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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시키 온천과 아사카시의 도서관에서 보낸 주말

by 격암(강국진) 2010. 7. 20.

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뭘하든 자유였기 때문에 뭘할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근처에 있는 시키의 온천에서 또 하루는 아사카시의 도서관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온천이라고 하니까 어디 멀리가는 것 같지만 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일본에는 워낙 온천이 많아서 동네목욕탕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차로가면 막혀도 30분이면 갑니다. 일본에도 온천으로 유명한 지방이 있지만 적어도 동경부근에는 동네마다 온천이 꽤많고 적어도 제가 사는 사이타마현에는 그런 것같습니다. 10km안에 있는 온천이 아마 5개는 넘지 않을까 어쩌면 10개쯤 될지 모릅니다. 



온천의 식당부분


온천에 가면 온천을 하는게 당연하지만 이렇게 가는 온천은 일종의 값싼 피서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아침일찍 일어나 온천에 가서는 온천을 하고 휴식소의 다다미자리 위에서 잠도 자고 가져간 아이패드와 피엠피로 영화도보고 책도 보고 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본의 이런 온천은 대개 온천이외에도 잠을 자거나 그냥 쉬는 휴식소가 있고 식당이 있습니다. 물론 에어컨이 잘들어오니 쾌적한 환경입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자다가 온천하다가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오니 몸이 매우 쾌적해서 좋았습니다. 







여러가지 노천탕들


그 다음날에 우리가 피서를 가기로 한곳은 근처 아사카시의 도서관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적이 있습니다만 일본의 시는 우리는 나라의 무슨 동쯤되는 느낌입니다. 그것보다는 좀 크긴하지만 구보다도 작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시키시니 아사카시니 해봐야 제가 사는 와코시의 바로 옆동네입니다. 



도서관의 외부


일본에는 시립도서관이 사방에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이 어쩐지 입시공부하는 사람들의 독서실 개념으로 굳어진 것같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시민들의 휴식소 개념이 훨씬 강합니다. 일단 구조자체가 그렇습니다. 동네의 도서관이란 대개 1층이나 2층정도의 규모인데 거기에 대학도서관처럼 조용히 입시공부할만한 장소는 비교적 작습니다. 물론 그런 장소가 있으며 일본도 역시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있는 고시생이나 입시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만 그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한국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나머지는 놀이방과 경로당이나 휴계소느낌이 납니다. 유치원생수준의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따로 있고 그런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많이 합니다. 푹신한 소파가 늘어서 있고 여러가지 잡지들이며 심지어 만화책도 있습니다. 아사카시 도서관의 경우는 시청각자료를 위한 장소가 중간에 있어서 헤드폰을 끼고 영화를 보게 된 곳도 있습니다. 


아사카도서관 내부를 보고 싶은 분은 이곳을 보십시요. 

http://www.city.asaka.saitama.jp/guide/bunka/commu/04_02_01.html



그러니까 말하자면 어린이 놀이방과 호텔라운지같은 느낌이 난달까요.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서관의 풍속도가 매우 다릅니다.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갔는데도 도서관에 사람이 가득합니다. 한국도 물론 입시공부하는 사람때문에 그럴지 모르지만 여기에 있는 것은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나 나이든 노인분들이 많습니다. 다들 우리가족처럼 피서하러 온것입니다. 


맨하탄에 살때 반즈엔노블같은 서점들이 아이들을 위해 놀이방이 되는 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http://blog.daum.net/irepublic/7887654 ) 일본의 경우는 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하는 면이 크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소개한 곳들은 결코 일본제일이라던가 대단한 곳이라서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서관도 온천도 그저 작은 동네 도서관이요 동네 온천일 뿐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단한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주변의 작은 것들이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하자면 저는 결코 한국과 일본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어디가 좋다 나쁘다라고 판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수준이 다르고 또 한국에 있지만 일본에 없어서 아쉬운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구체적인 하나하나를 복사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아닌것을 보고 한국에 대해 느끼고 우리가 뭘해야 할것인가를 느낄것은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로 시민이 휴식하고 교류할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이 동네사람들이 피서오고 그러다가 얼굴보고 그렇게 시작된 대화로 나가서 차라도 한잔하는 기회가 되고 그런 것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도서관은 그저 입시생들이 가서 죽자고 책보는 공간일 뿐이며 입시생활끝나면 도서관은 아무도 가지 않는 그런 장소가 되어버려서는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에는 공원들이 잘가꾸어져 있습니다. 이말은 시민들이 큰돈들이지 않고 시간낭비 기름낭비하지 않아도 동네의 공원이나 강변에서 휴식하고 놀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서관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하는 노력이 좀더 잘보인다는 느낌입니다.  차타고 멀리가느라 시간과 기름 낭비하지 않고 에너지 쓰지 않아도 시민들이 쉴수 있는 곳이 있는 곳, 그런 동네가 사람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겠습니까. 그냥 아파트의 값이 얼마나 오르나 내리나만 보거나 우리아파트만 좋으면 되는게 아니라 말입니다. 이러자면 시민들이 보다 지역자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눈과 귀는 중앙에만 쏠려있다는 느낌입니다. 


두번째도 첫번째와 다르지는 않은 것이지만 따로 떼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살기 좋은 동네라는 개념입니다. 아이를 가진 부부들은 돈과 시간의 제약에다가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생기는 문제로 인해 삶이 팍팍해지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부부들을 위해 유아원이나 탁아소 같은 시설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간편하게 보낼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에는 출산율이 낮아서 고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결혼해서 너무 행복하니 부럽다는 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는 이야기 보다 그반대되는 이야기가 한국에 가득한것 같습니다. 결혼하면 연애는 무덤이고 사람이 변한다는 이야기. 애키우는것이 죽을 것처럼 어렵다는 이야기가 세상에 가득합니다. 거기에 티브이 방송에서는 결혼으로 인해서 생기는 가족관계가 얼마나 사람들을 괴롭히는가를 말하는 드라마가 연일계속됩니다. 


시원한 개울이 있는 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가족이나 아이에게 책읽기를 가르치는 모습을 도서관에서 보는 것은 아마도 이런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줄일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행복한 가족을 봐야 나도 저런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싶다고 느낄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말은 젊은 아기를 가진 부부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대중적인 장소가 많이 있어야 가족생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는 것이 아닐까요. 어딜가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꽥꽥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수없어서 괴로워하는 모습뿐이라면 나는 적어도 빨리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를 가진 가족이 행복하게 살수 있는 동네가 활력이 있고 미래가 있는 동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결국 청소년과 노년층에게도 다 좋은 영향을 미칠것입니다. 


 어디 멀리가지는 않았지만 좋은 피서를 한 주말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주 개운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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