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나는 지지하지 않습니다. 나와 매우 가치관이 다른것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하에서의 시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진보나 개혁세력쪽에서 어떤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여전한 현실인 것같습니다.
오늘은 듀나게시판의 5차시국토론회 녹취록이란 것을 읽었습니다. 개혁세력쪽에서는 나름 알려진 김대호 소장이 주요 손님으로 토론한 내용이었는데 나름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었으나 개인적으로는 희망보다는 실망이 좀더 많았던 것같습니다.
저는 그 토론회를 한마디로 줄여서 기계공들의 합창이라고 부릅니다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설픈 과학주의뿐이었고 시스템 뿐이었습니다. 논리로 가득찬 토론에서는 가치는 사소하고 이미 뻔한 것으로 가정되어 토론이 세부화 되면 될수록 가치가 압살되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그 토론에서 인간은 보이질 않습니다. 꼭같은 법과 사회제도 안에서도 다른 인간이 살아갈때 사회는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다른 소득수준이라도 행복의 정도는 전혀 다를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없이 객관적 수치와 환경이 결과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결국 현실세계는 돈을 나누는 것에 대한 것이며 공동체 정신이라던가 인간은 잊혀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의미한 숫자와 단어 놀음에 몰두합니다.
그들은 복지를 논하고 자유주의를 논하지만 정신은 논하지 않고 형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 복지인가 왜 자유중의인가 하는 기본에 파고드는 면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그 논의는 이미 우리보다 앞선다고 생각되어지는 누군가를 잘 복제하는 것에 관한 것이 됩니다. 존재하는 예가 있어야 논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국민통합과 같은 것에 대한 고민이 없으며 자신들이 1-2%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없습니다. 결국 98% 국민을 폄하하면서 민주주의를 꿈꾸는 셈입니다. 그 토론은 소위 계몽주의의 단계에서 그리 멀리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들만이 그런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거의 계절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디서도 국민통합과 사회정체성의 문제를 영향력있게 논하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국가주의는 주로 누군가를 동원해서 어떤 목적에 써먹으려고 할때나 나올뿐입니다.
물론 가치를 논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어느정도 힘을 싣는가를 보면 그들이 어디에 고민하고 있는가를 보게 됩니다. 한국은 아직도 서양에서 말하면 중세에서 계몽주의로 나가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세상의 물질과 시스템이 그렇지 못하니 그런 개혁은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가까이 와있습니다. 노무현 정신이 도대체 뭔가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유시민은 자서전을 쓰면서 정의로운 인간으로서의 노무현을 발견한 것같습니다. 정의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저는 노무현 스스로가 알던 모르던 노무현의 미덕은 진정한 실용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은 합리성을 추구하면서도 이데올로기화 되는 것을 피했습니다. 이는 학생시절부터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던 다른 진보세력과는 다른 점이며 이것은 아마도 그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성장한 독립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며 사회에 이미 나이가 상당히 들어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때문일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때문에 노무현은 여야양쪽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무현에게는 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연합정부를 꾸려도 상관없다는 식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일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훨씬 더 경직된 사고로 노무현의 언동을 배신으로 종종 인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의 후광으로 많은 이득을 챙긴 사람들도 말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적어서 일지는 모르나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앞으로 한발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철학적인 진보가 필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도올김용옥의 말들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도올 김용옥은 수학과 과학의 훈련을 매우 강조했지만 그 스스로는 과학자이거나 수학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그의 메세지를 비과학적인 내용에 실었습니다. 도올이 과학자였다면 아주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저는 자주 합니다. 그렇게 높은 대중 노출에도 불구하고 도올의 흔적은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코앞에 다가온 선거가 어떤 식으로 끝이 나건 국민들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은 역사를 반복하다가 변화의 힘을 잃어버릴것입니다. 그것은 또다른 비극의 시작이 될것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되지 않기를, 진정한 변화의 흐름이 생기기를 소망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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