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축산업계로 부터 망언이라는 말을 듣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2371) 기사를 좀 인용해 보면 이렇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갖던 중 "이번 기회에 축산 시스템 전반을 다 바꿔야 한다. 우리 축산업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수출을 20억원 밖에 못 하는 축산업에 3조가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반문했다. 그가 말한 3조원이란 구제역 창궐후 들어간 비용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내가 젖소 250두, 성우 1천300두를 키워봐서 안다"며 MB식 화법을 동원한 뒤, "소는 임신 기간이 10개월로 먹는 양은 자기 몸집만큼 먹는다. 들어가는 만큼 빼는 게 적은 게 축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내가 한미FTA와 연관 지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말 하는 게 조심스러워서 말을 안했다"며 "외국산 쇠고기가 맛이 없다는 말도 다 틀린 말이다. 고기도 등급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고 외국산 쇠고기 예찬론을 펴기까지 했다.
그는 이밖에 "물에 녹조가 끼는 게 다 축산분뇨로 인한 인 성분 때문"이라며 "환경오염은 축산업이 다 시킨다. 하천이 황색으로 변하는 이유가 그거 다 돼지 분뇨때문"이라며 국내 축산업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이에 한 기자가 "그럼 축산업은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원내대표는 "축산업의 육성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런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은 뭐가 잘못된것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김무성 대표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무성 대표가 말하고 있는 것의 저변에 깔린 생각이 중요합니다. 김무성 대표의 말속에 깔린 것은 이렇습니다.
수출만이 중요하다.
산업들은 정부에 의해 즉 국회의원같은 정치인들에 의해 육성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생각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김무성대표의 표면적 발언만을 고려하면 그것은 낼수도 있는 의견에 불과하게 되어 우리가 크게 흥분할 필요가 없거나 흥분할수 없는 일이 되고 맙니다.
축산업이 공해를 만들어 내고 수출에 불리한 산업이며 자원낭비적인 데가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사실 산업중에 공해 안만들어 내고 자원낭비적인데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조선산업이나 자동차산업이나 반도체산업은 공해 없고 자원낭비 없을까요?
사람들이 고기 안먹고 전부 콩이나 곡물만 먹으면 세계적 식량난이 해소될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고기를 먹는 것은 사치라는게 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김무성의원은 얼마나 사람들에게 금욕적으로 살아갈것을 주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금욕적으로 살아가는 수도승이 고기를 키워 먹는 것은 공해요 낭비다. 이런 산업은 돈들이고 힘써서 육성할 만한 일이 아니다. 스테이크 먹는 사람들은 식량난으로 굶는 사람들을 봐라. 이렇게 말한다고 할때 아마 심지어 축산업 종사자들도 흥분하지 않고 인정할 것입니다. 소돼지 키워 잡아먹는 것은 죄악이며 우리는 죄악을 저지르며 사는 탐욕스런 인간이 맞습니다라고 그게 우리의 한계입니다라며 인정할지도 모릅니다.
김무성의원의 발언들이 어딘지 모르게 한쪽으로는 말이 되는 것처럼 들리는 면도 있는 것은 이런 판단기준의 착시때문이죠. 전과를 주렁주렁 단 범죄자가 세상을 향해 우리 정직하게 착하게 살자고 한다면 그 말이 옳아도 뭔가가 우리를 화나게 만들죠. 그리고 그 말의 문맥이 참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김무성의원이 문제의 말을 했을때와 수도승이 그 말들을 했을때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의원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소유가 좋은 것이죠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수출 20억밖에 못한다라는 발언으로 축산업을 평가하는 것의 바탕에는 수출만이 중요하다는 것 그렇게 해서 벌어오는 돈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가정으로 말해보면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해서 가정을 꾸려가는 주부에게 니가 백원한장 벌어온적 있는가라고 말하는 남자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실은 자신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의 상당부분이 아내의 기여덕분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과 고마움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수출평가액이 어떠니 하고 본다는 시각에는 그것이 국민들의 삶의 행복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엔 반도체가 제일 수출을 많이 하면 전국을 모두 반도체공장으로 덮고 나머지는 전부 수입하고 국민 모두가 반도체 공장직원으로 살아가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일까요?
음식을 집어오는 손과 그걸 씹는 입이 심장에게 우리가 음식을 벌어오지 심장 너는 하는게 뭐가 있냐면서 너는 필요없다고 해도 되는 걸까요? 축산업을 몸의 심장과 동일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표면적인것, 돈이나 수출에만 눈을 돌리는 천박한 시각으로는 유기체적 존재로서의 사회에서 각부분의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할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좁은 시각은 자기 심장을 뽑아 버리는 손과 같은 어리석음을 만들어 낼수 있습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지금 부터입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심지어 축산업의 진정한 중요성을 평가하고 그래서 진정한 중요성을 알고 그걸 육성하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게 바로 중대한 문제점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의 중요성을 100% 이해하고 평가하고 그걸 인위적으로 길러내고 하는 행위는 기계를 설계하고 만들고 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게 될수 없습니다. 많은 일에서 우리는 인위적으로 뭘 키우는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결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좁게 말하면 결국 시장으로 하여금 축산업이 클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하게 해야지 인위적 간섭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되지만 저는 그보다 더 넓은 의미로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체 사회로 하여금 축산업에 대한 가치를 보고 듣고 평가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장논리로는 말이 안되는 것도 우리국민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해서 유지하고 싶다고 판단하는게 왜 없겠습니까. 이런게 바보짓이라고 누가 단언할수 있습니까.
이런 구도하에서는 정부인사같이 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평가에 적극적으로 나서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판단해서 육성하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보다는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뭘 국민들이 아쉽게 생각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느끼고 그걸 실천하는게 중요합니다. 자기가 왕이 아니고 시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미 매우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키우긴 누가 키우고 살리긴 누가 살립니까. 어떤 개인이 나는 축산업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있을수 있는 일이지만 사회적인 필요에 따라 큰 확성기를 가지게 된 사람이 그런 이유로 그자리에 간것이 아니라면 그 확성기를 이용해서 세상사의 큰일에 아무렇게나 간섭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함부로 치킨값이 비싸니 싸니 같은 이야기를 중요성도 생각하지 않고 자세한 결과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시장이, 세상이 교란되니까요.
앞에서도 말했습니다만 발언을 잘라서 이것저것을 가지고 따지고 싸워봐야 문맥에서 떨어져서 생각하면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는 발언이 되고 맙니다. 문제는 그 발언의 바탕에 있는 자세, 행동의 원칙등인데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공직에 자주 올라가는 것이 현실인것같습니다. 이런 문제의 중대성을 사람들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계속 부질없이 시끄럽고 피해만 양산하는 일이 벌어질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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