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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단상

by 격암(강국진) 2011. 4. 28.

 

재보선의 결과가 나왔다. 트위터와 신문은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나로서는 재보선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고 하면 첫번째가 그다지 관심없었다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오히려 선거자체보다 사람들이 뜨겁게 관심있어했다라는 점에 관심이 간다. 선거에 관심없고 투표율은 오르지 않고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뭐야라고 말할수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심정을 잘 표현할수 있을지 잘모르겠다.

 

우선은 사람들이 선거에 이기는가 지는가에 대단히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비록 그 선거가 때로는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직위에 대한 것이라도 그렇다. 아마도 그것은 현정권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국민의 마음에 민감하게 신경쓰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마음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고 하겠지만 사실 국민의 마음처럼 왔다갔다하는 것도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선거처럼 한번 이기면 다음번에 한번 지는 경우가 많은 싸움도 없을 것이다. 탄핵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대승을 거뒀을때 한나라당은 해체될것이며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다음대통령이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였다. 겨우 몇년만에 열린우리당이 와해되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 미래가 있을 것을 상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 큰판의 선거결과도 몇년에 뒤집히는데 재보선 선거 몇개로 나라가 바뀔것을 상상한다는 것이 온당한가. 오히려 이번에 이겼으니 다음번엔 또 지지 않을까를 걱정하는것이 더 옳아보이며 이번의 패배로 한나라당은 채찍질을 받았으니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라고나 하지 않을 까 걱정이 된다.

 

나도 안다. 내가 지금 말하는것이 국민이 반대해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4대강 건설 하는 것과 다를 바없이 들릴수도 있다는 점을 그래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내게는 왠지 사람들의 인식방향, 접근방향이 지겹게 답이 없는 곳을 헤맨다는 느낌이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동서남북만 따지는 느낌이랄까.

 

이번 선거에서 국참당이 지고 트위터에는 유시민에 대한 비난, 비판이 가득하다. 한나라당에 있었을때 노무현을 손학규가 비아냥거린 동영상이 유튜브에 버젓이 있는데 손학규는 당선되고 유시민은 손학규 지지를 호소하며 돌아다녔더랬다. 나는 비록 엄기영이 패배하여 약간의 위로를 받기는 했지만 엄기영처럼 기회주의적이고 철새짓을 하는 사람이 적어도 여론조사 수준에서 당선권에 들수 있다는 사실, 김태호처럼 그 청렴성이 문제되어 공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해진 사람이 얼마지나지 않아 공천도 받고 당선도 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다 가슴아프다.

 

내가 보기에 작금의 한국정치판의 위기중 가장 큰것은 뿌리없음이다. 일관성실종이다. 이기는게 제일 중요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차 있다는 사실이 제일 큰 위기다. 작은 승리는 어쩔지 모르나 이런 식이면 정치자체가 실종될 것이다.

 

나는 손학규를 잘모른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좋은 사람일거라는 생각도 한다. 민주당의원들은 뭐가 그리 나쁜 사람들이겠는가. 국참당에 있거나 소위 친노로 분류된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심지어 문성근이나 유시민에 대해서도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누구를 칭찬하고 누구를 비판하는게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해두고 싶다.

 

내가 보기에 한국정치의 큰 기둥은 김대중이다. 김대중의 위대함은 김대중에게서 수십년간 일관된 김대중적 가치를 실천하는 삶을 볼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주관적이며 김종필과의 연합같은 것을 비판할수도 있다. 하지만 김대중은 항상 김대중이었다. 모든 걸 양보할수 있어도 어딘가 김대중이 김대중이게 하는 것은 양보하지 않았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김대중을 좋아할 이유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게 현실이라는 것도 안다. 그런나 정치는 본래 김대중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느린 걸음으로 일관성을 지키면서 자기를 지키면서. 눈앞의 재보선이나 총선한번의 승리와 패배에 모든 것을 거는 식의 행동으로는 정치가 안된다.

 

노무현이 노무현이 된것도 따지고 보면 수십년이 걸린것이다. 잘 승리할수 있는 곳에 가서 당선되서 노무현이 된게 아니라 자신의 원칙과 가치판단에 따라 떨어질곳에 가서 떨어졌기 때문에 노무현이 된것이고 따라갈만한 상황에서도 김영삼을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김영삼의 아류가 아닌 홀로 존재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노무현이 된것이다.

 

그런데 이인제이후 우리나라 정치는 어떤 의미에서는 더 타락했다. 경선불복이 보편화되고 정치적 노선이란 것의 의미가 가볍게 여겨진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뭘해도 좋으며 과거는 가볍게 잊어도 좋다. 후단협이 이게 더 승리를 위한 일이라면서 정몽준에게 붙은 것같은 일이 일상화된다. 불과몇년전에 자신이 했던 말, 자신의 평가에 대해 현실이라면서 가볍게 부인한다. 이런건 정치가 될수 없다. 그냥 이익을 위한 이합집산이다. 정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신뢰를 얽는 것이다. 거기 어떤 일관된 가치가 없다면 뭘로 사람들을 얽는가. 이익?

 

노무현을 탄핵했던 민주당이 노무현의 후계자를 자처하면서 쑈를 한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고 말하던 노조가 이젠 자기 아들딸들이 자기 일자리를 세습할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다른 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닌가?

 

우리는 국민의 마음, 세상의 마음을 살펴야 하지만 자기를 지켜야 한다. 자기가 없는데 무슨 일관성이 있으며 거기 무슨 성과가 있는가. 그걸 국민들이 느끼지 못할거라는 생각, 그런 행위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않을거라는 생각이야 말로 국민모독이다.

 

어차피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것뿐이라면, 돈가진 사람, 권력있는 사람, 인맥으로 얽힌 사람들에게 붙는게 옳지 어떻게 정의를 논할수가 있는가. 국민이 길게 봐서 그런 사람들을 왜 사회의 기둥으로 세우겠는가. 이미 학생운동하다가 변절하고 잘나가는 정치인들도 많다. 어찌보면 이 시대는 변절과 무일관성의 시대다. 부끄럼이 없는 시대다.

 

나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던가, 생각을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공인으로 행동하다가 이제까지 자신이 말한 것을 전부 뒤짚고 생각이 바뀌었다면 생각이 바뀐 공인이 되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이명박이 몇년뒤에 아 4대강건설은 정말 잘못된것입니다. 이젠 자연친화적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라고 하면 또 나라의 스승처럼 떠받들 것인가? 이나라에는 정말 이상한 일이 많다. 고문전문가로 유명한 사람이나 삼풍백화점 회장같은 사람이 사람들의 양심과 삶에 대해 가르치는 전도사, 목사가 되고 사람들이 모인다. 어떻게 되든 유명하기만하면 되나?  만약 이기기만 하는게 옳다면 박근혜를 민주당에 영입해서 박근혜가 승리하도록 도우면 그게 역사의 승리가 되는것인가?

 

사람들의 마음이 혼탁한데 승리가 어디있고 패배가 어디있는가. 어떤 때는 장렬하게 패배하는게 길게보면 승리다. 노무현이 그걸 이미 잘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그럼 지는게 옳냐면서 이기고 지는일에 몰두하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뭘 이겼다는 것일까. 내게는 그럴수록 오히려 시대는 수렁속으로 빠져들어가고 패배가 깊어지는 것같다. 왜 기꺼이 나를 지키기 위해 패배하겠다는 진짜 승리같은 패배를 감수한다는 사람은 이렇게 보기 힘들까. 이기는 것이 지고지선한 목표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좋게 만든다는 사람은 삼성이 만든 유명한 광고카피,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에 동의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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