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야기해 두고 싶은 것은 이 글은 이렇게 하면 돈을 잘벌게 되고 이렇게 하면 좋은 직장이나 명성을 얻게 된다는 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으며 그런 것들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그런 관점을 가질 때는 이미 성공이란게 뭔지, 지향해야할 목표라는게 뭔지를 마음속에 정해 놓고 듣게 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세상에는 성공담들이 워낙에 많습니다. 사람들은 돈이나 명성이나 지위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지만 성공의 가치가 획일적입니다.
돈이나 이름은 쫒을수록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것들은 결국 유산으로 물려받거나 로또를 맞는 경우처럼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면 희소가치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성공담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그 반대입니다. 마치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때 나도 빚내서 부동산을 사야 한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투기는 옳지 않지만 투기를 한다고 해도 열풍이 불기 전에 해야 돈을 벌지 세상이 이미 부동산으로 떠들썩할 때 투자를 하는것은 돈을 빼앗기는 개미가 되는 길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길, 상식적인 안전해 보이는 그 길은 실은 거대한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는 길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항상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쉬운 먹이감을 찾고 있고 미디어와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해서 시스템의 포로가 되면 대량생산된 깡통,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같은 처지가 되기 쉽습니다. 그럼 희소가치가 없으니 원하던 성공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시스템의 약속이 그럴듯해 보이고 다른 길이 없어보여도 말입니다. 마치 소비자에게 유리한 보험계약을 불리한 보험계약으로 대체하라고 권하는 보험사처럼 그들은 이러면 성공한다는 유혹으로 사실은 이미 여러분의 손에 있는 성공을 빼앗아가려고 합니다.
제 형님은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임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높은 자리에 계시시지요. 삼성을 입사하고 싶어하는 대학을 졸업한 분들이 보기엔 아주 부러운 자리일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분이 그 자리에 오르기 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의 시간이 필요했는지 알고 있고 지금도 얼마나 바쁘게 지내는지, 얼마나 경쟁에 시달리는지 알고 있으며 특히 저의 형님의 경우는 지금 사회에 들어가려고 하는 분들보다 훨씬 유리한, 삼성의 팽창기에 입사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과연 재능있는 젊은이가 그 길을 추구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겟습니다. 갈 만한 길인지, 행복한 길인지, 끝까지 갈 수는 있는지, 그럴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형님이 불행하다거나 그런 생활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이 아닌데 사회적으로 인기있는것이라고 해서 팔아서는 안되는 것을 팔아버리는 경우, 그 댓가로 받게 되는 것이 결코 기대만큼 큰 것은 아닐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경우 그들은 마치 수십년 경력의 노련한 사기꾼 집단 앞에 홀로선 초등학생의 입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게되곤 합니다. 시스템은 이윤을 추구하고 최대한의 이윤을 젊은이들에게 짜내려고 합니다. 자기를 지키고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기란 실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은 따뜻한 사회의 온정을 기대하지만 미안하게도 세상이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모두들, 다시말해 기성세대도 쫒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쫒기고 있기는 사실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심히 책을 읽고 실력을 키워야 할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몸도 단련해서 에너지가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세상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나침판을 지키는 일입니다. 지식은 무한합니다. 천재로 태어나지 않았다면야 노련한 기성세대나 뛰어난 재능의 다른 사람들과 단순히 힘으로 밀어대서 경쟁이 되질 않습니다. 이책 저책 마구 읽어서 일년에 한 천 권쯤 읽으면 좋은 걸까요?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바보가 되고 말것이며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 해내겠다고 무리하다가 건강을 잃거나 결국은 시간낭비만 하게 되기 일쑤입니다. 대학입시공부를 해본 사람은 압니다. 마라톤 달리기처럼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지 확 달려들어 하루이틀에 뭘 하려고하다가 탈진되어 쓰러지는 식으로는 별로 공부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나침판에 따라 차근 차근 느리게 살아야 합니다. 느린 것이 빠르고 빠른 것이 느린 것인 경우는 인생에 많이 있습니다. 너무 서둘러 달리다가 보면 넘어지고 뒤로 가는 길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나침판을 따르는 길은 때로 겉보기에 그렇거나 실질적으로도 낭떠러지로 뛰어 내리는 어리석은 길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안정된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큰 돈을 벌수 있는데도 포기하는 길, 당장 다음달 생계가 걱정되는데도 대책도 없이 사는 길일수 있습니다.
안정된 삶이란 어떤 의미로 변화하지 않는, 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 그것이 돈이든 명성이든 인맥이든 - 가지게 되면 더 많은 외압이 몰려옵니다. 우리를 꼼짝못하게 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당신이 이미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나침판에 따라 남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반드시 돈과 사회적 성공으로 가는 것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보장해 줄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뭘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방향을 알아도 그 길을 갈 단호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나침판을 가지고 있고 나침판을 따르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주변이 어둡고 태풍이 불고 있나 없나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이전의 일입니다. 지금 나의 현실은 단순히 부정한다고 좋아하거나 싫어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응당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책을 보고 응당해야 할 일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속의 나침판이 지금 그 책을 읽을 때라고 말하니까 책도 보는 것입니다. 항상 가치판단이 먼저입니다.
