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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통합에 대한 단상

by 격암(강국진) 2011. 1. 24.

옷을 잘입어야 대접받는 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집에서 부부싸움을 크게 해서 부부사이가 매우 좋지 않아졌다. 그런데 이사람이 고민하는 내용이 이렇다. 나는 도대체 집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리지만 이 사람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인데 이 사람은 이른바 옷 이데올로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즉 옷때문에 모든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결책은 항상 어떤 옷이냐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작금의 정치적 통합에 대한 이야기는 지리하게 계속되고 있는데 그 지리함이 나를 지리하게 하는 것을 넘어 짜증이 나게 하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가 모두 한나라당대 반한나라당 구도에서 반한나라당끼리 통합하자는 이야기나 진보대 보수 싸움에서 진보의 대통합을 하는 이야기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 이러저런 사소한 장식이 달려서 복지논쟁도 벌어지고 하지만 보는 나로 하여금 이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만 더 깊어지게 만든다면 과장일까? 한마디로 하자면 자기반성하는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어떤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다. 그것은 바로 분열 이데올로기다. 이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애초에 둘로 나뉘어져있으며 반한나라당파 혹은 진보파라고 불리는 우리편이 지거나 이기는 것은 그들이 뭉치고 분열하기 나름이다. 정의란 반한나라당파나 진보파가 반대쪽의 어리석음을 누르고 가르쳐서 실현되는 것이다. 

 

반한나라당파나 진보파를 편의상 그냥 진보파라고 하자. 분열이데올로기의 문제는 사람에 따라 증세의 정도가 다른데 미약한 증세로는 진보파라는 것을 고정된 것으로 보는 것이며 중증이되면 진보파를 매우 협소하게 파악하게 된다. 즉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진보계열 혹은 반한나라당 계열의 정치세력을 나열하면 그들이 바로 진보파다. 국민이 실종된다. 국민이란 그저 뒤에서 돈대주고 받쳐주는 존재이며 사극에서 왕이나 귀족만 중요하게 나오듯 미약한 존재감만을 가진다. 매우 중증이 되면 시야는 더욱 좁아져서 아예 오만방자하게 모든 판단은 결국 한줌의 진보인사들이 내리는 것이며 진보파에 소속된 사람들은 그들의 판단을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진실을 보지 못하는 바보니까. 

 

아마 이글을 읽는 사람중에도 통합을 외치는 것이 뭐가 나쁜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적어보기로 한다. 여러분은 음식점을 하면서 날마다 목이 터져라 매상을 높이 올립시다라고 외치고 결의만 하면 그 음식점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매상을 올리자는 결의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기본적 인식의 결여가 있다. 즉 매상이 오르지 않는 것은 우리 음식의 맛이나 서비스나 식단이 손님에게 매력이 없어서 일거라는 생각따위가 빠지는 것이다. 

 

그런 기본적 고민에 빠지지 않으면서 그냥 고함만 치고 더욱 크게 호객행위를 하는데 몰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손님들이 바보라서 우리 가게의 맛을 모른다. 우리 가게는 완벽한데 문제는 호객행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믿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건 호객행위 이데올로기다. 호객행위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호객행위 이데올로기는 다른 근본적 생각을 밀어내버리기 때문에 나쁘다. 마찬가지로 통합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통합이데올로기에 빠지면 다른 근본적 생각을 밀어내 버린다. 

 

한국정치의 과거와 현재를 볼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가 모두 가야할 이상적 목표는 분명하다. 그러나 일반국민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뭉치질 못한다. 겨우 운좋은 김대중과 노무현 두사람만이 어부지리로 대통령했던 적이 있었을 뿐이다. 

 

이말도 진실의 일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완전히 반대에 가까운 이런 말도 진실의 일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운운 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국민들에게 이사람들이라면 나라를 맡길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적은 한번도 없다. 이 나라에서 정치적 자유를 발전시킨 정부가 들어선 것은 거의 완전히 김대중 노무현 두사람의 인격적 힘에 근거한 것이다. 

 

조국 교수가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이야기하면서 나와서 처음 이야기한것중의 하나가 승경도 놀이다. 비록 가볍게 놀아보자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진보파 인사들가지고 이권나눠먹기하듯 자리 나눠주기 상상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맹자가 생각이 났다. 이득을 먼저 논하면서 무슨 정의가 서는가. 

 

문성근씨가 대통합 이야기하는거 반하나라당의 메세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나라는 한나라당이 말아먹고 있으니 다시뺏어오자는 이야기밖에 없다. 문성근씨 스스로는 개인적 야욕이 없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현정권을 싫어하는 국민적 흐름을 이용해서 한자리 해먹을수 있겠다는 개인적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잔뜩 불러모을 것이다. 

