 일을 피할 것이다. 그들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갈 것이다. 


그럼 이 아무 능력도 없는 깨달음의 위대한 점은 무엇인가? 그 자체로는 아무 이적도 보이지 못하는 것같은 이 뭔가에 무슨 위대함이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 세상의 어떤 위대한 것보다, 이 세상의 어떤 대단한 능력보다 이것이 더욱 크다. 결국 이 앞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수단에, 인간이 임시로 만들어 낸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원죄를 사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위대한 깨달음은 그것과 비슷하다. 당신의 몸에 총탄이 박혀도 부끄러워 하지 말라. 당신이 화를 내고 슬퍼하는 보통의 인간이어도 부끄러워하지 말라. 당신이 지혜로운 말만 줄줄이 하고 자기 몸조차 챙길수 없는 약한 자제력을 가지고 있어도 부끄러워 하지 말라. 그런 모든 것들은 본질적인 위대함과는 상관이 없다. 그것은 그저 수단이 되는 능력일 뿐이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며 무식한 것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수단이 되는 능력이며 객체며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보다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다. 총탄을 튕겨내는 피부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총탄이 날아올 곳에 안가면 그만인것을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힘을 들여 노력하는 사람은 바보다. 게다가 이왕에 총탄이 날아오는 곳에 가서 정신력으로 버텨서 자신의 위대함을 보이겠다고 하는 사람은 진짜 바보다. 방탄복은 이미 세상에 있지 않은가? 그걸 입는 정도의 머리만 쓰면 총탄을 튕겨낼 수 있다. 거기에 무슨 신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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