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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대학에 대하여

민사고와 포항공대의 비교

by 격암(강국진) 2009. 5. 6.

2009.5.6

다큐 3일에서 민사고 편을 최근에 봤다. 포항공대 2회입학생인 나에게 민사고의 모습은 충격적으로 포항공대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물론 두 학교는 대학과 고등학교로 서로 다르다. 또한 민사고 학생들은 정말 대단한 인재만 들어가는 학교라고 들었다. 또한 내가 두 학교를 비교하며 부정적인 것에 대해 말하더라도 이 글을 쓰는 도중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나는 나의 포항공대의 경험을 통해 민사고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하고 싶다. 

 

오늘날의 포항공대는 포항공대 초기 설립당시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다. 일단 당시 240명이던 입학정원이 두배정도로 늘었고 대학입시에서의 위치도 그에 따라 변화했다. 그러나 초기 4회정도까지의 졸업생들은 시험성적도 상당히 우수해서 포항공대 입학생들의 학력고사 평균점수가 서울대보다도 높았다.

 

포항공대가 설립되던 당시 포항공대의 환경은 기타 다른 학교와 비교해서 충격적일정도로 좋았다. 내가 듣기로 한국학교에서 건물과 시설에 투자가 늘어난 것에는 포항공대의 자극도 큰 몫을 했다고 한다. 포항공대의 시설을 보고 서울대 연세대 같은 학교에서 이런 식이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포항공대의 학생은 소수였고 교수가 다수여서 많은 교수와 개인적 친분을 가질수 있는 점도 좋았다. 학생들은 아주 많은 동아리 활동을 했다. 엄청난 수의 동아리가 생겼고 그에 대한 지원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5개정도의 동아리에 동시에 가입하는 정도여서 왠만하면 동아리 회장을 한다는 말이 나왔다. 영어교육도 달랐다. 적어도 초기에는 포항공대도 전부 영어 수업을 했다. 당연히 물리나 화학같은 과목도 전부 원서로 공부해서 물리공부보다 영어공부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다큐3일에 나오는 민사고의 모습은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럼 이런 학교를 졸업한 학생으로서 이런 학교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할까. 일단 장점을 적지 않는 것을 이해바란다. 장점은 이미 너무 널리 인식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점을 지적한다고 해서 이런 학교들이 나쁘기만 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단점이 없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단 이야기다. 

 

첫번째로 진짜 명문학교는 적어도 수십년의 역사끝에 탄생한다는 것이다. 교육이란, 대학이란 복잡한 것이다. 돈들여 뚝닥 만들어 놓는다고 바로 명문학교가 되는게 아니다. 세월이 흐르고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며 진짜로 그 학교 졸업생이 한국과 세계의 리더가 되는 경우를 명문학교라고 부르는 것이지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신설학교는 신설학교이다. 

 

교육이란 훌룡한 요리같은 것이다. 그 조합이 중요하고 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일본 영국의 좋은 교육 가져다 조합한다고 좋은 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며 한국학생들을 가르키는 것이나 외국학생을 가르키는 것이나 서로 다르다. 심하게 말하면 신설학교의 학생들은 시험용 재료에 불과할수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학생들에게 해서 그 결과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던지는 것이다. 그런 교육이 실제로 좋다고 누가 증명했는가. 포항공대가 서울대를 대체했는가?

 

영재학교나 명문학교를 지향하는 신설학교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이것저것 자랑거리로 삼을 만한 것을 마구 한다.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하고 타대학에서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한다. 나는 동아리 활동을 안하고 높은 교육수준을 미리 공부하지 않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역이라고 반드시 참이라고 믿지는 마라. 노벨상 수상자를 만나는 것도 좋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교육은 반드시 수학공식처럼 결과를 뽑아내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 학생들은 그런 것들 때문에 우왕자왕 엄청난 시간낭비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로 서구형 교육, 미국 교육이라고 볼 때 그것이 일정 부분 엉터리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보기에 민사고는 포항공대처럼 미국식 명문학교를 만들어 내려는 욕심에 차있었다. 40%의 학생들이 미국대학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왕 미국대학진학이 목표라면 왜 미국고등학교에 가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미 상당수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것이 실은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문화의 장점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미국식 명문학교를 만들면 이상한 변종이 나온다. 미국문화를 흉내내지만 명령에 복종하는 인간형을 강조하는 이상한 학교다. 미국문화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이며 인간의 평등이다. 미국 교육의 기본은 교사가 학생과 인격적으로 평등해 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리더를 키운다. 그런데 민사고가 세계의 리더를 키운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 나는 모르겠다. 

 

포항공대는 초기에 학내시위문제로 해마다 분쟁을 겪었다. 학교는 끝임없이 공부만 하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런 인간을 키워내고자 했다. 즉 자유롭게 생각하되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분야에서만 그러라는 식이다. 이건 리더가 아니라 훌룡한 도구를 키우는 것이다. 진짜 리더는 이렇게 크지 않는다. 영어로 말하고 영어책으로 공부한다고 과연 그들은 미국교육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한국교육이라도 받고 있는가. 새로운 교육이란게 그렇게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첨단을 찾아서 명문학교에 갔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를 현실세계에서 빼내어버렸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바쁜 커리큘럼을 따라가느라 누구보다도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그들은 일종의 가상세계에 격리되어 있는 것이다. 진정한 학교는 사회 전체가 학교고 세계전체가 학교다. 진정한 선생님은 나라 전체에, 세계전체에 퍼져있다. 포항공대의 교수진이 일개고등학교 선생님들과 비교해 얼마나 화려하겠는가. 제아무리 민사고가 화려한 교수진을 자랑해도 양이던 질이던 비교가 될리가 없다. 그런 교수진들이 득실대는 포항공대도 결국은 좁은 물이었다. 철학과 예술과 사업과 학문을 배우려면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한국자체도 좁은 물인데 그 안에서 다시 칸막이를 치고 작은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만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다른 곳을 돌아보는 일이 오히려 소홀해 진다. 그럼 세상을 배우는게 아니라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고 남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인간형이 된다. 

 

미국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라면 경제문제가 없는 경우 미국으로 일찍가면 갈수록 좋다. 훌룡한 교육은 훌룡한 기자재가 아니라 훌룡한 교육철학에 의해서 결정된다. 물론 포항공대도 민사고도 나름의 교육철학이 있다. 문제는 그것이 충분히 훌룡한가 하는 것이다. 세계일류를 말하려면 왠만한 것가지고는 안된다. 하물며 어설픈 것으로는 그저 선민의식에 빠져서 자기 관리만 흐뜨릴 뿐이다. 

 

민사고든 포항공대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학교 바깥쪽에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점에서 이득을 보는 이상으로 뭔가 소중한 것에서 남보다 뒤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학교에 들어간 것이 후일의 인생에서 새옹지마로 작용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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