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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이숙정의원사건 어떻게 봐야 할것인가.

by 격암(강국진) 2011. 2. 3.

민노당 이숙정사건때문에 어제는 하루종일 인터넷이 시끄러웟다. 물론 비판의 소리가 높았고 그와중에 민노당에게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이런저런 소리가 나온것을 정리한 글도 있으니 분위기 파악을 위해서라면 이걸 보면 좋겠다. (http://v.daum.net/link/13638350?RIGHT_BEST1=R6)


알려진것은 동사무소 직원에게 시의원 이숙정씨가 자기 이름도 모르냐며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노당 대표 이정희씨의 사과와 반성의 소리가 당장 발표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사건을 개인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의 차원에서 볼때 과연 반성은 제대로 될것인가에 대해 솔직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사건을 통해서 뭘 반성해야 하는것일까. 누구말마따나 어느 당에나 이상한 사람한두사람은 있는 것이니 별일 아닌것으로 넘어가면 되는 것일까. 


나는 이사건을 통해 이숙정씨 개인의 진상조사차원보다는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유치원생들에게 총을 나눠주고 놀게 했다고 하자. 그때 철이가 총을 쏴서 순이를 죽였다. 여기서 우리는 왜 철이가 그렇게 화를 냈는가 라던가 순이는 정말 죽을 죄를 지었는가라던가하는 것을 따져야 할까? 사실은 철이가 순이를 쏜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조차도 실은 이상황에서는 본질이 아닐수 있다. 본질은 모두가 총을 들고 노는 유치원에서 총기사고는 언젠가 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왜 총을 유치원생들에게 주는가하는 질문이 보다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유치원생의 예를 들었다고 해서 민노당 정치인들을 유치원생으로 부른다고 착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여기서 내가 지적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패턴이라는게있고 -이경우 유치원생들의 행동패턴이다- 주어진 환경이라는게 있다고 할때 하나하나는 알수 없지만 통계적으로 보아 결과는 자명해 진다는 것이다. 그 행동패턴이라는게 결국 문화다. 


문화. 문화라고 하니까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자. 우리에게 알려진대로 동사무원직원이 이숙정의원을 무시한게 사실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할때 이숙정의원은 왜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냈을까. 무시당하면 누구나 화를 내는거 아니냐고? 그녀는 서울대 가정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는 들었다. 그녀의 지도교수가 그녀를 무시할때도 그녀는 그렇게 이성을 잃을정도로 화를 낼까?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아마 남보기에 민망할정도의 무시를 당해도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그냥 참고 넘어갈것이다. 


동사무소 직원이 무시를 하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나고 지도교수가 무시를 하면 그정도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사람들이 있을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문화다. 그 당연해 보이는것이 좋던 나쁘던 우리 문화다. 각자에게는 게임의 법칙이 있고 그래서 누군가는 이정도를 내게 돌려주어야만 적당한데 그렇지 못할때 우리는 화를 낸다. 나는 나를 이런 저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따라서 나는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면 저사람은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공평'에 대한 감각이 바로 문화다. 


이숙정의원의 개인적 사연이 어떤 것이든 만약 상대가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정희 대표라면 이숙정의원은 결코 그렇게까지 이성을 잃지는 않을것이다. 이성을 잃은 그행동의 저변에는 동사무소직원이라면 어떻하든 나중에 해결할수 있다는 계산과 자신이 깔려있다. 그게 문화다. 


내가 보기에 이숙정의원사건같은 것에서 정말 도움되지 않는 시각이 단순하게 좋고 나쁜것을 가르고 그녀가 나쁜일을 했으니 우리 앞으로 나쁜일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기본의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문제를 개인의 차원에서 보는 것은 아무 쓸데가 없다. 문화적 문제에서 진짜 문제는 나쁜게아니라 좋은 것에서 나온다. 권장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며 그걸 어기면 나쁜 사람으로 생각되는 좋은 것에 대한 규칙이 오히려 문제다. 그것이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만들어 낸다. 


민주노동당은 이름부터 민주가 붙어있다. 나는 민주노동당원들을 포함해서 이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민주적인가? 왕과 천민이 귀족과 천민이 구분되는 것은 민주가 아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끝없이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는가? 민주노동당은 그점에서 정말 진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생활에서 다른가? 


권력과 돈과 명성이 넘쳐나는 곳에는 대개 예의라던가 법이 복잡하게 만들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사흘 굶주린 군중사이로 먹을 것을 그냥 뿌리는 일과 같은 사태가 날테니까. 즉 아비규환으로 사고가 나는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득권이 신참들과 계속 경쟁하고 싸워야 하니까. 넌 우리와 달라라고 말해서 불공평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끝없이 그렇게 하지 않는가? 넌 우리와 다르다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에 흘러넘치는 말이 또있을까?


