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좋아하는 책.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서울대 장경렬교수의 번역으로 재출간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책을 너무나 좋아했던 나머지 내가 재번역해서 출간할까 하는 생각까지도 했던 적이 있다. 진지하게 이책의 번역출판을 고려해보던 때 나는 이 책의 저작권을 가진 출판사가 재출간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다.
http://tln.kr/1pjn4#aladinchoice
나는 이책을 읽을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말해 이 책은 그렇게 쉽지 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지식적으로 어렵다 쉽다를 넘어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더더욱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이며 그것은 이책이 기본적으로 철학책 그것도 가치의 문제를 논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는 훌룡한 소개와 리뷰를 써주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나는 기대하지만 거기에 내 소개가 하나 더해진다고 해서 크게 나쁠것도 없으며 뜻밖에 별다른 반응도 없이 이책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때문에 소개의 글을 하나 쓰기로 한다.
이 책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이책은 두권의 책이 서로 꼬이듯이 진행되어가는 책이다. 한권은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의 평원을 달려여행하는 한부부와 한부자의 여행기다. 또한권은 가치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진전시키는 철학서다.
이 책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수 있는가. 이책의 용도는 다양하다. 우선 마음이 왠지 불안하고 초조할때 여행기부분을 읽으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을 달려나가는 오토바이에 대한 이야기만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것은 거의 없다. 줄거리나 철학이나 그런걸 따지기 전에 그냥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두번째로는 인간관계 특히 아이들의 심리에 대한 책으로 읽을수도 있다. 책속에는 주인공의 아들인 크리스의 행동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말들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친구와의 관계, 부부관계등에 대한 것도 나온다.
세번째로는 여행기다. 이글은 책의 서두에 써있듯이 실제에 기반해서 써진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구체적으로 지도에 이 여행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알려주는 홈페이지가 있을 정도다.
네번째로는 철학에 대한 대단히 주관적인 소개서다. 철학공부해보자고 하면 턱하고 등장하는 서양철학사의 줄줄이 등장하는 이름들에 질렸다면 이 책이 행하는 식의 소개도 유익하다.
그밖에도 많은 것들이 녹아있는데 그 모든 것들은 필요없는 군더더기 없이 하나로 조합되어 각각의 부분보다 훨씬 더 큰 주제를 다룬다. 그것이 바로 가치문제에 대한 시각의 전환이다.
책은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질수 있다. 사실은 나도 한때는 이책을 부분 부분 몇번을 읽었는지 알수 없을 만큼 읽었으며 한권을 잊어버리고 다시사서 읽은 책이 낡아질정도로 시간날때마다 들춰읽었었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은 책이지만 책 전체에 걸쳐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 것은 주인공의 투쟁과 희생이다.
모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아주 순진한 질문 즉 저건 왜 그럴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정도의 차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질문을 어느새 멈추고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하고 받아들인다. 한번 받아들였더니 그위로 층층이 지식과 관습이 쌓여서 나중에는 자신이 뭘 그냥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는지 알수도 없을 정도가 된다.
그런데 여기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는 모든 것이 말이되게 만들고 싶어서 남들이 멈추는 곳을 그냥 마구지나가 자기파괴에 이를정도가 되었다. 그는 끔찍한 정신병치료를 받을정도까지 이르고 가정이 파괴되는 수준까지 이른다. 한국과 인도를 돌아다니고 산속에서 늑대를 볼만큼 굶어가면서 생각에 잠길정도다. 직업의 위혐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다시들어가고 다시 교수들과 싸우는 일을 서슴치 않고 행한다.
이 책은 아이큐가 높아서 대학에 조기입학할 정도의 영재였던 사람이 그렇게 치열하게 자기 철학을 추구한 결과를 서술한 것이다.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어느정도까지 수긍하고 받아들이던간에 그런 고민의 결과들을 읽을수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것이다.
그는 권위적이지 않기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전통적철학과의 관계도 논하지만 사실상 그 핵심적 내용부분은 거의 아무런 다른 사람의 힘없이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쌓아올린다. 다시 말해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이라던가 랑시에르에 따르면 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하게 그의 논의를 쫒아갈 용의가 있는 사람에게는 보석같은 책이다. 대개 그런 말과 정의의 연쇄사슬은 번역의 불확실성, 개념해석의 오류등으로 인해서 결국 어딘선가 안개처럼 길이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논증들은 그런게 없다. 다 자신이 직접 만든 길이며 개념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쓴다.
그는 일단 미국사람답달까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즉 그는 그저 추상적 말장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철학적 설명이 행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철학적 사색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친구와 만나고 아이들을 키우는데 있어서 우리의 개인 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가 소설전체에서 행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분석해 들어가서 그 뿌리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왜 오토바이 정비하는 이야기를 친구는 싫어할까. 그는 그냥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어떤 바탕이 되는 문제가 있다. 모든 것에 대한 바탕이 되는 문제를 추구해 들어가면서 그는 다시 많은 것들이 만나고 이어지는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것이 소위 고전주의적인것과 낭만주의적인것과의 불화이며 다시 그 문제를 너머 존재하는 것이 가치의 문제다.
그가 행하는 것은 일상의 분해, 문화의 분해다. 그를 통해서 그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형이상학적 가정을 밝혀낸다.
진정으로 가치있는 가치의 문제나 형이상학의 문제의 논의는 결코 논리만으로 행해질수 없다. 그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따라서 그는 책 전체에 걸쳐 자기가 말하는 철학의 결과로 나타나는 살에 대한 체험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표면적으로 우리는 어떤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 답은 이미 첫장부터 제시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고속도로를 가득채우며 일터로 떠나는 사람들의 우울한 표정을 보면서 느꼈던 것, 왜 우리가 자연속에서 치유되는가에 대한 것이 이미 그 답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책은 계속 여러번 읽어야 한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틈틈이 아무대나 펴서 읽으면 일상속에서 다시 기계적으로 변하가는 자신을 추스릴수 있다. 주문을 외듯 중얼중얼하면서 이책을 읽고 그러면서 한발한발 이해를 더해가다 보면 이책의 맛이 계속 스며나오는 것을 알수가 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이책이 이거야 라고 단정짓지 않는 것일 것이다. 모르는 것을 배우려면 그래야 한다. 우리가 아는 지식으로 이건 이거다라고 단정짓고 나면 책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즐거운 부분을 즐겁게 계속읽어야 한다. 그러면 어느새 인생의 커다란 재산이 될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체험을 주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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