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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급식과 유상 급식

by 격암(강국진) 2011. 2. 15.
일본영화 스윙걸즈에 보면 말버릇처럼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그가 이세상사람은 스윙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말은 틀린게 없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식으로 말할수 있다. 틀린게 없으므로 이런 말에는 반박할것도 없다는 뜻일까?

이 세상의 것은 무상인 것과 유상인 것이 있다라고 말해보자. 이말도 결코 틀릴게 없다. 이세상에 무상이면서 유상인 것이 있을수 없다. 유상인 것은 그 정의상 무상이 아닌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상급식 유상급식을 구분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에 하등문제가 없어 보인다. ,,, 그런데 정말 그런가? 

그렇지 않다. 나누는 것은 참이지만 나누는 행위자체는 항상 의미가 있다. 세상에은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세상에는 장애인과 정상인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세상에는 노동자와 고용주가 있다는것도 그렇다. 나누는 행위는 항상 의미가 있고 그 안에 깔린 가정이 있다. 

이런 걸 생각해보자. 조건없는 장학금은 무상학자금이다. 그런데 장학금을 장학금이라고 부르지 우리는 무상학자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머니가 아침마다 아들에게 밥을 차려주면서 돈을 받지 않으니 그 밥은 말하자면 무상 아침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들에게 여기 있다. 무상아침. 이라고 말하던가?

나는 복지와 관련되어 터져나오는 무상 유상의 논쟁이 이따금씩 매우 천박하며 기본적 고마움을 결여하고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무상급식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법에 따라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서라도 이를 막겠다고 나서는 오세훈 시장의 행동이 매우 거슬린다. 

엄밀하게 말해서 누구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 모든 다른것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다. 자신이 그것에 대해 모두 비용과 댓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오만하고 고마운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밖에 말할수가 없다. 그러니 매사를 유상이니 무상이니 따지려고 든다는 것은 일견하기에 반박할수 없는 방식인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매사를 돈으로 보는 방식, 자신이 세상으로 받은것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쉽게 행할수 있는 말하는 방식이 아닌가 한다. 

나는 모두가 모두에게 의존하여 살기때문에 사유재산같은거 인정하지 않고 가진 재산 전부 남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식의 극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복지정책을 실천하려면 예산의 분배와 세금징수라는 면이 있기 때문에 유상, 무상하는 구분과 논의가 나오는 것자체를 이해할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유상이니 무상이니 하는 소리를 너무나 강하고 극단적으로 길게 하다보면 이것은 유치하고 부끄럽고 세상 고마운줄 모르는 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상 논쟁이 벌어지는 중간에는 오세훈 시장이 있다. 무상급식정책을 실천할것인가 말것인가에는 당연히 의견의 차이가 있을수 있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서는 한국사람 모두가 찬성하는 일에도 나는 반대하겠다면서 나설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 무상급식이라는 사안이 바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면서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한국 정치권에서 무시할수 없는 서울시장이라는 큰 직함을 가진 오세훈시장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그는 국민이 준 권력을 가지고 무상 유상의 구분문제를 극단적으로 늘어지게 만들어서 사회적 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본래 원칙을 따지자면 의견의 차이가 있어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책은 결정되게 되어 있고 법은 국회에서 만들어 지듯이 서울시장이 의견을 낼수야 있지만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에 결정권을 가진게 아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해진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뽑혔고 그사람들이 결정한 것을 시행할 뿐이다. 그가 결정권을 가졌다면 이렇게 시끄럽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쉬워도 절차를 인정하니까. 

예외도 있을수 있지만 절차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오세훈 시장을 시장으로 인정하고 싶은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모두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은게 아니다. 그렇지만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결정되었으므로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런데 오세훈시장은 무상급식은 결코 받아들일수 없는, 이런 절차를 뒤집어 엎어서라도 사수해야 하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덩달아서 요즘 사방에 무상, 유상을 나누고 논쟁을 벌이는 일이 벌어지는 것같다. 

장학금을 무상학자금이라 부르지 않고 어머니가 주는 아침을 무상아침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남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한테 이거 줄필요없는데 공짜로 주는거야 라고 강조하면서 무상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 이유는 너와 내가 남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무상급식그러는데 나는 그말을 들을때마다 나라의 사람들을 하나둘씩 갈라서 너와 나는 남남이라는 소리를 하는것 같다. 아이들을 거지로 만드는 느낌이다. 무상이니 유상이니 하는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이 한국사회라는 공동체를 분열시킨다는 이야기는 이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먹는 밥은 부모가 직접 돈을 내건 세금을 부모로 부터 거둬서 돈을 내건 결국 한국의 어른들이 한국의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지 무상이 아니다. 세금은 어디 미국에서 오나? 그럼 무상이란게 뭔가. 그 단어는 누구의 가슴을 어떻게 찌르나. 그렇다. 세금 많이낸 부자나리들이 세금 적게낸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밥사줄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 남이니까. 세금많이 내신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남이야!'를 말하는 것이다. 그걸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이 바로 무상이다. 

무상 무상하다가 그걸 실시한다고 해도 이젠 '무상급식'이 실시되는 나라가 된다. 줄때 주더라도 거지한테 주듯이 남남한테 주듯이 줄셈인가. 모든 장학금을 굳이 무상 학자금이라고 부르고 공원같은 공공시설을 굳이 무상 공원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웃을 초대해서 밥한끼주면서 내가 무상으로 밥한끼 드리죠라고 말하는 사회가 있다고 해보자. 얼마나 남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천박해 보이는가.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중도 큰 나라고 하니 사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 밥사준다는 말도 정확한 말이 아니다. 시민들의 의견도 무상급식을 시행하는데 반대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이 무상 무상하는 단어가 한국을 가득채우고 있다. 


그 놈의 무상급식을 하면 한국의 애가진 저소득층이 득좀 볼지도 모른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한국은 출산율이 전세계최저에 가깝다. 한국은 문자그대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다들 애키우기 어렵다고 야단이라서 한쪽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게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보조금을 주니 뭐니 하고 있다. 애가진 저소득층이 급식비 덕좀 보면 나라가 망하나?


한국이 밥만 먹고 사는 극빈국가인가? 한국 사람의 지출에서 밥먹는 비용이 차지하는게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 전국민에게 공짜점심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급식을 세금으로 주는 것인데 이게 정말 나라 망할일인가? 그정도로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라면 이번 구제역파동이나 4대강건설등으로 이미 나라가 망해야 하지 않을까? 


논의를 극단적으로 만드는 오세훈 시장은 그만좀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남이야 소리를 하는게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면서, 끝없이 무상 무상 이라는 단어를 흔들어 가면서, 나라가 망한다느니 뭐니 하는 극단적 주장을 남발하면서 이 논의를 끌어봐야 세상 사람 괴롭히기만 될뿐이다. 국민을 산산히 갈라지게 만들어 우리가 남이야를 외치게 할뿐이다. 나는 이미 나온 무상이니 유상이니 하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해악이 넘치게 생기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아이들 얼굴을 생각하면서 거기다 대고 무상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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