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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생님을 폭행한 중학생을 어떻게 봐야 할것인가.

by 격암(강국진) 2010. 6. 16.

한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들은 바 대강의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친구 핸드폰을 빼앗아 사용하던 학생에게 선생님이 주의를 주었는데 학생은 그에 대해 폭언으로 맞섰다고 한다. 이에 분개한 선생님은 학생의 뺨을 때렸고 학생은 결국 그 여선생님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하는 지경에 이르르고 만다. 

 

이 사건을 나는 나름대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을 들었을때 뭐 이상한 학생 하나 나왔군이라던가 그 학생 처벌하면 되겠네라고 간단히 지나갈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기사의 댓글이나 트위터에서 다른 의견들이 나온다는 사실을 보면 알수가 있다. 

 

소수의견이나마 그 의견들은 다음의 사실을 주장한다. 폭력을 먼저 행사한것은 선생님이다. 따라서 폭력에 폭력으로 맞선것은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나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 사건 자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건 자체는 특이한 하나의 사건일수 있지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갈라진다는 것은 이것이 나름의 보편성을 가진 문제라는 점이다. 

 

첫번째로 이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스승과 제자로서의 시각이다. 좀더 보충을 해보자면 학생을 아직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볼수 없는 사람으로 본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두 사람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사건에 대해 소수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특히 여기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폭력교사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는듯하다.

 

이런 시각의 차이가 얼마나 극적으로 윤리적 결론을 뒤집는가를 보기위해 이런 것을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선생님이 학생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자. 학생은 50대의 아주머니였고 선생님은 20대후반의 남성이었다. 이 경우 스승에게 대드는 아주머니의 뺨을 친 선생의 편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성은 폭력사건에 있어서 약자로 생각된다는 점도 크지만 무엇보다 두 명의 성인은 동등한 인격으로 취급받아야 하며 뺨을 친다는 것을 있을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본래의 상황에서 어떤 시각을 취해야 당연한 것일까? 쉽사리 자신이 가진 결론이 당연하다고 하지 말기 바란다. 왜냐면 전혀 반대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어른들이 어른 행세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것을 기성세대는 윤리교육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단순화해버리지만 나는 그것이 반드시 100%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어른대접을 못받는 이유는 오늘날 어른들이 젊은 세대에게 물질적으로만 뭔가를 해줄뿐 정신적으로 혹은 가치적으로 해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해보면 이렇다. 어른들 말잘들으면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 맞는가? 

 

1970년대만 해도 줄서서 죽자고 공부해서 공부 1등하면 서울대가고 그러면 취직자리는 걱정없고 엘리트 코스를 밟게된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과연 오늘날 그것이 사실인가. 선생님에게 착한 학생소리듣고 선생이하라는 대로 하면 앞날이 보장되는 가. 절대 그렇지 않다. 어른들도 우왕좌왕이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소위 386세대의 부모세대들은 가족정서가 강해서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후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그것은 자녀들에 대한 강한 소유욕과 간섭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가족공동체개념에 충실한 세대였다. 

 

그러나 386세대는 솔직히 그렇지 않다. 그들은 보다 개인주의적이다. 사실 얼치기 개인주의다. 그들은 그들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고 육아에 기대고 김치해달라고 하고 집봐달라고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에게는 절대 그렇게 해주지 않을 사람이 많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온통 애들에게 퍼붓지 않는다. 그들은 노후자금을 모두 자식교육에 퍼붓고 자식들이 어떻게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세대가 아니다. 

 

신세대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독립적 인격으로 취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권리가 없을까? 이건 어찌보면 지금 중장년세대층의 -내가 속하고 있기도 한- 이기주의다. 즉 자신들의 의무를 생각하면 개인주의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복종하기를 주장한다. 즉 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주지 않는것이다. 의무없는 권리가 어디있는가. 아이들과 내인생을 분리하고 싶다면 우리는 일찍부터 동등한 인격체로 그들의 인생에 간섭하지말아야 한다. 

 

나의 이런 신세대 옹호론을 듣고 기뻐할 신세대가 있다면 그들은 잠시후 실망하게 될것이다. 본래의 사건을 다시 분석해 보면 언제나 폭력을 가한 중학생이 나쁜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무와 권리를 따로 따로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발휘하는 것은 신세대도 마찬가지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개의 시각중 어느것이 옳은가는 미뤄두고 각각의 논리대로 했을때 이 사건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먼저 스승-제자의 시각의 경우. 결론은 간단하다. 학생이 스승의 지도와 보호를 받는 인격적으로 동등하지 않는 존재라면 그 존재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따라서 스승이 폭행을 가했다고 해서 학생이 똑같이 되받아 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 이경우 비난받아야 할것은 학생일 것이다. 

 

그렇다면 동등한 인격으로 취급하면 결론이 뒤집어 질까? 별로 그렇지 않다. 동등한 인격의 경우라면 폭행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수업시간에 강사의 지적에 순응하지 않은것 거기에 폭언을 한것만으로도 정학내지 퇴학감이다. 커다란 권리에는 커다란 의무가 따른다. 성인들이 수강하는 강좌를 생각해 보라. 폭행사건이 있기 전에 강사에게 욕설을 하는 수강생은 당연히 그냥 퇴학이다. 아무런 동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폭행이 있지 않았는가? 그렇다. 먼저 폭력을 행사한 선생은 이경우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것이다. 그러나 이부분도 만약 학생이 그냥 맞고 말았을 경우에만 강력한 문제가 된다. 그경우 폭력을 휘두른 선생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학생은 거기에 맞서서 자신도 폭력을 휘둘렀다. 중학생이라지만 남자학생이 여선생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따라서 동등한 인격이라는 시선으로 보아도 이문제는 학생의 과실이 크게 된다. 쉽사리 학생동정론에 빠지는 사람들은 동등한 인격을 주장하면 더 커다란 의무가 따르게 된다는 것을 너무 쉽게 망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게임의 법칙 혹은 사회의 규율에 혼란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혼란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혼란은 결국 기득권, 권력자들의 임의적인 권력행사의 구실이 된다. 과거에도 혼란이 있었고 지금도 혼란이 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이며 현실적으로 젊은 층이 당연히 약자로서 혼란의 피해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변화가 빠른 요즘 그 혼란의 정도가 전보다 더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혼란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것일 것이다. 나는 시대의 현실에 맞춰서 학생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다루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어린 학생들이 나는 동등하다는 것만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나 자신을 포함한 한국의 기성세대가 그다지 잘나지 못하고 배울게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학생들은 기성세대로부터 배우는 자세를 취하는 쪽이 이익이 될것이다. 짮은 경험을 기반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알아내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도 잘찾아보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줄수 있는 기성세대도 분명히 있다. 배우는 자세를 가질때 동등함, 독립성만 주장하면 효과가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는 어른들이 보다 어른다워지고 보다 게임의 법칙에 대해 모두가 보다 확고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위해서라면 역시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어린 세대에게 해줄수 있는 중요한 조언중 한가지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권리를 원하면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 적당한 수준에서 각자의 위치, 의무, 권리에 대해 이해하고 화합하는 것이 필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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