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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 유빠에 대한 변명

by 격암(강국진) 2010. 5. 21.

언젠가 부터 우리 사회에는 무슨 무슨 빠라는 이름이 자주 생겼다.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면 황빠고 노무현 지지자는 노빠고 유시민 지지자는 유빠다. 나는 이 빠라는 이름을 싫어하는데 이것이 기본적으로 빨갱이나 김일성 추종자 같은 무리한 이름붙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종차별, 여성비하 같은 문제와 정확히 똑같은 정서속에 행해지는 것인데 스스로를 진보로 말하는 사람들도 이런 말을 자주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눈살이 찌푸러 드는 일이다. 


무슨 빠라고 불리는 사람은 왜 그런 딱지가 붙을까. 그건 맹목적이며 비논리적인 지지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적어도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간단하고 두번째는 보다 근본적이다. 


먼저 논리적 착오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건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A 이면 B이다와 B이면 A다가 다르다. 우린 이걸 고등학교에서 배운다. 즉 그 연쇄 살인범은 신월동 출신이다라는 말과 신월동 출신은 연쇄 살인범이다라는 말이 다르다는것이다. 후자는 모든 신월동 주민을 연쇄살인범으로 만든다. 


분명 노무현 지지자나 유시민 지지자 중에는 누구라도 눈쌀이 찌푸러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무엇보다 그 둘은 대단히 많은 지지자를 가졌거나 가진 정치인이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별별 사람이 다있는 것이 당연하다. 노무현이 싫어할것 같은 노무현 지지자, 유시민이 싫어할것 같은 유시민 지지자 아주 많다. 그들을 가르켜 맹목적이며 비논리적인 지지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공감할지 모른다. 


문제는 노빠니 유빠니 하는 말들은 위에서 말한 논리적 모순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모든 노무현 지지자, 모든 유시민 지지자를 전부 비하한다. 이건 범죄자 중에 흑인이 많다고 해서 흑인은 범죄자라고 하는 식의 편견을 가지고 과거 여성이 교육을 덜받은 사람이 많았던 시대에 세상에 어두운 여자들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가지고 여자는 모두 어쩔수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분명 소위 좌파로 말해지는 사람들 혹은 자칭 좌파 중에는 내 기준으로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북한 찬양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모든 사회주의자, 좌파는 전부 북한 찬양하는 사람으로 말하는 것 그것이 나쁜 것이다. 무슨 빠니 어쩌고 하는 말은 정확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두번째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노빠니 유빠니 하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특성이 느껴진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왜 빠라는 말을 많이 쓰는가와 관련이 있다. 그들은 비합리적이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지지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말을 뒤집으면 그들 자신은 합리적이고 사실에 근거해서 지지를 한다라고 말하는것이다. 


나는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자기 철학을 고민해본 사람은 쉽사리 나는 합리적이고 넌 비합리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은 제 아무리 많은 지식을 자랑하고 확신에 찬 모습이 그럴듯해 보여도 깊이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지지하고 신뢰하는 것은 물론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것이지만 결코 절대로 그것이 전부가 아니며 어찌보면 그것은 오히려 작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공감대를 말로 표현할수 없으며 더구나 글이나 말로 자기 표현을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단풍을 보고 근사하게 시한수 쓸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단풍의 아름다움을 못느끼거나 덜느낀다고 할수는 없다. 말과 개념 단어에 모든 가치를 집중시키는 사람들은 세상이 논리로 이뤄지며 단어와 개념으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맹렬하게 비하하고 미친 사람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먼저 그들이 가진 그 잘난 논리와 합리성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가. 그렇다 그들은 밤새도록 자신의 철학과 지식에 대해 떠들어 댈수 있으며 보통의 사람보다 더 절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가장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가치와 윤리의 문제는 적어도 서양철학에서 역사적 미해결의 문제다. 뭐가 그렇게 절대적이고 합리적이라는건가. 그렇게 확신에 찬 사람들은 대부분 결국 얇팍한 이데올로기에 빠져있을 뿐이다. 결코 현실사회를 모두 포용하지 못하는 이데올로기로 세상을 보면서 확신에 차서 덜 확신에 찬 사람을 비웃고 조롱한다. 


