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을 10일간 방문하면서 그 기간동안 차를 렌트했었습니다. 공항에서 차를 빌려서 나중에 출국할때 공항에서 차를 반납했었죠. 돈은 들지만 나름 편리한게 많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타게 된 것이 기아 포르테. 이차는 우리와 인연이 좀 있는 차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본래 우리가 예약한 차는 아반테였는데요. 아반테가 고장나서 수리들어가고 대신 마련해 준것이 이차였습니다. 미안하다면서 가져온 차를 보니 주행거리 40km의 신차더군요. 그래서 덕분에 기아 포르테 신차를 10일간 모는 경험을 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녀석이죠.
전에 한국에 가서 아반테를 렌트해서 써본 경험은 그다지 좋지가 못했습니다. 일본차에 비해 너무 힘이 없더군요. 그래서 과연 신차는 어떤가 하고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포르테 신차는 자동차로서는 매우 훌룡했습니다. 운전하기 편하고 힘도 좋고 여러가지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주행할때 매우 정숙도가 높아서 조용히 달리고 가볍게 가속하는 차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이 사는 부부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실용적이고 좋은 차겠더군요.
그러나 한가지가 매우 극악했습니다. 그것은 에어컨입니다. 한여름에 에어콘이 너무 약해서 거의 무용지물이다 시피하더군요. 저는 에어컨이 고장났다고 생각해서 수리센터에까지 찾아갔으나 수리센터의 말은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 너무 더운 여름에는 본래 에어콘이 무용지물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일본에 돌아와 9년이나 된 내차의 에어콘을 틀어보자 전혀 느낌이 다르더군요. 신차이며 수리센터에서 정상이라고 점검까지 한 에어콘의 냉방능력이 그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아반테의 경험으로 부터 두번째로 의심하게 된 것은 혹시 한국차는 여전히 시간에 따라 급격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즉 신차를 타보면 외제차와 다를 것이 없는 좋은 차지만 3년쯤 달리고 나면 여러가지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탓던 몇년된 아반테들이 전부 출고때부터 이 신형 포르테보다 차이가 컸다는 것인데 몇년되지 않은 경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것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15년전쯤에는 한국에서는 차는 5년이면 폐차하는 것이라는 것이 상식에 속할 정도로 내구성이 안좋았습니다. 외국에 나와보니 10년된 차가 어찌나 새차같은지 놀라겠더군요. 한국차의 내구성이 크게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사실 그것도 생각해보면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아직 현대나 기아를 20년타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내구성이 좋아졌다고 선전하기 시작한게 10년정도 밖에 안되었으니까요. 차가 오래되면 부품도 구하기 어려운것으로 압니다.
세번째로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 차를 빌리면서 느낀 것은 한국은 가족용차량이 너무 비싸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가족이 탈수 있는 차가 대세를 이룹니다. 부자나라답게 비싼 스포츠카 스타일의 차도 워낙에 많기는 합니다만 도로에 나가서 지나가는 차를 보면 많은 차들이 실내공간을 극대화한 차들입니다. 어찌보면 버스나 봉고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많은 차가 가족들이 쓰기 편한 용도의 차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싼타페 같은 차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본은 싸면서도 그런 차가 있어서 가족용차량이 훨씬 대중화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들이며 차를 몇대씩 사지 않습니다. 결혼하고 애가 있으면 이것저것 많은 짐을 싣고 다니고 차안의 공간이 넓은 쪽이 매우 편리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도로에는 거의 세단형 차량만 굴러다닙니다.
이것은 몇가지 사실에 기인하는 것같습니다. 하나는 한국의 가족들은 차타고 놀러다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젊고 늙은 연인들이나 놀러다닐뿐 가족여행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여행까지 아니더라도 차로 한시간이 안걸리는 공원이나 산에 가족들이 주말에 다니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족용으로 쓰질 않으니 가족용차량이 절실하지 않은 것이지요.
