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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과 지식-서비스 노동자 문제

by 격암(강국진) 2011. 9. 5.

안철수 시장글을 연달아 올리게 되었습니다만 저는 우리나라에서 지식-서비스 노동자의 문제를 특히 부동산문제에 대비된 측면에서 보는 게 중요한 것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안철수 현상이라고 불릴만한 작금의 그의 인기를 설명하는 시대적 상황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요즘 부동산 불경기에 대한 우려와 부동산 거품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본래 한국 사람들은 부동산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이해하는데는 부동산 이외의 것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은 전체 사회와 경제의 일부분이요 결국 다른 경제요소들과 맞물려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양 중세의 봉건제가 끝나는 것은 땅으로 농노를 지배하던 영주의 몰락과 함께 하는 것인데요. 다 아시다시피 이런 몰락이 지배받던 농노들이 들고 일어나서 땅의 분배와 땅의 가격을 정상화시킨 결과는 아닙니다. 그것은 부를 증대시키는 다른 방법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상업과 공장운영이라는 방법이었죠. 그리고 이 두방법은 모두 노동력만 있으면 땅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농노들이 공장노동자가 되고 자본이 새로운 분야에서 축적되면서 땅이 지배하는 사회에 변화가 일어난것이죠. 


이런 시각에서 보면 부동산이 아니면 돈을 벌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에 몰려든것인지 아니면 부동산거품의 유지를 위해 부동산 이외의 영역을 억지로 위축시킨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부동산 이외의 영역이 부동산의 영역만큼 혹은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부동산 이외의 영역이 대표하는 부분이 바로 자본이나 토지 없이 노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결국 노동자대 자본가의 대립구도를 말하는 것같지만 실은 현실은 좀더 복잡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육체노동자의 착취라는 주제에 매몰되었던 노동운동의 결과 오늘의 현실을 보면 단순히 자본가 대 노동자 라는 구도로 설명하기 복잡합니다. 그런 구도를 선점당해서 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달까요. 


요즘 현대자동차 같은 거대 노조는 인터넷에서 인기가 별로 없습니다. 귀족노조라고 하죠. 그런 거대 노조가 있는 직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거대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고 결과적으로보면 자본 이상으로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 착취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분명히 노동이지만 노동자가 아닌 것처럼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데 그것은 소규모 자영업자들, 작은 중소기업들, 화이트 컬러 노동자들 같은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을 묶는게 가능하지 모르고 적당한 이름인지 모르겠으나 편의상 이사람들을 지식-서비스 노동자라고 부르겠습니다.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은 일정부분 자본가나 사장님으로 여겨지거나 지식인 계층으로 생각되어서 전통적인 노동자운동에 의한 권익보호에서 빠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몸통이기도 한 사람들이죠. 세금 많이 내고 가장 일자리 창출에 효율적인 분야일뿐만아니라 미래 발전적으로 보았을때도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거꾸로 가장 취약하게 착취당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저 이리저리 밀려다닐뿐입니다. 책상앞에서 일하는 사람들 만큼 직업안정성도 보장안되고 잔업많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도 없습니다. 한국은 지적재산권이 거의무력한데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가진게 머리밖에 없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거의 무가치하게 만드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하면 선진화가 안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선진화는 지식기반 비지니스의 발전, 전문화, 서비스 분야의 확대 같은 것입니다. 부동산과 이런 분야의 관련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상가가 텅비어있는 일이 자주 있는데요. 그 것은 지금 팔리는 정도의 매출로는 가게세를 낼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상업, 서비스 분야의 이익을 부동산 분야에서 빨아들이는 것이죠. 물론 이건 아파트 단지뿐만이 아니죠. 


수도권에서 특히 심한 부동산 거품때문에 전세값에 고통받고 가진돈 다 집에 밀어넣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거대노조에 소속된 블루컬러 노동자들? 아니지요.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이 현대판 농노입니다. 이들이 돈을 버는 구도로 바뀔때 부동산이 지배하는 나라가 붕괴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현실에서는 선진화이고 실은 노무현 시대에서 이명박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대중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어떤 집단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3가지 방식이 있는 것같습니다.  하나는 재력이고 또하나는 문화-정신적 영향력의 확대이며 마지막은 정치-행정-사법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은 이 모든 것이 없으며 한국에서 부동산을 지배하는 돈많은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그리고 누적된 모순만큼 불만도 누적되어 있습니다. 


