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한국 대기업들의 착각

by 격암(강국진) 2010. 12. 3.

기업이란 본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큰 이윤이난다. 이것은 자본주의시대의 초기부터 있었던 일로 잉여생산물을 팔아치울 소비시장을 찾아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던 것도 이때문이다. 더 큰 이윤은 더 큰 회사를 만들고 더 큰회사는 더 큰 시장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는 가운데 한가지 착시현상이 일어날수 있으며 난 삼성이나 현대자동차등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대기업들은 결코 한국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며 아무리 글로벌화를 외쳐도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한국사회의 힘에 기원한다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벌써 무슨 말할지 다알겠다는 분도 있을 것이고 대기업이 설마 우리가 한국자체라고 주장한적이 있냐면서 억울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따라서 판단은 약간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기업이 점점 더 큰 시장을 요구하게 되면 자연스레 세계시장을 노리게 되며 살곳은 거기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시장이 미래고 살곳이며 한국시장은 과감히 미련을 끊어야 할 과거요 현재처럼 보인다. 심하게 말하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발판으로 쓰고 버릴 곳처럼 생각할수도 있다. 


이게 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미 대기업들의 주식은 상당수가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으며 삼성도 현대자동차도 자국의 국민들에게 디스카운트를 해주거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커녕 그반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실적으로는 한국시장에서 돈벌어서 외국시장에 뿌리거나 한국시장따위 아무래도 좋다. 우리는 세계로 간다는 식의 시점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즉 기업들이 탈국적화, 글로벌화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내가 말하는 일들은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세계적 기업이 되어 미국이나 중국 인도등 다른 나라에도 회사를 세우고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가 무슨 민족주의도 아니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촌스럽고 억지스럽지 않냐고 할수도있다. 


그러나 성장이 전부가 아니며 어떤 성장은 성장후 죽기위한 독일수 있다. 국적이 없이도 존재를 유지할수 있다는것은 착각이며 따라서 재벌기업들은 탈한국화할수록 죽음에 가깝게 갈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 한국사회도 큰 타격을 받게 될것이고 말이다. 


왜 그런가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삼성이나 현대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존재할수 있는가. 없다. 나는 단지 재벌기업의 소유구조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그렇다. 소니나 구글의 사장을 세습한다는 것이 가능할리 없다. 그 세습이 어찌 단한명의 세습이겠는가 회사는 분명 온갖 정치논리로 얼룩질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을 제쳐두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가능한가. 그래도 가능하지 않다. 미국인이나 일본인 유럽인같은 선진국 인력을 데려다가 한국의 사람들을 쓰는 것처럼 고용하고 월급주고 하면서 회사경영이 가능했다면 삼성은 이미 미국에 있을 것이다. 


배부른 선진국인력이 아니라 인도나 베트남이나 중국인력같은 사람들을 데려다가 쓰면 안되겠냐고 할수도 있다. 인력의 질도 문제지만 그들이 한국 인력이 한국기업에서 보여준것 같은 희생과 충성심을 보여줄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그들이 삼성에서 삼성에 돈을 벌어다줄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면 그들이 왜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로 이직하지 않겠는가. 


한국 대기업의 힘은 한국인들의 힘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여러가지 다른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대기업의 현재처우아래서 일하는 것은 한국 사회, 한국 문화가 주는 구속력때문이지 다른게 아니다. 삼성에 입사하면 동네에 자랑할수 있다는 식의 기업이미지, 아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는 한국에 살아야 겠다는 생각, 어린시절부터 여러경로를 통해 흡수한 한국사회관행에 대한 적응이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한국기업에서 참고 일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한국기업의 경쟁력의 뿌리라는 것이다. 


오해를 막기위해 한가지를 말해보자. 나는 어떤 한국인이 인도나 미국에 가서 기업을 세워 세계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일이 일어날수 있다고 믿고 일어나길 바란다. 다만 이미 한국적 풍토에서 자라나서 거목이 된 회사들이 그런 식의 탈태환골을 꿈꾸는 것은 차라리 이재용이 혼자서 미국가서 회사세워 구글처럼 된다는 이야기만큼이나 허황된 것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미 기존에 있는 인력과 질서가 있는데 그걸 모두 버리고 탈국적화하는게 가능할리 없으며 특히 그렇게 하면서도 성공적인 기업으로 남는다는 것은 상상속에나 일을법한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재벌의 지배는 같은 총수일가가 계속하면서 말인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더큰 이윤을 위해 국제화만 계속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일단 대기업이 한국 자체가 아니다. 대기업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급속도로 식는다. 그들은 이제 식민지 총독처럼 한국사회의 피를 빠는 악당으로 여겨지기 쉽다. 국제화는 완결되지 않는 가운데 자국인들의 애정이 식으면 대기업은 빙하기에 들어가 굶는 공룡처럼 될것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대기업들이 국제화를 추구하려면 오히려 자국민들에게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로 가지만 한국사회에 더 많은 것을 주기위해서 세계로 간다는 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한다는 것은 지금과는 반대를 의미한다. 즉 자국시장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은 서비스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적자를 보는한이 있어도 싼가격에 물건을 공급하고 돈은 외국에서 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다. 


내가 한국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국적을 버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의 일개기업을 싫어하고 미워하고 그대기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탈퇴하는 것은 훨씬 쉬운일이다. 삼성과 현대같은 회사들은 자기힘에 도취된 나머지 자신을 한국자체로 알고 자신들이 잘되는 것이 한국이 잘되는 것이고 한국 사회는 무조건 자기들을 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대기업들이 항변할것처럼 국제화는 피할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한국의 자국시장만 바라보면서 살기는 어려울지 모르며 부족한 힘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려니 어쩔수 없는 면이 있을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떵떵거리며 살려고 하니 사기도 치고 범죄도 저지르는 수밖에 없었다라는 말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가? 떵떵거리며 살겠다라는 목표가 인정할수 있는 것이라고 해서 그 수단이 뭐가되도 다 어쩔수 없는게 아니다. 어쩔수 없다. 어쩔수 없다라고 말하는가운데 대기업들의 행태는 그 자신을 죽이는 길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민폐가 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계적 기업으로 자라나겠다는 목표는 미국처럼 부유하고 큰 나라에 태어났으면 더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건 그냥 망상이다. 현실은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들이고 기업들이다. 그걸 바꿀수는 없다. 그런가운데 어쩔수 없다면서 바보짓을 하는것은 아닌가. 


얼마전에 미국의회에서 과학연구관련 예산을 깍으려는 사람에게 이런 말이 건네졌다고 한다. 비행기의 무게를 줄이려고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엔진을 가져다 버리지는 않는다. 나는 비슷한 말을 한국 대기업들에게 할수 있을 것같다. 세계적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가운데 한국에 붙어있는 자기 뿌리를 잘라버리면 한국사회도 문제지만 기업도 망하고 말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