두번째는 한국자동차시장의 폐쇄성때문에 그런 모델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수요가 있어도 그 수요가 신모델을 개발할 정도로 크지 않으면 현대나 기아에서 개발해 주지 않으니까 결국은 비싼 차빼고는 가족용차량이 없는 것입니다. 차값도 차값이지만 배기량이 큰차는 보험료에서 기름값도 많이 듭니다. 알뜰하게 살면서 가족생활을 즐기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이 사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반대로 일본은 그런 차들이 주종을 이룹니다. 배기량이 크지 않으면서 내부공간이 넓고 캠핑이나 가족용여행에 적합차가 거리를 뒤덮고 있습니다. 1500cc나 2000cc에 그런차들이 가득합니다. 세단형 차량은 조폭이나 타는 거라는 말이 자동차 딜러입에서 나올정도니까요. 반대로 작은 소형차도 종류가 무척많습니다. 일본의 거리는 경차와 가족용차량이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냥 말만 하면 심심하니 예를 들어 봅시다. 다음은 토요타의 노아라는 차입니다.
2000cc이며 8인승차량입니다. 제가 알기로 200만엔정도 하는 것으로 압니다. 지금은 엔화환율이 워낙 올라서 한국돈으로 더 비싸졌지만 몇년전 참여정부시절만 해도 100엔이 800원밖에 안했습니다. 그때는 2천만원도 안하는 차였습니다. 토요타는 이것보다 더 작은 씨엔타라는 차가 있고 더 큰차로는 알파드라는 차가 있습니다. 모두 위차처럼 박스형으로 생기고 많은 사람이 타는 가족용차량입니다. 씨엔타는 1500cc이지만 7명까지 탈수 있고 가격은 150만엔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씨엔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효리가 한때 타고 다녀서 유명해진 닛산의 큐브도 1500cc차량이고 씨엔타와 가격대가 비슷합니다. 그것도 이렇게 생겼습니다.
물론 한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저런 차들이 멋없어 보인다라고 하면 간단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역시 차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는 가에 따라 달라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속도감을 즐기고, 액션스타가 된 느낌을 즐기고, 야타족이라도 할것처럼 이성을 끌 그런 그림을 그린다면 당연히 저런 차는 매력이 없지요. 그러나 차를 몰고 산으로 바다로 가서 캠핑을 한다던지, 아이들과 아내와 자동차로 여기저기 다니는 그림을 그린다면 보다 여유공간이 넓고 차안의 사람들의 대화가 쉬운 차가 멋있어 보이게 됩니다.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것에 어떤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차를 살수 있는 사람의 대다수가 기혼자이며 많은 수가 아이를 가진 것이 현실인데 한국에서 차에 대해 그리는 그림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이 정상일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아 포르테 좋은 차입니다. 하지만 2천만원정도의 돈을 가지고 차를 산다면 한국의 애딸린 가족은 고를 차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큰차를 사자니 몫돈도 돈이지만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것이 걱정됩니다. 그렇다고 2천만원정도로 차를 사자면 포르테 정도나 아반테같은 차밖에는 차가 없지요. 저역시 차를 빌리는데 제약이 많았습니다. 비교적 장기간 렌트이기 때문에 싼타페같은 실내공간 넓은 차가 좋겠지만 그러면 비용이 급증하더군요.
우리형님은 비싼 SUV를 사고자 하면 살수도 있겠지만 일단 삼성 SM5를 몰고 다니십니다. 그래서 부모님이라도 오시면 그차에 사람들이 타질 못해 야단입니다. 장거리 여행가려고 하면 비좁고 힘겹죠.
한국 가족들의 생활도 변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현대나 기아가 그런 요구에 반응해서 적절한 모델을 내놓을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렇다고 과연 수입장벽을 철폐해서 다양한 모델이 들어올수 있게 할것인가 하는 것도 의심스럽고요. 결국 한국 사람의 생활이 보다 가족적으로 변해갈수록 이 자동차 모델이 주는 모순의 압력은 더더욱 커져만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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