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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리더 그리고 대통령

by 격암(강국진) 2010. 3. 12.

요즘 사람들은 집안에는 가장이 있고 한 집단에는 리더가 있다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권위주의의 냄새를 풍기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할 사람, 가장의 역할을 해야할 사람들은 리더가 뭔지, 가장이 뭔지에 대해 잘 생각해 보지 않고 그저 자기가 소리지르면 사람들이 벌벌떨게 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이나 리더가 해야하는 가장 큰 역할은 듣는 것이다. 듣고 알아두는 것이다. 가장은 집안의 구성원을 지배하기 위해 있는게 아니다. 가장이 해야 할일은 집안식구들의 상황을 전부 들어주는 것이다.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버릇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와는 어떤 관계인지 들어두고 또 들어두는 것이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집단내부의 정보를 잘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가치판단을 존중한다. 즉 개똥이가 소똥이랑 싸웠으면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판정해주고 칠칠이가 어려우면 그가 고난을 받아야 마땅한 짓을 했는가 그렇지 않으면 응당 모두가 힘을 써서 그를 편안케 해야 하는가를 판정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의 판정에 수긍할수 있는 이유는 그가 오랜동안 널리 들어왔기 때문이다. 가장 이외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기 일만 신경써왔는데다가 가족이라고 해도 말하기 싫은 것들은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서 다른 사람사정을 가장만큼 모른다. 그러나 가장은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가장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판단에 수긍하는 것이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훌룡한 가장과 훌룡한 리더는 권위를 내세워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며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저 직급이 높으면 리더고 전통적 가족위계에서 아버지거나 큰 형이면 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질적 리더와 실질적 가장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게 누군가 하면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정을 전부 들어준다. 그래서 집안내부, 조직내부의 사정에 밝기 때문에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와 상담하려고 한다. 아버지는 근엄하게 뒤에 앉아서 폼만 잡고 있고 실질적으로 들어주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실질적으로 가장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사람들의 사정을 잘모르는데 아버지가 무슨 판정을 하겠는가. 어머니가 옳다고 해야 옳은 것이다. 

 

가장과 리더의 역할이 이러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과 리더가 없으면 그 집안과 조직은 망한다. 사람들은 분란이 생기면 끝없이 다툴뿐이고 누구도 다른 사람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래서 때로 잔혹하게 굴고 원망이 쌓여만 가니 뭉쳐있어서 좋은 것은 하나없고 서로서로 상처만 입을 뿐이다. 

 

대통령의 역할도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통령은 지식도 많고 경험도 많고 인품도 높아야 한다. 그래야 널리 들을 수가 있고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결코 제일 지식이 많고 경험이 많고 인품이 높은 사람을 말하는게 아니다. 대통령은 1인 국가기구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국가적인 분란이 있어서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가치판단하여 분란을 잠재울 장치로서 대통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첫번째 역할도 듣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현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은 그 첫번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 많은 국민들이 할 말을 못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고 느낀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와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차이는 뭔가? 참여정부시절에 인터넷에 글쓰면 잡혀가서 조사받던가? 광화문 광장을 폐쇄하고 국민들의 의지를 표현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누구인가? 세종시 문제나 4대강 문제를 보자. 정부가 듣고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별명처럼 블도저처럼 밀어붙인다. 듣지 않는다. 

 

엄청난 수의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때 슬퍼하고 조문하고 싶어해도 거리를 막아버리고 영정을 치워버릴뿐이다. 엄청난 수의 국민들이 광우병 우려가 있는 소고기수입에 반대해도 광화문에 나와서 의지를 표명해도 그들을 소수의견, 동원된 사람들, 세뇌된 바보들로 말하고 피디수첩을 고소하고 사람들을 구속할 뿐이다. 

 

듣지 않으니 그의 가치판단을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물론 누가 대통령인 시대이던 세상에는 의견일치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절차에 의한 일처리를 중요시하며 투명한 일처리를 중요시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이명박 정부들어서 망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언론의 자유도, 절차에 의한 일처리도 투명한 일처리도 사라진다. 그가 어떻게 판단하건 심지어 그가 옳게 판단한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대통령은 한국인중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니까 그 사람말대로 하는게 좋다고 해서 대통령이 아니며 이명박 대통령이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국에는 얼마든지 있는데 일처리는 이명박 대통령만 세상일을 알고 사람들은 전부 바보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이다. 모든 것은 오해다. 잘못 알려졌다라는 말로 덮어진다. 과거에 약속했던 것은 하다못해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도 아니고 그런일이 없었다는 식이다. 그를 지지한 국민은 사기당한 것인가? 그를 지지한 국민은 철부지 아기 취급받는 것인가?

 

가장이 가장이 뭔지 모르면 집안 평안하질 않다. 리더가 리더가 뭔지 모르면 그룹이 평안치 않다. 대통령은 대통령이 뭔지 알아야 할것이다. 자기는 이미 세상을 알고 있어 배우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느낌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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