운동권이나 좌파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거기는 선후배 안따지고 인맥 안따지고 위 아래 안따지나? 거기는 군기바짝 들어있는 그런 분위기 없나? 누군가를 위대하신 지도자로 모시고 감히 누가 누구에게 건방지게 구냐면서 딱딱한 분위기 잡고 카리스마에 넘치는 지도자를 우 모시는 그런 분위기 정말 없나. 그런 분위기가 바로 총이다. 그런 총들을 나눠주면서 총기사고가 나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라고 파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입으로 무슨 소리가 나오던 선후배따지고 위아래따지고 아는 것 가진것 지위로 차별만들어 행동하는 사람들이 민주와 진보를 말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건 입으로는 남녀평등 실컷 외치면서 명절되면 부엌쪽에서 벌어지는 난리는 관심도 안보이는 남자와 비슷한 것이다. 남녀는 원래 집안일하는데 있어 책임이 다르니까.  원래 그런거니까. 그게 문화다. 


이부분은 이해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부분을 정말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다른 것을 첨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데올로기에 대한 것이다. 나는 특정 이데올로기를 분석하고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하고 뻔한 것이 무시되는 구조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리의 문화는 사소한 일일까 아니면 중대한 일일까. 이것은 당신이 이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이냐라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이 만약 한국 사회의 여러문제는 토지의 분배가 쏠려있어서라던가 학벌제일주의때문이라던가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하고 그것을 막는 자본가들의 방해가 있어서라던가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것들이 핵심적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뒤집어 말해 그것들이 아닌 다른 것들은 지엽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핵심적 문제들이 해결되면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그것들이 죽 핵심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무시된다. 


당신은 무조건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일에만 매달리거나 학벌을 없애는 방향으로 매달리거나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을 추진하는 일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수만 있다면 누군가가 말투가 어떻고 부부관계가 어떠하며 여가시간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다른 선후배들과 모였을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알바 없다. 실은 대개의 경우 우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내지 독재자를 갈망하게 된다. 슈퍼맨처럼 밀어부쳐서 우리가 핵심으로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만 해주는 사람이 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입에 담은 사람들도 그렇다. 경제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가? 그럼 다른건 좀 의심스럽지만 경제는 좀 잘아는것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자 뭐 이렇게 생각하게 되며 다른 '사소한 문제'들은 정말 사소하게 보게 된다. 법이나 헌법이나 애국심이나 인간으로서의 양심같은거 말이다. 


민노당원 혹은 스스로를 좌파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적이다. 즉 그들은 어떤 이론을 믿는다. 스스로를 무슨 무슨 주의자 혹은 좌파라고 부를정도로 그것을 굳게 믿는다. 그때문에 그들은 더욱 훌룡한 일을 할수도 있지만 그때문에 그들은 어떤면에서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 모르고 사회과학서적 하나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장님이 되기 쉽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진보 즉 우리사회를 조금은 더 잘살게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할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단순한 사람들이 아니다. 박원순씨는 나이가 많은 명사고 대통령 후보급으로 분류되는 사람인데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원순씨라고 부르라고 말한다고 한다. 박원순씨가 완벽한지는 모르겠으나 이시대의 진보는 이런게 진보다. 죽창들고 거리로 나가고 감옥에 투옥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보다 우리 자신의 문화를 반성하고 고치는게 더 어렵다. 그리고 그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근본에 가깝다. 


대안은 어떤 이론이나 시스템이 아니다. 대안은 문화다. 문화는 인간과 떨어지지 않는다. 박물관에 있거나 철학자의 책속에만 있는 것은 문화가 아니다. 현실에서 생활에서 움직이는게 문화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렇게 살기로 하는 것이 문화지 머리로 이해하고 외치고 하는게 아니다. 머리로 이해하면 행동도 바뀔것같다. 그러나 자기가 이해했다고 생각한게 사실은 이해하지 못한것일때가 있다. 몸과 머리가 따로따로면 그렇다. 


달라이라마가 명상이나 종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우리는 실천의 중요성을 외치는데 이실천이란 그냥 몸을 막움직이는게 아니다. 진짜 이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숙정 의원도 정치가로서 국민을 위한다던가 민주주의라던가 진보의 가치라던가 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스스로 자신이 말한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따금은 과장된 행동으로 스스로가 얼마나 국민을 사랑하는가를 표현했을것이며 스스로도 자신이 실천하는 사람, 위선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사회에서 늘상 당연한것으로 생각되어지는 권위주의적 문화, 사람을 차별하고 가르는 문화를 또한 당연하게 생각했을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모든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숙정의원도 심지어 민노당도 아니다. 중요한것은 우리자신들, 국민들이다. 우리는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도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많은 중요한 것들을 사소한 것으로 무시하지 않는가? 우리도 생활의 변화, 문화의 변화는 추구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총들을 세상에 뿌리면서 총기사고는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숙정 의원사건을 사회적으로 본다고 할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것은 이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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