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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의 충격결말에 대해

by 격암(강국진) 2010. 3. 23.

지붕뚫고 하이킥이란 시트콤이 최근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격인 신세경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화제를 뿌리는 모양입니다. 드라마 결말이야 아무려면 어때라고 할수도 있는 것이며 또한 각자의 생각이 있을 뿐 결말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에 정답이 있을리는 없습니다. 


저는 뒤늦게 지붕킥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중반쯤까지 보았습니다만 결말을 미리 알고 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전부터 눈에 띄던 것들에 새로운 의미가 들어옵니다. 


그것은 지붕킥안에 존재하는 파탄들입니다. 흔히 시트콤이라고 하면 즐거운 웃음을 주는 드라마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 세상에 대한 신뢰입니다. 즉 이 세상은 이런 저런 문제점이 많지만 -그래서 이런 저런 웃음거리가 생기지만- 결국 긍정적으로 바라볼수 있다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붕킥은 가끔 보면 그런게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의로 그랬는지 자연히 그게 들어나는지 모르나 순간 순간 작가는 그렇긴 뭐가 그래 이 더런놈의 세상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을 때면 귀엽고 즐겁게 보이던 지붕킥의 캐릭터들의 본성이 갑자기 확바뀌는 호러무비의 느낌이 느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신세경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저는 그런 걸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신세경의 월급을 봅시다. 입주 도우미가 한달에 5-60만원을 받습니다. 이것은 제가 아는 현실의 임금보다도 작으며 설사 이렇게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왜 시트콤에서 이렇게 월급이 작아야 할까 의문스럽게 만듭니다. 월급을 백오십쯤 준다고 해서 줄거리에 큰 영향이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순재의 집안은 그정도 지출이 별 영향을 줄것도 같지 않은 부자입니다. 


이렇게 해서 뭐가 되는가. 결국 오현경은 귀엽고 맘씨 좋은 여자가 아니라 악덕 고용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그런 시각을 가지고 시트콤을 다시 한번 보면 행복하고 즐겁고 우스운 가면의 뒤에는 괴물들이 존재하는 호러무비의 본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정보석은 시종일관 신세경에게 시비를 걸고 기분나빠하는 집주인입니다. 맘씨 좋아보이는 이순재 만이 신세경에서 호의적이나 실은 이순재도 이기적인 사람이기는 마찬가지라 큰 도움이 안됩니다. 해리는 특히 신세경 자매를 구박하는 데 있어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그리고 언뜻보면 맘씨좋아보이는 이순재 집안의 사람들은 그런 해리를 아주 수동적으로만 말립니다. 


우리는 귀여운 황정음에 미소짓지만 따지고 보면 황정음보다 성실하고 머리도 좋고 심지어 미모도 뒤지지 않는 신세경은 황정음이 가지는 것을 하나도 가지지 못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대부분의 캐릭터가 성격적 결함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그게 에피소드가 되는데 그 모든 것을 뒤에서 받아내고 있는 것은 결국 신세경입니다. 신세경만은 그저 항상 백치같은 미소로 밤이고 낮이고 일하면서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생활을 계속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와 이뤄질 가능성도 제로죠. 


신세경은 이렇게 보면 한국 사회의 저소득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방에서 맞기만 할뿐 유일하게 자기 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탐욕스러운 사회를 굴러가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의 피해 안주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최다니엘은 능력있고 성실한 지식인을 연상케 합니다. 마음씨 좋고 신세경을 돕지만 결국 그가 연인으로 택했던 것은 황정음이며 분위기상 최다니엘과 신세경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것은 결국 신세경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이지요. 


이런 신세경을 도울수도 없으면서 좋아하는 정준혁은 현실 사회의 대학생들 같은 낭만적 지식인과 겹쳐보이기도 합니다. 신세경을 도울 만한 힘도 없는 철부지의 사랑은 고마운 것이기는 하나 신세경을 크게 기쁘게 하기엔 부족합니다. 그도 자라서 냉철한 어른으로 크면 다시 신세경과의 사랑따위는 잊어버릴 것같기 때문입니다. 사회로 진출한 대학생들이 진보적인 사고 방식을 잊듯이 말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간간히 등장하는데 이런 드라마가 보통 그렇게 하듯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어찌될까요. 이런 세상의 긍정이 됩니다. 이런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가 되는 것이죠. 그런 걸까요. 이런 세상이 아름답다고 긍정하고 끝나면 되는 걸까요. 정말 아름다운 세상 맞을 까요? 세상을 긍정하는 시트콤이 나오기엔 아직 한국 사회가 너무 덜썩었거나 너무 썩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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