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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을 뽑았다. 근데 뭘 반성해야 하는가.

by 격암(강국진) 2010. 6. 30.

오늘은 아침부터 쥐코라는 유튜브 방송을 봤습니다 ( http://j.mp/9PuvtI ). 피디수첩이 밝힌 민간인 사찰에 대한 기사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 http://j.mp/9OIR4c ). 연예인자살로 슬퍼하기에도 바쁜 세상이랑이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저는 현정부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뭐 폭력으로 정부를 전복시키자 뭐 이런 과격성향이 있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현정부를 싫어하고 현정부가 탄생되지 않았다면 좋았을거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아마 지금은 저와 믿음을 같이 하는 사람이 세상에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밑으로 내려왔다고 하니까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들어난 지지율조사의 허술함을 생각한다면 아마 현실은 제정신 가진 사람이면 아무도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핵심적 질문은 이걸거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뽑았다. 그런데 잘못이라면 반성을 해야 하는데 뭘 반성해야 하는가. 사실 반성은 없고 그냥 화만 낸다면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뭘 반성해야 할까요. 아니죠. 저는 단 한번도 이명박이 대통령에 적합하다고 믿은 적이 없으므로 건방진 자세로 말해보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중 이명박 찍으신 분들, 여러분은 뭘 반성해야 할까요. 


첫째, 시대가 원하는 것은 문화 대통령이지 토건 대통령이 아니다. 


저는 우선 이걸 말하고 싶습니다. 첨단 IT산업도 안됩니다. 하물며 토건 대통령이겠습니까. 제말은 경제를 살리려고 해도 문화대통령이라는 겁니다. 


제가 요즘에 워낙 자주 말해서 지겹긴 하지만 한번만 더 짧게 애플과 삼성을 말하겠습니다. 애플은 문화를 팔고 삼성은 하드웨어를 팝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애플때문에 난리를 부리고 있는 반면에 삼성의 미래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한국이 워낙 가진것 없다가 좀 살게 되니까 착각하는게 시스템, 건축물, 운하, 유원지, 청계천, 서울시 재개발사업 등 여러가지에서 사람들이 장님이 됩니다.



어떤 유형적인 것을 가져다 놓으면 문화와 사람의 삶은 저절로 번성하지 않습니다. 



이건 논만 만들고 물만 주면 벼는 잘자라는거 아니냐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벼의 종자도 중요할테지만 벼와 농부와 벼와 자연과의 교감이 필요합니다. 즉 물이 필요할때 물을 주고 벌레가 많으면 벌레를 잡아주고 햇볕이 필요하면 햇볕을 줘야 벼가 잘자란다는 겁니다. 


물론 질적으로 우수한거 안따질때야 좋은 쌀 나쁜 쌀을 떠나 쌀을 생산할수 있는가 없는가만 보겠지요. 그러나 한국도 이젠 잘사는 나라입니다. 더 잘살려면 질을 따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질을 따지지 않을 것같으면 우리보다 인건비 훨씬 싸고 인구많고 땅넚은 나라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교감이 존재하는 대통령이 문화대통령입니다. 토건대통령같은 사람은 그걸 모릅니다. 다안다고 주장하지만 하나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 말릴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전통 가게 거리가 있었다고 합시다. 토건 족들은 그걸 그저 부시고 싶으면 부시고 나중에 필요하면 가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뭘 파괴하는지도 모릅니다. 문화는 파괴하면 절대로 인위적으로 똑같은 것을 다시 만들수 없습니다. 생명 창조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오랫동안 사람들이 어울려 살던 거리가 있습니다. 거기를 다 부시고 집깨끗이 지으면 그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심과 인적구성이 전과 같을까요? 그점이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실제로 살아보면 사람사는데 제일 중요한 게 이웃인심입니다. 저는 무조건 개발이나쁘다거나 과거가 좋다고 하는게 아닙니다. '싹밀어버리고 건물지으면 알아서 사람들이 잘산다'라고 믿는 건 정말 무식한 시대의 발상이라는 겁니다. 


이래서 현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부터 해온 일들이 다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4대강을 한번에 남산 열개쯤 파내고 밀어서 깨끗하게 해버리면 그건 설사 제아무리 천국이 된다고 해도 즉 환경적 재앙의 문제는 제쳐둔다고 해도 우리 땅이아닙니다. 우리의 역사, 우리의 자취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거 신경 안쓸거 같으면 경치좋고 땅넚은 나라에서 이민만 받아준다면 우리 다 이민가면 됩니다. 뭐하러 이땅에 있습니까. 뭐하러 한국인이니 뭐니 그런거에 신경씁니까. 과거는 싹지우고 새출발하지.


문화의 제문제에 대해 여기서 제가 다 언급하고 토론하는 것은 능력과 공간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토건 대통령으로 절대 나라 못살립니다. 남대문 무너지듯 나라가 무너집니다. 


둘째, 오십보 백보라는 말을 쓰지 말자.


한국의 문제는 독과점을 쉽게 일으키는 패거리 문화, 권위주의에서 대부분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문화를 없애고 고치는 것이 한국 사회가 좀더 발전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며 그러기 위한 문화운동이 당면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운동은 생각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도 문화운동의 일부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요즘 정말 자주 강조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사고가 좀더 정밀해 져야 겠다는 것입니다. 정밀로 다되는거 아니지만 그래도 정밀해져야 합니다. 


오십보 백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말은 오십보나 백보나 똑같다는 말로 쓰는데 이런말 잊어버려야 합니다. 현실은 항상 흰것과 검은것의 투쟁이고 균형이 문제지 100% 한쪽인 문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있다고 해도 그런 문제는 흑백이 너무 뻔해서 풀기 쉬운 문제들입니다. 


