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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남이 내 마음을 알아 주지 못할때

by 격암(강국진) 2010. 3. 17.

살다보면 짝사랑에 가슴아파 하는 것같은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이성에 대한 짝사랑일수도 있겠지만 이웃이나 친구나 친척이나 가족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따금 그런 마음을 느낍니다. 상대방이 내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진심과 성의로 대하는 나를 뿌리치고 오히려 그 사람을 해할것만 같은 사람에게 애착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면 가슴이 참 썰렁해 집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인간에 대한 회의에 빠지기 쉬운 때입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여러가지 좋은 말씀을 세상사람들이 해주셨는데 그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은 너만큼 운이 좋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말입니다. 실은 이 말을 누가 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아마 영국의 유명인이 했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심코 공평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공평이 뭔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종종 공평이 뭔지에 대한 생각이 틀려서 싸움이 나고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상대방은 아무 악의가 없는데도 섭섭해 하고 되로 받아서 말로 줍니다. 이것은 그럴때 생각하면 좋은 말이라는 것이죠. 다른 사람은 너만큼 운이 좋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겁니다.


장자도 유명한 빈 배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강에 배를 저어가다가 다른 배가 내 배를 들이 받아 버렸습니다. 그러면 그 배를 몰고 있는 사람에게 화가 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배가 빈 배라면 화를 낼 상대가 없습니다. 그 배는 강물을 따라 흘러 왔을 따름입니다. 배에다 화를 내거나 강물에 화를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때 사람들은 종종 이 빈 배의 이야기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꼭 자기의지대로 사는게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과연 누군가의 의도에 의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일이 흘러 흘러가다보니 일어나는 일일까요.  


이번에는 제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이럴 때 꽃한송이나 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봄의 들판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바다를 생각할 때도 있고 산을 생각해도 좋습니다. 실은 무한히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뭘해야 할지만 안다면 말입니다. 아름다운 것일수록 좋기는 합니다. 일단 그렇게 하고 나면 그렇게 떠올린 것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길가에 핀 꽃과 봄의 들판은 나를 위해 피어나고 나를 위해 빛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거기 있으면서 세상에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꽃이 아름답지 않다거나 봄의 들판이 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나에게 미안해 하거나 내가 그들에게 섭섭해 해야 할일은 없습니다. 내가 나를 꽃과 비교할 일도 없고 봄의 들판과 비교할 일도 없습니다. 그것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나와 그들은 무슨 관련이 있기는 한데 따지고 보면 아무 관련도 없이 우리는 각자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내가 아름다움을 즐길 때면 공짜로 그걸 즐겼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도 각자 존재할 뿐입니다. 그들도 나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무슨 빚을 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한다고 해서 이런 저런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이 내 맘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원망해야 할 일도 실은 없습니다. 그들이 내 생각대로 존재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구원할 수도 없고 누구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살고 자신의 빵을 먹고 자신의 짐을 지며 사는 것이 삶입니다. 때로 우리가 같은 색을 띄고 빛난다면 참으로 기쁜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못한다고 해서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저 우리가 응당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이 넘치게 많은데 즐겨야 할 것도 많은데 분노와 섭섭함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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