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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에 대한 단상 2

by 격암(강국진) 2011. 5. 12.

나가수가 비틀 비틀거리다가 좌초하는 것같더니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트위터와 우리 집사람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왠지 껄끄러운 느낌이 강해서 그다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보니까 자연스레 같이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빨리 주말이 되서 나가수가 하기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포털기사에 보니까 나가수에 대한 음원판매가 천문학적이라더라, 임재범이 천하통일을 했다더라 하는 말과 함께 소위 스포일러 논쟁기사가 나왔더군요. 녹화방송을 하는 나가수는 긴장감을 위해 주변사람들에게 본것을 말하지 말것을 부탁하지만 항상 그 결과는 미리 나오곤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그럴지는 모르지만 윤도현 밴드가 떨어지고 옥주현이 새로 합류한다는둥, 사실이 아니라는 둥하는 가운데 옥주현에 대한 안티 네티즌들이 엄청나게 모여들어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더군요. 


저는 나가수가 좋습니다. 특히 이소라의 노래들이 안정적으로 제게 좋게 느껴집니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는 좋을때도 있고 별로 일때도 있지만 듣기 싫을 정도는 거의 없었던것 같습니다. 바람이라면 나가수가 가요프로그램으로서 오래오래 장수하면서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나가수에 대해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나가수의 제작진이 그 인기를 감당하질 못하는 것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인기란 좋으면 좋을수록 좋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우리는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목격했습니다. 지난번 나가수 파동으로 엠비씨가 흔들거릴정도로 항의받고 피디가 그만두고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전에 없는 일이 있었죠. 


인기란 결국 영향력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기가 올라가면 그 프로그램에 관련된 이런 저런 결정들, 인기가 없다면 당연한 것, 별거아닌것으로 생각되는 결정권들이 엄청난 권력행위로 인식됩니다. 지난번 김건모를 살려준 결정은 어찌보면 예능 오락프로의 피디가 자기 독단으로 할수있는 결정이었습니다만 거의 국민적 공분을 샀다고 할 정도였죠. 그렇게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소문대로 옥주현이 합류한다면 그에 대해 안티들이 항의하는 것같은 것도 어느정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합류시킨다는 결정에 대해 부당한 권력행위로 인식하고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죠. 그들이 생각하는 나가수를 그렇게 하면 죽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기가 없었다면 큰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기가 있게 되면 자잘한 모든 것이 엄청 중요한 권력행위가 됩니다. 그쯤되면 어차피 오락연예프로그램인데 싫으면 안보면 그만아니냐고 할수도 없다는 사실은 지난번 김건모 파동으로 잘 나타났다고 보여집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나가수가 가요프로그램으로 장수하기 바랍니다. 그런데 인기를 더더더 하고 추구하면서 자제하지 않고 신의 향연이니 뭐니 하는 표현이 남발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100%를 넘어 120%의 힘을 뽑아내는 전력투구를 게속한다면 아마도 그렇게 되기 힘들것입니다. 인기에 눈이 멀어 자기를 잃어버리게 된달까요. 


또한 많은 것들이 그렇지만 방송프로그램하나도 방송국과 출연진이 독단적으로 만들어 세상에 던지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나가수에서 점점 더 극명해 지고 있습니다. 인기가 있으니까 더 그렇게 되는데요. 시청자들의 이런 저런 반응과 압력, 소비자로서 음원을 소비하는 행위, 언론들의 보도행태, 청중평가단의 선택들이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유지와 질적 향상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혼자하는 독창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고 힘이 합쳐질때 장수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 질수있다는 사실을 잘보여주는 것같습니다. 이쯤 읽었으면 눈치채실분들도 있을텐데요. 저는 단지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반적 사회운영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누가 혼자서 독주로 무한히 뻣어나가서 뭐가 잘되지 않으며 잘못되면 역풍으로 뿌리까지 뽑혀나가기 쉽상이라는 겁니다. 토목공사를 누가 왕창 벌리기만 하면 다 잘될거라는 발상 따위가 그런 겁니다. 120층차리 아파트같은 걸 마구 지으면 저절로 잘될거라고 생각하는게 그런것이고 정부에서 밀어부치는 IT나 게임산업 진흥방법이 그런 것입니다. 세계적 석학 한사람만 뽑아서 어찌저찌하면 학문발전할거라는 생각이 그런 것이죠. 관련된 사람들의 조화와 협동, 모든 부분에 있어서의 질적 향상, 이런 것들의 중요성을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끼게 됩니다. 


또하나 매우 주관적이지만 저 나름으로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만약 이 프로그램에서 몇사람이 빠진다고 할때 누가 빠지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 결정적으로 사라질 것인가. 제가 아내에게 한 답은 이렇습니다. 그건 등수와 상관없이 이소라와 윤도현이라고.