그래서 현실은 다 회색인데 그걸 자기 보고 싶은 쪽만보고 오십보 백보라고 하면 이 세상을 맘대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천억 떼어먹은 놈이나 5백만원때어먹은 놈이나 부패하긴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을 빨갱이와 애국자 둘로 쪼개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노동자와 비노동자라는 틀로 세상을 자르기도 하지요. 


현실에서는 그 오십보와 백보의 차이를 보고 그래도 오십보 도망가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건 반드시 이명박 지지한 보수층만 그러는게 아닙니다. 자칭 타칭 진보주의자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가르켜 보수 정권이니 신자유주의자니 욕하며 한나라당과 다를게 없다고 너무 쉽게 말합니다. 노무현과 이명박이 다를게 없다고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그냥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매우 곤란합니다. 


왜냐면 현실은 그 정도 차이를 만드는 것도 피터지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국가대표팀이 월드컵나가서 경기를 엉망으로 하면 뒤에서 그 사람들을 초등학생 다루듯 깔보듯이 말하기는 쉽습니다. 진건 진거니 초등학생이 나가나 저들이 나가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쉽습니다. 자신만의 신묘한 방법으로 세상을 단번에 구할수 있는데 그걸 안하는 저들은 알고 보면 다 나쁜 놈이라고 말하기도 쉽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정말 죽을 힘을 다해야 하는 겁니다. 약간의 부패를 줄이고 약간의 권위주의를 줄이고 약간의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정말 죽을 힘을 다해야 하는데 뒤에 앉아서 오십보 백보운운하면 희망이 없습니다. 20살에 죽으나 백살에 죽으나 오십보 백본데 왜 우리는 살아야 합니까? 오십보 백보의 차이가 전부입니다. 그걸 보려는 노력이 핵심입니다. 신묘한 계책으로 한방에 만들어 낼 확실한 차이란 전부가 아니면 정말로 드믄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기요 몽상에 불과합니다. 


그걸 알았다면 이명박이라는 거품어린 복권에 표를 던지지는 않았겠지요. 


세째, 깊이가 있는 사람을 고르자. 


뭐가 깊이 있는 사람일까요. 말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깊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아는 거 많은 사람이 반드시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과묵한 사람도 깊이가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해서 자기 깊이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지난 대선의 특징이 이명박의 거부로 상당수 토론회가 사라진거였지요.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깊이란게 뭔가 말하기 나름이지만 저는 여기서는 세상을 두루 보는 넓은 시각과 윤리적 고민에 대한 노력정도로 말하고 싶습니다. 일단 한면만 보는 사람에게 대통령같은 자리 맡기면 국민이 고생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항상 더 고위층이 있어서 제재를 받아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할때만해도 부동산 가격잡는다는데 서울시에서 자꾸 개발사업해서 가격들쑤시고 그랬죠. 그래도 국가통수권자가 아니니 한계는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 고집하니까 말릴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걸 보려고 안하는게 아니라 볼 능력이 없어보입니다. 이미 뭔가를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죠.


윤리적 고민이란게 이렇습니다. 우리가 세상 살면서 어떤 의미로 죄안짓고 살기 불가능합니다. 모든 일에는 다른 측면이 있어서 고민은 아무리 해도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없습니다. 그러나 윤리적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은 그래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소수자들이 패배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떻게 될것인지 걱정은 하고 배려를 하려고 합니다. 


안그래도 한국 사회는 소수자가 설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가 되면 어디 설곳이 없습니다. 워낙 패거리로 잘몰려다니고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취향의 문제로 다뤄져서 개인의 자유로 받아들여주는 부분이 극히 적고 모든 일이 선과 악의 문제처럼 다뤄집니다. 즉 소수자가 되면 비주류가 되면 필요이상으로 경멸을 받고 박해를 받습니다. 


강남 아파트에 사는 사람,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 장관이 된 사람, 교수가 된 사람은 변두리에 사는 사람, 삼류대학을 나온 사람, 공직같은거 맡아본적이 없는 사람 그리고 시간강사에 비하면 잘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가치관이 틀린 것뿐이라고 보는 정도가 아니라 가치관이 같은데 더 잘나서 그렇게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잘나면 한국에서는 어찌나 잘난지 하느님이 된것같습니다. 부장들 노는데 과장이 가면 바보취급 당하기 쉽죠. 선후배 따지면서 우리는 너와는 다르다는 것을 무척강조합니다. 대학교 2학년이 1학년에게 인생의 비밀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일이 흔합니다. 높은데서 보면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 차이가 참 가소롭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죠. 


그래도 윤리적 고민을 해본 사람은 모든 사람의 이런 저런 면을 알고서 겸손하게 굽니다. 여러가지를 본 사람은 겸손합니다. 남보다 특별히 비굴하게 굴것은 없지만 잘났다고 해봐야 그것도 한쪽에서만이라는 것을 알기에 겸손합니다. 


나팔불고 다른 사람굽신거리게 하기 좋아하는 사람, 서민 시찰이라면서 미리 다른 사람들이 가서 주민들 고생시키고 나중에 가서 사진이나 박기 좋아하는 사람, 남의 무덤댓돌에 발올리고 노인한테 절받으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반말을 자주 하는 사람, 무엇보다 남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사람, 우리 이런 사람은 뽑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대통령은 나라를 망하게 할수 있다는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한국의 시민이지만 한국을 살리는 것은 한국의 시민이지 대통령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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