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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수신의 중요성과 지침

by 격암(강국진) 2010. 6. 8.

나는 항상 지식에 대비하여 가치에 대한 감수성이랄까, 어떤 예민한 느낌, 직관력을 강조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지식교육이나 수학교육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맘대로 커리큘럼을 짜서 사람들을 교육한다면 나는 오히려 수학교육을 강조할 것이다. 일반인들을 모아놓고 미적분 아는가, 미분방정식은 풀수 있는가 한번 공부해 보자고 할것이다. 

 

다만 가치에 대한 감수성같은 말은 낡은 말로 치부되거나 완전히 잊혀져 있는 경우가 많다. 종종 그런 공부는 무슨 도사 되는 비법을 공부하는 것으로 비웃음을 사기 조차 하는 일도 있는 것같다. 그런 공부를 수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한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지식의 공부와 수신은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지식만 과하면 지식의 공부가 우리를 로보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과거의, 또는 외국의 어느 곳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지식으로 현재를 살려고 할 때 처음에는 더 확신에 차서 살 수 있을 것같지만 곧 일은 어긋나고 만다. 왜냐면 이 세상일은 단 한가지도 똑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부모의 자식을 똑같은 교육방침에 따라 키워도 결과는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만 봐도 그것을 알수가 있다. 

 

어떤 지식을 믿고 그것을 절대화하고 이데올로기화해서 나는 세상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혁주의자들은 위험하다. 그들은 종종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하고 그 것을 어떤 교조적 강령 즉 글로 고정되어져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을 구하려는 선의에 가득차 있으나 실제로는 많은 사람을 아프게 만들고 많은 사람을 단순하게 판단하여 비난받아 마땅한 존재로 경멸할 뿐이다. 

 

수신이 없이 지식만 강조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지식이 없이 수신만 하는 것도 금방한계에 부딛히게 된다. 어떤의미에서 수신과 지식을 구분하는 것은 오류일지 모른다. 현실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에는 그것들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같은 것의 다른 측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논리적 구조를 가지지 않은 것을 만날 수 없고 동시에 가치적 의미를 가지지 않은 것도 없다. 따라서 지식의 공부가 수신을 눌러버리게 되는 것도 곤란한 일이지만 수신의 공부만 하면서 지식의 공부란 별게 아니라고 가볍게 여기는 태도또한 옳은 것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양으로 보았을때 인류문명의 대부분, 압도적 대부분은 축적된 지식이다. 따라서 뉴튼은 아인쉬타인에게 가르칠 것이 거의 없거나 하나도 없는 반면 사람들은 몇천년전의 공자며 예수며 소크라테스며 부처, 노자에게 아직도 뭔가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수신의 공부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부끄럽지만 나도 대단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는 없다. 나역시 지식의 인간, 논리의 인간에서 수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생각을 한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나는 인간은 자기가 먹는 것이 자신의 몸이 되듯이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우리를 바꾼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술은 그래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 예술이 아니라고 해도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공원을 걷거나 산에 가고 바다에 가는 일은 그래서 우리에게 좋은 일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종종 답답할 때면 바다에 가서 한번 넓은 바다를 보고 오면 가슴이 후련해 지지 않는가. 산에 올라서 나무를 보고 넓은 세상을 보면 마음이 안정될때가 있지 않은가. 

 

기본은 아주 단순한 것이다.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몸관리를 잘해서 몸과 마음이 병들지 않게 해야 한다. 옛날에 소위 호연지기를 기른다면서 자연속을 여행하던 일들은 이런 이유로 행해졌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번째로 말하지만 결코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닌 중대한 경험적 환경은 바로 인간이다. 우리는 훌룡한 수신을 한 인격자를 접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연연하여 큰 나무 옆에 붙어있기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독립적 인간이 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대단한 인격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른 인간과의 대면을 통해 여러가지 감정을 경험한다. 우리가 잘 정리정돈된 방에 앉으면 정신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듯이 우리는 먼저 우리와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족은 나의 몸이나 마찬가지다. 몸을 건강히 해야 하듯이 가족의 행복도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잠시 생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언급을 해야겠다. 생명윤리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지도 오래되었지만 그 의미는 다양한데 그것은 물리적 세계관에서 유기적 세계관으로의 전환이라는 철학적 바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동차같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라는 것을 기억하고 생명체는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매우 유용한 시각일 것이다. 

 

생명체는 두가지를 한다. 하나는 외부환경과 소통하고 적응하는 일이다. 또하나는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는 것이다. 소통하는 일만 하면 그 생명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죽고 만다. 존재를 지켜내겠다면서 완전히 폐쇄적이 된다면 그런 것은 생명이 아니라 돌멩이이며 결국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 

 

앞에서 말한 환경의 중요성은 말하자면 외부환경과의 소통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내부를 독립적으로 유지하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예수님도 지치시면 산으로 올라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셨다고 한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혼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제 아무리 근사한 책이나 인간도 우리를 완전히 압도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위대한 인간이 있다고 해도 그가 쓴 책이나 그가 하는 말이나 그가 나에게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인 것이다. 흉내를 내서 그걸 배운다는 것은 자전거타는 법을 배운다면서 옆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의 몸동작을 일일이 흉내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슷할 수는 있지만 두 사람의 자전거는 미묘하게 다르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무게중심이동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내적 무게중심이동에대한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몸동작을 보고 그대로 흉내내는 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단지 참고가 될뿐이다. 

 

우리는 혼자서 걷고 혼자서 사색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른 새벽에 먼저 일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을 가라앉혀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혼자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다만 여행은 항상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지식이 우리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느껴질때 책을 덮어야 한다. 

 

물론 이해는 나중에 하고 일단은 많이 읽다보면 결국에는 나중에 가서 이해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런 말이 전혀 틀리기만 한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법은 한가지가 아니고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행해야 할 것이다. 이건 자전거타기다. 달리기 실력을 쌓고 싶으면 이렇게 저렇게 운동해야 한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운동을 하다가 몸에 이상이 느껴져도 매뉴얼만 따라하는 식이라면 몸을 다치기 쉬울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하면 반드시 마음의 평화를 얻고, 가치관이 바로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객관적 원칙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를 지키고 마음을 지키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혹은 비약적으로 어떤 변화를 경험하는 때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있어서 나를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은 산책과 글쓰기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와 대화를 나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내 손가락에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일도 많다. 내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는 나도 전혀 몰랐는데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면 꽤 괜찮아 보이는 답이 바로 나오는 일도 있다. 그렇게 하면서 나를 지키는 일이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른 일도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수신의 길이란 끝이 없다. 결국 어떤 의미에서는 설거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설거지가 밀리면 사는게 곤란해 진다. 설거지를 제 아무리 잘해도 설거지 거리는 이 세상에서 먹고 사는 한 매일같이 적어도 조금은 생기기 마련이다.  나를 키우고 지키는 길이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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