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대학에 대하여

화려한 대학과 등록금의 모순

by 격암(강국진) 2011. 5. 31.

11.05.31

대학등록금은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어떤 특정요소가 결정적이라고 믿고 말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대학교육이란 본래 정부지원이 크게 있어야 하는건데 정부지원이 적다고 말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사학재단들이 돈벌이를 하기위해 돈을 빼돌리기때문에 대학등록금이 비싸다고 믿을 것이다. 나로서는 여기서 그런 주장들을 찬성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 다만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잘 거론되지 않는 부분인 것같은 것 하나를 지적해 볼까 한다. 

 

여기 두개의 대학이 있다. 두 대학의 명성은 정확히 똑같다고 하자. 그런데 한쪽 대학은 지난해에 크게 증축을 해서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한 화려한 캠퍼스와 기숙사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새로이 세계적인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교수진을 더 많이 뽑아서 교수당 학생비도 작아졌다. 

 

두번째 대학은 변하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고 기숙사는 후지고 건물들도 낡았으며 교수의 수도 작다. 화려한 선전도 할게 없다. 

 

여러분이라면 이 두개의 대학중 어느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 물론 첫번째 대학일 것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있다. 첫번째 대학이 등록금이 비싸면 어쩔것인가. 그럼 싼 대학으로 갈것인가? 

 

내가 지적하려고 하는 부분이 먼지 명확히 이해한 분들이 많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흔히 대학에는 시장논리를 잘 적용시키지 않지만 사람들이 시장논리를가지고 대학에 접근할때 즉 대학이 가지는 철학이나 교육방침, 학문적 성향을 평가한다던가 하는 일 없이 쉽게 측정되고 보여지는 것에 사람들이 집중할때 대학도 결국 싸구려 시장논리가 적용될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것은 중고교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10년도 안되서 5년마다 새로운 명문이 나타나는 것같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사람들이 교육이나 학문을 너무도 쉽게 보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명문학교, 진짜 좋은 학교가 간판화려한 교수진 좀 모으고 건물 잘짓으면 하룻밤에 뚝딱만들어 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 만들어지는 신설학교입학이 과열되고 생긴지 몇년안되는 학교들이 명문으로 올라선다. 그런 학교들이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말할수도 있지만 그 성적은 실상 그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좋아서 생긴 것인지 그 학교의 교육이 좋아서 그런것인지 구분할수가 없다. 

 

이는 마치 부동산 투기를 연상시킨다. 투기붐이 일면 아파트값이 오른다. 아파트의 진정한 값어치가 그만큼 안되며 이는 거품이라고 말해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를 사면 가격이 오르는걸. 투기붐은 오직 마지막에 거품이 무너지면서 피해자를 양산할때만 확실한 부정적 결과를 보여준다. 신설명문학교에 대한 붐과 평가도 그러하다. 

 

쓰다보니 학교보다는 소비자 혹은 학생이나 학부형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건 아니다. 한국사회전체의 문제이며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책임이 크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의료사고가 나면 물론 의사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이지 그런 의사를 찾아가는 손님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결국 핵심적 질문은 이것이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이것에 하나의 답만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질문에 매우 천박한 대답을 내놓고 대학을 보기 쉬운 수치로 평가하는 풍조가 존재하는한 대학은 그에 맞춰서 천천히 천박한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아예 대학처럼 보이지 않는 장소로 변해가는 것을 멈출수 없을 것이다.

 

내 기준으로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것은 4대강건설에 대해 소신있게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지식인들, 교수들의 목소리 같은 것이다. 전문가의 사회적 존재이유는 그런것 아닌가? 특정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사람이 권위있는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충분히 사려깊고 현시점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적 사회다. 그런데 권력에 따라 목소리가 맘대로 변하는데다가 올바른 목소리도 묵살되어 버리는 분위기가 존재하고 국민들이 이젠 전문가 목소리따위는 믿지도 않기 때문에 토목을 논할때도 토목과 교수보다는 목사목소리가 더 믿음직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탈이성주의 시대다. 다시말해 대학의 존재근거가 근본부터 무너지는 시대다. 이성이 필요없는데 대학의 가치는 오직 취업대비용 기술학교일 뿐이다. 

 

수많은 대학들이 지금 문을 닫기 직전의 부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현실은 부동산 거품같은 것을 다시 연상시킨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포항공대처럼 시설투자를 잘한 대학이 나타나서 서울대 연고대를 긴장시켰기 때문일수도 있고 학생수가 줄어서 이젠 선전을 하지 않으면 학교의 명성을 지켜갈 인재를 뽑기 어려웠을수도 있다.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어느 시점에서인가 대학들이 경쟁을 시작했다. 경쟁은 좋은거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경쟁은 늘상좋은것도 아니고 경쟁을 평가하는 평가기준이 뭐냐에 따라 좋은거라곤 하나도 없는 것일수도 있다. 

 

요즘 화제가 되는 나가수의 예를 들어보자. 벌써 그런 이야기 나온지가 오래다. 아무래도 청중평가단이 고음을 크게 지르는 노래에 점수가 후하다고. 그러니까 점수따고 싶으면 각자의 예술적 감성을 포기하고 질러대는 수밖에 없다고. 경쟁이 극한에 이르면 이기는게 전부가 되니까 자신을 완전히 잃고 그 경쟁을 평가하는 기준에 완전몰입하게 되기 쉽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멀리서 그걸보는 시청자 기준에서는 오히려 노래가 전보다 못하다고 느끼게 된다. 

 

다시 정리하고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항상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 결국 답이란 각자의 가슴에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 대학이란무엇인가. 우리가 맨앞에서 거론한 두개의 대학 문앞에서 서서 우리는 흔쾌히 시설나쁜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 너무 쉽게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보기엔 요즘 풍조가 그렇지 않다. 

 

10년동안 안가본 대학이 있다면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같은 대학이란걸 믿을수가 없을 정도로 변한 곳이 많다. 그렇다면 그렇게 안변했으면 어땟을까. 역시 과거를 잘보존했다면서 칭찬을 받았을까 아니면 다른 대학이 저렇게 화려하게 변하는동안 침체되어 발전이 없었던 대학을 만든 총장과 이사진을 사람들이 비난할까. 여기저기서 투자 받아서 화려한 대학만들기에 성공한 총장이 칭찬받지 않는가? 그런데 그 과정에서 누가 철학따위 신경이나 쓰고 있을까? 그게 표시나 나나? 그런데 이 과정이 결국 어떤 대학을 만드는가. 

 

우리나라 중소도시에 대학세우면 당연히 시설비가 적게 들것이다. 좋은 대학이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시에 모여있는 나라는 선진국중에서 나는 들어본적이 없다. 서울대는 왜 서울에 있어야 하는가. 서울대를 욕하자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 안있으면 그 대학에 가기 싫어하지 않는가? 교수진들도 이왕이면 서울에 있고 싶어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다시 끝임없이 질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대학이란게 뭔가, 우리는 어떤 대학을 선호하고 있는가. 부동산 거품이 생기는 것은 정책의 실수도 크지만 정말 정책만의 문제인가? 은행에서 엄청나게 빚내서 투기하는게 정상처럼 여겨지는 풍조도 전부 정부탓이고 역대 대통령탓인가? 

 

지금의 대학현실을 고치려고 하면 여러가지가 필요할 것이다. 여러가지 해법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이글에서 거론하는 부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다면 그래서 어떤 문화적 변화가 없다면 어떤 해법이든 생각만큼 그리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대학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필요없는 지출과 꼭필요한 지출을 구분할수 있을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