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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권의 세가지 실패

by 격암(강국진) 2010. 11. 24.

10.11.24

최근에 노무현 자서전을 읽고 소감을 썼습니다. 오후에 산책을 하면서 만약 누군가 그 글을 읽는다면 자연스레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그럼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답은 뭘까요?

 

먼저 말씀드릴것은 저는 여기서 그것을 민주정권의 세가지실패라고 했지만 이것을 반드시 김대중이나 노무현의 실패만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 지적이 옳다는 가정하에 정권의 최고책임자로 그것을 보지못한 책임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것도 있었을 것이며 국민이나 그 정권들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바람을 대통령탓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첫번째, 미디어의 실패

이 부분에서 제가 특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인터넷이라는 매체 개선의 실패입니다. 인터넷은 한국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것은 민주화라는 특징과 어울리는 매체가 인터넷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매체들은 결국 자본에 의한 독점상태입니다. 신문도 그렇지만 방송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돈 안드는 매체가 나왔습니다. 그것이 인터넷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멈춰있는 매체가 아닙니다. 더 빨라질뿐 아니라 새로운 흐름이 계속 나옵니다. 그런데 그 발전이 참여정부들어서 거의 완전히 멈췄습니다. 그때의 대세인 무선인터넷환경의 확장이 완전히 멈췄고 외국에서 스마트폰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아무 발전도 없었습니다. 

 

한때 전세계 무선 핫스팟의 절반이 한국에 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세계1등이었으며 그것은 단지 환경만은 아닙니다. 세계를 흔든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사실은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등으로 우리가 앞서고 있었으며 한국의 온라인게임도 커지고 있었습니다. 아바타같은 것을 사고판다는 생각도 지식인서비스도 한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출신의 진대제장관은 장미빛 계획만 발표했습니다. 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재벌기업들이 모여서 한국의 미래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그들은 제 살 깍아먹기인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해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이폰이 한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 이전의 몇 년간 한국사회가 얼마나 닫힌 사회였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디어발전이 정체되면 결국 자본과 인맥을 장악한 세력이 새로운 미디어도 장악합니다. 인터넷은 포털중심으로 바뀌고 사람들이 아고라에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큰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인터넷신문들도 광고라는 형태, 포털종속이라는 형태로 자본에 종속되게 됩니다.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매체가 사라지자 노무현대통령이 대선을 치루던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됩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인터넷은 반보수파들만 있었습니다. 노무현을 탄핵에서 구해낸 촛불집회도 인터넷에서 나옵니다. 이제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갇혀있습니다. 

 

다만 최근 소위 쇼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새로운 정권, 새나라를 만들자면서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뭉치게 할 미디어를 잃어버린 것은 민주정권의 실패입니다.  

 

두번째, 학문적 실패

한국의 사학재단의 이사들은 어떤 정당을 지지할까요? 그들은 보수입니다. 그리고 대학은 재단의 지배를 받습니다. 이 말은 새로운 민주정권이 자신들의 개혁, 자신들의 혁명을 세밀한 철학과 설계도로 설명하고 설파할 학문적 뿌리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은 한나라당은 유학파 박사들을 가지고 체제선전을 하는데 이쪽은 그저 자기들끼리 빈 방에서 책읽은 몇몇사람들끼리 통일성도 없이 체제선전을 한다는 느낌입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그것은 온 국민의 사고를 바꾸는 문화운동이어야 하고 그 문화운동의 이론적 중심이 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민주정권 10년이 지나도 한국에 개혁의 대못을 박을 개혁적 대학은 출현하지 못했습니다. 이 분야에 투자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이든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든 아무튼 이래서는 결국에는 무너질수 밖에 없습니다. 이과제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책좀읽었다고 하는 사람중에 김대중 노무현을 우습게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래선 안되는 것이죠. 학문적 집단이 권위를 만들어 새로운 체재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사학법논쟁이 이와관련되어 떠오릅니다. 한나라당은 사학재단 투명화를 지향하는 사학법을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 있어도 막을것처럼 야단이었습니다. 사학재단의 운영투명화는 개혁의 핵심적과제이자 한나라당의 역린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경제적 구조개선의 실패

경제적 구조라고 하면 여러가지를 말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재벌중심의 구조를 말합니다. 중소기업의 발전과 보호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이란 그 수가 많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질서를 창출하는 원리와 소수 재벌이 국내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원리는 다릅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재정적 토대가 너무 빈약했습니다.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모여서 그 뒷받침을 할수 있도록 하는 분야의 발전이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개혁은 뒤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아마도 지방분권화로 그것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지방의 경제도 재벌이나 기득권이 차지한 가운데 지방분권화를 해봐야 그 지역의 대표들은 그 지역의 이익을 배반하는 한나라당후보들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개혁정부를 지지하는 힘으로 자라나지도 못합니다. 중소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면 대기업은 자연히 약화됩니다. 대기업의 힘은 결국 대기업을 나와도 갈 곳이 없는 엘리트들의 억지 충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개혁은 적어도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생존할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즉 조선일보 다니다가 더러운 것을 보고 때려치고 나왔더니 월급은 절반이지만 그럭저럭 살 수는 있고 마음은 편하다 수준은 되야지 생존자체가 안된다는 식이면 개혁은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혁을 지지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식인을 위해서는 연구소나 대학이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이라도 새로운 문화로 움직이는 기업이 있어서 삶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맺는말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같은 태블릿의 보급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기본적인 것은 가치문제에 대한 기본적 고민으로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반성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위에서 지적한 것들은 모두 한가지 방향을 가르킵니다. 바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가진 인터넷 환경의 창출입니다. 그것이 보다 미디어를 민주적으로 만들것이며 재벌이 아닌 중소기업, 1인기업의 발전을 도울 것이며 개혁의 정신적 지주가 될수 있는 지식인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몇명의 지식인들만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면 책을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형식으로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온라인 자유대학을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것은 아직은 꿈같은 일이며 무엇보다 아이디어 이전에 사람이 중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서 봉하마을을 살기좋은 농촌만들기, 새로운 방식의 삶을 시연하는 동네로 가꿀 수 있었다면 그래서 그것이 교육이되고 대학이 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위대한 사상가, 위대한 행동가가 필요합니다. 환경의 변화는 그런 사람들의 출현을 약간 더 쉽게 해주는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스마트폰 보급에 따르는 생활의 변화가 곧바로 한국사회개혁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큰것입니다. 그러나 환경의 변화속에서 언젠가는 대풍이 드는 때가 올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나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어찌되었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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