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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진중권 논쟁을 보면서

by 격암(강국진) 2011. 3. 1.

11.3.1

트위터에 가보니 김규항 진중권 논쟁이란게 있다는 트윗이 올라왔다. 싸움구경이란게 워낙 인기도 있으며 둘다 개인적 호불호에 관계없이 한국사회에서 지명도가 있는 지식인으로 알려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논쟁이란게 뭔가 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대단히 실망하게 되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트위터에서는 싸움은 조용히 자기들끼리 하라는 코멘트도 올라왔다고 하던데 그런 이야기가 나올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며 심하게 말해 이게 한국 진보진영의 수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김규항의 칼럼이란걸 보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2650.html). 진중권이 정확하게 집은 것처럼 이 칼럼은 상당부분 길바닥에서 좌판놓고 사과팔던 사람이 옆에 누가 트럭대고 과일파니까 시비를 거는 것처럼 들린다. 그의 칼럼은 첫머리부터 끝까지 칸막이 나누기다. 처음 시작도 민중운동이 있고 시민운동이 있는데 이걸 구분해 주시는 박원순을 박원순 선생이라고 부른다. 그걸 무시하는 오연호나 조국은 그냥 오연호나 조국인데 나이때문에 그렇다면 돌아가시고 대통령까지 한 노무현을 노무현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호칭이 핵심은 아니니 이 부분은 크게 소란떨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뭏튼 이 컬럼의 핵심은 운동은 이렇고 저렇고로 나뉘고 각자는 각자 제대로 이름표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 그가 쓴 칼럼 내용의 전부다. 

 

이에 대해 진중권은 딱지붙이기를 비판하고 현실을 보라고 한다. 진보딱지를 가지고 밥먹고 사는 사람이나 딱지에 목숨건다고 직언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5742.html). 사실 구분을 제대로 하자는 말자체는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다. 모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학문적인 이해는 구분과 정의에서 시작되며 많은 분란은 용어적 혼동때문에 생긴다. 나를 실망시킨 것은 김규항이 구분하기 이름붙이기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칼럼에 그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감옥에 갇힌 사람이 탈옥을 하려고 하는데 방에 있는게 삽이 아니라 숟가락이라고 하자. 물론 구분을 하자면 땅파는건 삽이고 밥먹는게 숟가락이다. 제대로 땅을 파자는 일반론을 논하자면 도구를 구분하고 삽이 뭔지 숟가락이 뭔지 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삽이 없으니 숟가락으로라도 벽이나 바닥을 파서 탈출하는 사람이 현명한 걸까 아니면 삽타령만 하고 숟가락을 보면서 이건 삽이 아니니 절대 땅을 파는데 쓰면 안된다는 이야기나 하고 있는게 현명한 걸까.

 

내가 말하는 것은 용어나 구분은 그 자체가 가치나 목표가 아니라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치나 목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숟가락과 삽 구분에 매몰되는 것은 삽을 파는 도구상이나 할 짓이다. 물론 짧은 칼럼에서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항상 목표나 가치를 잊어버리고 도구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더더구나 그 칼럼은 전문가들끼리의 전문화된 주제토론도 아니고 일반인들을 위한 글이었다. 이렇다할 앞뒤 설명도 없이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을 구분해 주시는 양식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흐뭇하다라는 말로 끝나는 칼럼은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가 없다. 그것은 현실에서 오히려 사람들을 분열시키기만 할뿐이므로 그냥 무익이 아니라 백해 무익이다. 너는 시민운동하는구나 나는 민중운동인데라고 구분부터 하는것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들에게 나이물어보거나 본적이 어디냐고 묻거나 대학은 어디나왔냐고 묻는거나 마찬가지다. 무의미한 딱지붙이기, 구분은 분열과 미움만 만든다. 

 

이런 지적에서 진중권의 칼럼은 내가 쓴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진중권도 결국 현실을 보라라는 말이외에는 딱지붙이기 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끝이나고 만다. 이때문에 어찌보면 김규항 진중권 논쟁이란게 정말 밥그릇싸움, 상표권분쟁처럼만 보이고 만다. 현실을 보라는 말은 집권의지만 말했을 뿐이다. 

 

말하자면 여기에도 승리나 이익이 등장할뿐이다. 잘해봐야 현 정부는 절대악이니 그에 맞서는 것이 선이라는 이분법정도가 다다. 나도 현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한나라당에 맞서서 반한나라당 전선을 펼치는 것이 옳다는 논의가 모든 생각을 정지시키는 나쁜 현실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당만 바꿔서 민주당에 오면 박근혜 지지운동하면서 선거하면 되는 것일까? 어차피 간판싸움일 뿐이잖는가. 손학규는 한나라당 후보로 있다가 경선에서 패배한 후 탈당하여 야권으로 왔지만 그 과정에서 이익을 쫒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손학규를 당선시키면 그게 승리인가? 그게 아니면 이회창을 승리시키면 되는가? 탄핵사태의 주범인 민주당이 제대로 그것을 정리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이제 민주당이 승리하면 되는가. 

 

내가 말하는것은 절대 그들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박근혜도 내가 거론한 어떤 인물이나 정당도 그들 자체가 악이니 그들을 물리치는 것이 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럼 뭐가 선일까. 뭐가 우리가 이룩해야할 가치일까. 이 글에서 그것에 대한 내 의견을 거론하기 보다는 나는 반한나라당이니 반정부이니 진보대 보수니 하는 이름 간판싸움 그리고 서로에 대한 극단적이 미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개혁의 힘이 된다고 믿는 것들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현실에서 진영논리식의 패거리주의식의 발언을 전혀 하지 않기란 매우 힘들다. 그러나 진흙탕에 뒹굴더라도 한조각의 인간적 깊이를 유지하고 그것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걸 잃어버릴때 결국 싸움은 미움과 분열과 이기주의와 기회주의, 출세지향주의, 배금주의를 키워내는 불신의 생산지만 될뿐이다. 결국 밥그릇싸움으로 보이거나 실제로 그러니까. 간디가 일주일에 한번 묵언일을 지키고 저녁에 기도하고 자는 것을 지키고 사는 것을 중요시 한 것이 반드시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유명 논객의 논쟁이라는게 그래서는 안된다. 선진국 논객들의 싸움이라면 적어도 이보다는 품격이 있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게 한국의 현실인걸까. 그들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인 걸까. 진보가 아니라 구태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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