 

거기에는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없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당연한데 왜 국민들은 애초에 한나라당을 뽑았을까. 아 국민들이 전부 바보라서 그렇다. 어디에도 자신들의 깊이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없다. 그러면서 통합소리만 높다. 이것은 자신들은 잘못된 것이 없으며 자신들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들이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이제 정신차려 나를 선택하라는 소리나 다름없이 들린다. 

 

그래서 나는 작금의 통합논의가 국민모독처럼 들린다. 위에서 든 예대로라면 엉터리 식당에서 호객행위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는 경우를 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저식당에 가지 않는 것은 음식이 엉터리이기 때문인데 호객행위의 목소리가 작아서라고 끝끝내 우기고 있으면 보는 손님은 화가날것이다. 저음식이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의 입이 잘못된거란 말이지?라고 들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석대로 가고 있다싶은것중에 하나 보이는게 있다면 유시민이다. 유시민은 지난번 강연에서 국가론, 정의란 무엇일가를 고민하는 강연을 했으며 지금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책을 쓴다 안쓴다가 중요한게 아니다. 문제는 고민의 깊이고 반성의 깊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단어 하나가지고 우려먹는게 아니라 과연 국가란 무엇인지, 정의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고민한다고 반드시 새메뉴 나오는거 아닌것처럼 그 고민끝에 반드시 새 정치가 탄생할런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거의 보여주지 못하면서 통합 소리 높이 외치는 진보는 나를 언짢게 한다. 솔직히 김대중 없는 민주당이 민주당인가? 김대중 말고 노무현 말고 과연 현재의 진보파에서 집권 이야기할만한 인물이 있는가. 없다. 지금 유시민이 박근혜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2등 하는것으로 아는데 유시민도 고민의 끝에서 뭔가 보여주지 못한다면 별로 희망이 없다. 그런데 턱도 없는 지명도를 가진 사람들이 뭐하는 것일까. 무슨 메세지가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자기 정체성, 자기 과거에 대해 심각한 고민도 하지 않으면서 차기 대선을 걱정한다는 무리들은 뭐하는 무리들일까. 혹시 한나라당에 대한 미움만 불지펴서 떠보려는 기회주의아닐까?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도 아니고 진보파도 아니다. 한국사회라는 공동체의 몸통은 한국 사람들이다. 사회가 몸살을 앓으면서 갈길을 모색하는 이 시기는 어쩌면 한국 사회가 크게 도약할 좋은 기회다. 사람들이 뭔가가 잘못되어 있으며 뭔가 해야하지 않겠나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럴때 고작 단상에 나가 확성기들고 국민에게 한다는 말의 수준이 통합 이데올로기같은 싸구려인가. 우리 사회는 문제가 없는데 진보파가 분열되는게 문제라는 게 현 시국에서 보는 사회적 반성이고 진단인가. 정작 국민들이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면서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데 누구보다 그런 고민에 몰두해야 할 대표선수들이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이 말하는 수준이 겨우 그건가.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어있을때 응당 해야할 말은 과연 우리 문화, 우리 상식, 우리의 윤리, 우리의 관례가 제길을 찾고 있는 것인지, 그 근원적 문제를 고민하자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몰상식하게 유럽이 어떠니 미국이 어떠니 일본이 어떠니 같은 이야기하지 말고 또 몰상식하게 비슷한 이야기하면서 우리와 그들은 다르니까 우리는 멀었다는 식의 경쟁우선주의, 엘리트주의말고 진짜 질문에 몰두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짜 질문은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는 과연 실존하는가.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가 실존한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남이야 어쨌건 우선 우리는 우리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우리사회의 핵심적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불투명성에서 나오는데 투명성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면이 있다. 그렇다면 어느 분야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고 어느 분야에서 개인의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것인가.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선거의 결과이전에 선거과정을 통해서 국민들이 고민하고 스스로 사회와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한단계 높여서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기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정리가 있어야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이 나올거 아닌가. -쓰다보니 흥분해서 통합운운하는 사람들이 더욱 미워진다. ^^;;;-

 

초조해서 그렇다라는 것은 답이 안된다. 그것도 오만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한국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각성하게 하고 구원하는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선자리에서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할 뿐이다. 나라가 망하건 흥하건 그것이 어떻게 내책임이고 내 덕인가. 한편으로 보면 모든것이 내책임이고 내덕이며 다른편으로보면 모든것은 내탓이 아니다. 초조해서 하지 말아야 할일을 한다는 것은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이 범죄가 너무 많으니 초조해서 시민들에게 나도 범죄자처럼 총질하게 되었다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자기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자기 아내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문장은 괴상하게 들리지만 이런 모순에 빠지지 않기가 힘든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모순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 이명박이나 전두환을 비판하면서 이명박과 전두환과 똑같아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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