확신이 없거나 무지하다고 해서 반드시 더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겠으나 노자를 생각해 보라. 그렇게 확신에 찬것이 뭘 의미하는지. 큰도는 반드시 어리석은 자에게서 비웃음을 산다고 한다. 자신은 그 어리석은 자가 아닌지 생각해 보고 남들을 무슨 빠라고 부르는가? 


논리에 가득찬 사람들이 종종 혹은 늘상 빼먹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정치는 바로 인간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필연적으로 논리 이상으로 윤리에 대한 것이다. 윤리는 빼먹고 논리로 좋은 세상 만든다는 것은 빵은 없이 케익만들겠다고 하는것과 같다. 윤리는 글로 쓰고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고정시켜서 말할수 있는것이 아니다. 적어도 지극히 어렵다. 그래서 부처님 말씀 예수님 말씀 수천년이나 된걸 읽고 또읽는거 아닌가. 


이웃에 대한 사랑의 정신이 없이 제아무리 논리를 잘쓰고 논쟁에 잘이긴들 좋은 사회를 만들수 있을까? 그건 마치 한무리의 위선자들이 모여서 협상을 잘하면 좋은 공동체가 이뤄진다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로 무슨 빠소리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들으면 세상 모든 것이 무슨 이권배분 문제로 들린다. 임금협상하듯이 뭉쳐서 힘을 늘려서 더 많은 이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좋은 세상이 만들어 진다고? 


노무현이나 유시민이 무슨 말을 하면 그들에게 감격해서 감정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걸 그렇게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나쁜 행동이 나오면 그건 나쁘지만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한편으로는 측은하다. 그들의 심정은 컴컴한 밤길을 걷다가 겨우 등불을 발견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한국 사회는 윤리, 가치적으로 근본이 너무 약하고 혼돈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고 나쁜 것을 가리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것을 알기가 참으로 힘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불안하고 화를 낸다. 그래서 한국은 아직도 보스형 정치밖에 잘 안되는 것이다. 


독립운동한 사람들을 높이고 역사를 바로 쓰고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을 높인 열사들을 널리 알리고 칭송하는 것은 그 사람들을 위해 그러는게 아니다. 그건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는 가치를 지켜야 공동체가 가치적으로 안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워싱톤을 채운 거대한 신전같은 구조물들은 그냥 거기 있는게 아니다. 그들이 구현한 미국이라는 사회의 가치중심을 미국 국민들이 확실한 공감대와 약속으로 알고 살아가야 가치의 기준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게 없다. 따라서 대중은 불안하다. 그들은 가치적 중심이 될 지도자를 원한다. 그런게 노무현이었다. 그런 지지는 논리를 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가치적 연결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자기폐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수 없다. 노무현의 가치기준으로 노무현은 비판되기 힘들다. 


그러나 쉽사리 그걸 끝없이 비판하는 사람은 이런 점들을 기억해야 한다. 난 모든 일에 있어서 논리적이며 가치 중립적이라고 말하는 사람, 이 일정부분 자기 폐쇄적인 가치의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말하는 사람은 완전한 바보거나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기는 마르크스빠, 폴라니빠, 프랑스빠, 독일빠이면서 남들이 무슨 빠인것이 엄청난 죄인것처럼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뜻도 정의도 잘 모르는 말을 줄줄이 성경말하듯 진리로 읍조리며 남들보고 너는 왜 빠냐고 한다. 


정치의 본질은 인간과 인간사이의 감화고 공감이다. 논리와 시스템은 그것이 이룩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긴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하면 부동산 해결하고 사교육문제해결하고 외교문제 해결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들은 실제 현실적 정치력이 하나도 없다. 그들은 그걸 국민이 무식해서라고 말하지 자신이 부족하다고는 잘 말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그건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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