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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아웃라이어 : 말콤 그래드웰

by 격암(강국진) 2011. 5. 30.

책은 몇가지 다른 종류가 있고 목표가 있다. 뭔가를 알려주는데 의미가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뭔가를 잊어버리게 즉 통속적인 믿음을 잊어버리게 하는데 주요 장점이 있는 책이 있다. 이 책 아웃라이어는 개인적으로 후자로 생각되는 책이다. 


아웃라이어의 메세지는 간단하다. 개인의 성공신화 즉 어떤 사람이 열심히했다거나 재능이 있었다거나 하는 신화를 믿지 말라는 것, 우리가 보통 관측하는 것과 훨씬 다른 데이터를 의미하는 아웃라이어에 해당하는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재수가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재수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적당한때에 적당한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며 적당한 문화적 혜택을 입은 탓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말하는 기본적 논지는 이렇다. 성공을 위한 재능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재능만 있다면 충분하고 재능은 1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다차원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인쉬타인보다 훨씬 아이큐가 높은 랭건은 비슷해 보이는 오펜하이머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서 결국 대학도 제대로 졸업못하고 학술지에 논문을 싣거나 영향력있는 책한권쓰는 일없이 잊혀져가는 처지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대단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은 노력하는 것조차도 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노력이란 결국 많은 연습을 말하는 것이며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소위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것같다. 이는 어떤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시간의 연습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떤 것을 연습하고 많이 하는것은 단순히 굳은 결심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좋은 환경이 주어져야 가능한데 왜냐면 이것은 보통 5년에서 10년은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드는 예는 하키선수의 예도 있고 빌게이츠의 예도 포함하는데 하키선수의 경우는 이렇다. 훌룡한 선수들은 유독 1-3월달 출생자가 많다. 이는 연령을 나누는 기준이 1월1일이라서 또래보다 좀더 컷던 아이들이 조금 더 잘했고 조금 더 잘했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서 더 많은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문화적 영향력이 어떻게 개인의 능력에 크게 영향을 주는가를 논하고 있다. 물론 한국독자에게 제일 재미가 있을 부분은 권위주의적 한국문화때문에 대한항공기의 사고율이 크게 높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즉 항공기에는 두명의 조종사, 주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있는데 부조종사가 권위에 눌려 제대로 오류를 지적하지 못하는 것이 사고의 위험률을 크게 올린다고 설득력있게 논증하고 있다. 


이런 책을 읽고 우리는 뭘 배워야 할까. 역시 개천에서는 용나지 않으며 개인의 노력은 중요하지 않고 운이 좋아서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춘다면 물론 아무 도움도 안된다. 예를 들어 과학자로서 성공하려면 한국적 문화에서는 불가능하고 미국적 문화에서 태어났어야 쉽다라는 결론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득되었다고 한들 그럼 나는 한국인이니까 과학자가 되기를 포기해야 한다라는 것이 결론이라면 별 도움이 될리가 없다. 


이런 부분에서 저자의 메세지가 좀 약하다고 생각되므로 소감을 겸해서 그부분을 이야기해 보자.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렙은 앞일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한권내내 떠들면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행운의 복권당첨 즉 좋은 블랙스완을 만날 기회를 최대화하기 위해 그런 가능성에 최대한 자기를 노출시킬것. 


이걸 이렇게 이야기해 보자. 튼튼한 사람과 허약한 사람중 빨리 죽는 사람은 어느쪽일까를 물으면 튼튼한 사람이 될것이 뻔하다. 열심히 농사짓는 사람과 노는 사람중 어느 사람이 수확이 많을까를 물으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기본적으로 환경이라는 요소를 무시하고 그안의 개인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나체로 시베리아 벌판에 있는 튼튼한 사람과 하와이나 플로리다같은 곳에서 옷잘입고 지내는 허약한 사람중 빨리 죽는 사람은 어느쪽일까. 사막에서 열심히 농사짓는 사람과 비옥한 농토에서 게으르게 농사짓는 사람중 어느 사람이 수확이 많을까. 


이런 지적을 말장난으로만 여길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개인의 성공신화류에 빠져서 미래에 대해 자세한 계획을 세우고 불굴의 의지로 그 계획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식의 계획을 세우며 종종 환경의 고마움과 소중함에 대해 너무 쉽게 간과한다. 그건 모델이 아닌것 같지만 그건 사실 일종의 성공에 대한 모델이다. 즉 성공은 나 개인의 노력과 자질에 달려있다는 이론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일이 잘안되면 그건 내가 노력이 부족했거나 자질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에 눈을 뜨면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최대한 좋은 환경에 자신을 놓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대한한공은 비행기안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라는 문화적 변화를 통해서 사고율을 줄였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고 어떻게 시간을 쓰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열린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복권을 사는데 이 세상에는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등 여러가지 복권이 있어서 당첨복권도 수없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나는 노란색복권만 당첨되겠다고 생각하는게, 그래서 다른 색 복권들은 그냥 버리는게 당첨확율이 높을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꿈이 아주 아주 구체적이며 그리로 가기위해 꼭 이렇게 저렇게 해야겠다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아주 여러번 복권을 맞아야 할것이다. 그러나 뭔가가 이룩되는 데는 반드시 길이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해보지 않고 생각해 보지 않은 것중에도 아주 좋은 것이 있을수 있다. 


결국 우리는 환경을 느끼고 좋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조금씩 우리를 바꿔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굉장히 여러가지가 포함된 것일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은 환경의 제일 1순위는 다이어트나 운동일수 있다. 아니면 아침마다 이웃사람에게 인사하는 일이 될수도 있고, 주말마다 드라마보고 지내던 것을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시간 쓰겠다고 결심하는 일이 될수도 있으며 어느날 운전하다가 본 마을이 마음에 드니 당장 그리로 이사하는 것일수 있고, 아내와 일주일에 한번 외식하는 날을 정하는 것일수도 있다. 


아웃라이어가 가지는 행운은 기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쉽게 예측될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 복권에 이미 당첨되었거나 당신은 그런 행운이 굳이 필요없을 정도의 통찰력을 지닌 인간으로 어떤 의미에서 이미 아웃라이어라는 이야기다. 


예측불가능한 것을 머리를 써서 예측하려고하면 더 틀린다. 그보다는 느껴야 한다.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끌어들이는지, 무엇이 당신이 원하는 삶인지, 어떤게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인지, 그래서 달팽이가 살기 좋은 곳으로 기어가듯 조금씩 조금씩 좋은 환경으로 우리를 옮겨가야 한다. 그럴때 우리는 복권당첨의 확율을 올릴수 있을 것이다. 


말콤 그래드웰은 은근히 혹은 내놓고 우리가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 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나는 가난한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난 자수성가한 변호사입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 가난한 유태인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낸 성공요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한국사람도 한국이 성공한 이유나 한국이 살만한 나라인 이유를 한번 말해 보라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진실과는 매우 멀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한국을 성공시킨 가족윤리를 휴지통에 가져다 버리면서 한국의 더 많은 성공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수도 있다. 


좋은 환경을 찾아가고자 한다면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부분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아웃라이어는 단순히 개천에서는 용 절대로 안나니까 포기하라는 메세지처럼 들릴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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