그들이 가장 노래를 잘부르고 매번 1등만 하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이소라는 대개 바닥을 맴돌았지요. 그러나 가장 대체하기 힘든 가수들은 이소라와 윤도현일거라고 저는 느낍니다.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갔는데 그들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인물이 없다면 하늘과 같이 높던 나가수의 재미가 어느날 마치 마법처럼 시시해 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음악에 전문적인 분들은 보다 잘 설명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단지 음악적 다양함과 외길인생을 걸은 자만이 가지는 자기색깔때문이라는 정도로만 쓰겠습니다. 음식은 달기만 하면 맛이 없습니다. 씀바귀같이 왠지 필요한 부분이 있지요. 그걸 제공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소라와 윤도현이라고 저는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뭔가. 바로 그들이 매번 1등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청중평가단의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청중평가단이 평가한다라는 형식은 어찌보면 그럼 다른 방식이 있을수 있냐고 묻게 되는 당연한 것인데도 그리고 청중평가단의 평가가 저자신과 다른 네티즌의 평가와 좀 다를수도 있기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해도 크게보고 멀리서 보면 전체 시스템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죠. 제기준으로 말하면 그것은 바로 이소라와 윤도현의 퇴출 그리고 그에 따른 나가수 전체 프로그램의 흥미감소입니다. 모두가 규칙을 지키는가운데 망해가는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랄까요 (그렇다고 특정가수 살리기 운동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임재범을 비롯한 다른 가수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아닙니다. 지난 나가수 프로그램에서 임재범과 박정현등의 가수들은 화려한 꽃가마를 타고 프로그램을 빛낸 정상의 주인공역할을 했지요. 그런데 어떨때는 주연은 다른 사람이 해도 그영화가 그럭저럭 그대로 일것같은데 조연을 한명 갈아치우면 전혀 그영화가 그영화가 아닐것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부분에서 저는 다시 사회적 현실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경쟁을 하고 평가를 하고 보상을 하는 시스템, 그 시스템을 더 투명하고 공평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필요한 것, 당연한것, 중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다시 크게 보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람들이 거의 개인적 희생을 하면서 사회전체의 질을 떠받치는 그런 현실을 만들어 낼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평가해도 저렇게 평가해도 그들은 보상을 받을 경쟁의 승리자가 아닐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려한 경쟁의 승리자들에게만 눈을 집중시키며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이 사회의 질을 유지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가를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전에 어떤 정치가가 슈퍼스타 케이같은 경연프로그램이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의 답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서 제가 혀를 찬적이 있습니다. 경쟁해서 이기는 부분이 너무 부각되면 우리는 우리중의 정말 핵심적이고 중요한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일이 될수 있습니다. 그리고 1등만 기억하죠. 


사람들은 입시 경쟁을 이겨서 명문대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입사시험을 경쟁으로 이기고, 다시 승진경쟁을 이기고, 대학에서도 논문수나 강의 평가로 다른 교수를 이기고, 벤쳐사장으로 1등이 되어 명성을 날리고, 축구경기에서 시즌 최다골을 넣는다거나 야구경기에서 시즌 최다홈런을 친다거나 해서 동료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깁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쟁해서 1등하고 주목받고 하는 사람이 전체 시스템을 떠받치는게 아닙니다. 가장 훌룡한 학생이 가장 입시에서 우수하지 않고 입사시험잘치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가 아니며 승진 잘하는 사람이 진짜 높은 사람이 될 자격이 있는게 아닙니다. 평가를 잘받는 교수가 반드시 그 대학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교수가 아니며 유명세를 탄 사람들이 가장 배울게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유명스타만이 반드시 그 팀의 승률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을 잊어버리는 것은 특히 1등만 기억해주는 사회일수록 그렇습니다. 그런 사회는 누가 한번 떳다하면 마치 그가 혼자서 세상일 다 해결하는 구세주처럼 생각하거든요. 서울대 총장이면 당연히 석학일 것이다. 세계적 잡지에 논문을 냈으니 세계적 학자가 아니겠는가, 이번에 타임지에 소개된 인물이니 오죽 잘났겠는가. 그렇게 흥분하고 차분히 세상을 보질 않으면 진짜로 중요한 사람은 진짜로 보이질 않습니다. 다 자기 관념으로 자기 흥분으로 만들어낸 세계만 보일뿐이죠. 그러다가 진짜 세상의 소금이 될만한 사람이 사라지면 그제서야 가끔 그들의 부재가 크게 느껴집니다. 있을때 더 잘해줄걸, 왜 고생만 시켰을까하고 후회합니다. 


아뭏튼 나가수 오래오래 장수하면서 좋은 노래들려주었으면 하며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적 조류를 변화시키는데 이바지 하기 바랍니다. 그럴려면 모두가 특히 방송국이 조화의 미덕, 자제의 미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나가수는 경연프로그램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경연이란 시스템의 본질적 문제점을 깨닫게 해주는 역할도 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이소라와 윤도현에 대한 저의 느낌에 반대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물론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며 일반론은 또 그렇게 거론된 이름과는 별도의 이야기니만큼 화내시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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