마음속의 나침판이란 이미 말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느끼는 힘입니다. 그 힘은 지식이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힘은 자기를 정돈하지 못하고 초조에 쫒기고 과로에 시달리고 하면 약해 집니다. 그 힘이 살아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고독이 필요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고 살아왔는가에 대한 사색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기안의 족쇄를 풀어내야 합니다. 자기 안의 목소리가 미약하다면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사람들을 부속품으로 필요하는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그 부속품들이 값싸고 튼튼할 수록 좋겠지요. 그러니 현대 사회는 집단 세뇌를 하고 집단 마취를 합니다. 신문사설이나 대학교수의 말을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그것들을 믿을지 모릅니다. 그것들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신문사설은 신문사가 선택한 필자의 목소리고 대학교수도 대학재단이 선택한 사람이라는 것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즉 누가 퍼뜨리고 싶어하는 목소리인지를 기억하고 들어야 합니다.
교육, 특히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이란게 뭡니까?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온 교육이란 세뇌에 가깝습니다.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이러저러한 것이 가치있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판단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려준 것입니다. 그것도 오염된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의해 뒤틀린 것이죠. 기성세대들이 사는 것이 아름다워 보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짜맞춘 교육시스템이 여러분에게 가르쳐 준 것에 독이 안 들어 있겠습니까?
당신은 아.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가상세계를 빠져나온지 오래다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축하할일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지금 그 세계도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낸 가상세계일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는 층층히 존재합니다.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길이 실은 더욱 강력한 가상세계로 가는 길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데올로기에 빠지는 길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란 것도 보기나름에 따라서는 가장 우리의 자유를 구속하는 사상일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는 마치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물리적 법칙을 따르는 분자들이 들어있는 통처럼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는 통이며 인간은 분자입니다. 물리적 법칙처럼 사회적 규칙은 신성한 것이며 이런 관점에 따라 당신은 남의 자유를 침범하지 말라, 규칙을 따르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복잡한 사회적 규칙은 언제나 사회적 기득권이 만들어 낸 것이고 우리는 자유주의적 정신에 의해 우리 내부에서 발견하는 우리가 싫어하는 것, 우리가 매우 낮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말할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합니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누군가를 비참하게 착취하거나 심지어 공권력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살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전히 그것은 그저 물리법칙처럼 피할 수 없는 법칙의 결과라고만 생각하게 됩니다. 자유주의 사상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항상 장님입니다. 우리가 장님이란 것을 알고는 살아야 겠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거기에 빠져서는 그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으며 일단 그세계를 빠져나오고 보면 뻔히 보이는 것도 전혀 보이지 않게 됩니다.
마음 속의 나침판은 외부의 조건에 상관없는 자신에 대한 긍지를 줍니다. 행복은 기본적으로 자기만족에서 옵니다. 스스로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행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요? 돈때문에? 지위때문에? 아닙니다. 재벌회사의 사주들도 그들끼리 모이면 다 평범한사람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난뱅이 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들만 모이는 자리에 가면 대단한 교수들도 보잘것없는지식인이 되고 맙니다. 돈이나 지위가 행복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실은 대개 그것을 가지고 행복하게 만들 누군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인이거나 가족이거나 친구거나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죠. 대단해진 우리를 칭찬해줄 누군가 말입니다.
그러나 심지어 그 사람도 우리곁에 영원히 있지는 못합니다. 몸도 늙어갑니다. 기억력도 나빠져갈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있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지킨 마음속의 나침판, 우리 자신밖에 없습니다. 이기적이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기적이 된다는 것은 마음속의 나침판이 고장난 상태입니다. 나라는 것이 이 몸뚱아리요. 이 몸뚱아리 주변에 테두리를 치면 내가 그 안에 온전히 다들어간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죠. 그런 생각을 버려야 마음의 소리를 들을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면서 다시 지금 이순간, 여기 이장소로 돌아와 봅시다. 지금 우리앞에 있는 질문은 언제나 지금 이순간 나는 뭘 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는 여러가지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생각들이 과연 온전히 내 마음의 소리인가 아니면 어떤 주입된 계산에 대한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조잡한 계산, 복잡한 계산, 근심 걱정이 던지는 목소리를 지워야 합니다. 그래서 아플 때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저는 산책하면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산책을 하면 오히려 조용히 앉아있는 것보다도 정신이 맑아집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지금 뭘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운동이나 청소나 간단한 잡무를 하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기쁘건 슬프건 우리가 살아가는 길은 지금 이순간 응당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이 이외에는 없습니다. 때로 마음의 목소리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두려울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그 길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한가지가 좋아집니다. 바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게 됩니다.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고 모르는채로 있기 때문에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며 살만한 것입니다. 무지해야 마땅한 것은 무지한 채로 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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