일단 재력이야 말할것도 없지요. 한국에 빌게이츠 같은 종류의 부자가 있습니까? 세습된 부자들뿐입니다. 유명 회사들의 소유자들이 서로 혈연으로 다 이어져 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지요. 그들이 경험에서 배운 것은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인생에서 배운 것과 틀립니다. 그러니 철학도 다르겠죠. 


문화-정신적 영향력의 핵심은 아무래도 대학인데 대학은 재단이 지배하지요. 제가 보기엔 재단에 의한 지식인 지배는 전보다 어떤면에서 더 심합니다. 예를 들어 80년대까지만 해도 박사급 지식인은 정말 적었습니다. 이제는 넘칩니다. 한마디로 월급주는 사람 말안들을것 같으면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치-행정-사법 분야에 이공계가 얼마나 힘을 발휘합니까. 지식-서비스 노동자출신이 얼마나 있을까요? 건설회사 출신의 이명박이 당선된것은 제가 보기에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의 착시입니다. 그들은 이명박이 셀러리맨의 비애를 이해줄거라고 생각한 것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걸 떠나서 건설회사 출신이라는 점은 잊어버린 것이죠. 


이런 현실이 있기때문에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의 지갑이 가장 쉽게 열리는 유리지갑이며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이 쉽게 해고당하고 강도높은 노동에 당하며 창업도 어려운 동네북인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제몫을 찾지 못하는 것이죠.


한국 사람들은 유달리 인터넷에 열광했는데 저는 그것도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에 큰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인터넷에는 권위주의와 인맥이 따로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습득에 열광했던 것은 그만큼 오프라인쪽에서 제대로된 정보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정보는 분산되고 혼동되게 만들었는데 인터넷으로 그게 구멍이 뚫린 것이죠. 온라인 판매는 땅이 필요없지 않습니까? 인터넷에서는 학벌이고 혈연이고 영향력이 훨씬 적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인터넷 조차도 실은 자본의 지배하에 들어갑니다. 오마이뉴스가 80%의 수익을 삼성에서 얻고 포털이 인터넷 신문사들의 주된 수익원이 되고 마니까요. 아고라는 한때 국민의 아고라였지만 어찌보면 그저 하나의 회사인 다음의 서비스일뿐입니다. 그래서 다음이 구석에 집어넣으면 들어가는 것이죠. 네이버의 뉴스편집이 화제가 되었다던가 하는 것도 언급해둘 가치가 있습니다. 


요즘 삼성이 인터넷에서 매를 많이 맞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는 삼성이 애플과 대비되는 점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일종의 생태계를 만들어 수익을 삼성보다는 훨씬 더 많이 지식-서비스 노동자와 나눕니다. 반면에 아이폰이 들어오는게 그다지도 늦었다는 것, 매번 한국언론에서는 삼성 제품띄어주는 기사만 줄줄이 나온다는 것, 삼성은 애플과의 경쟁에 열을 올리지만 그것이 더더욱 지식-서비스 노동자 쥐어짜기로 나가는 듯한 인상만 든다는 점이 사람들을 자극합니다. 


가장 훌룡한 리더쉽을 발휘하고 훌룡한 사회적 신뢰로 애플의 제픔을 판매하고 기획하는데 큰 기여를 하면서도 월급한푼 받지 않는 스티브잡스와 위에서 좀 더 잘하라는 뻔한 소리만 하면서 밑을 쥐어짜고 그러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같은 삼성회장의 모습에서도 사람들은 불공정을 느낍니다. 스티브잡스가 자기 아들을 애플회장으로 만든다고 상상해도 웃기지요. 그러는 가운데 한국의 벤쳐는 결국 대기업이 죽인것이라는 비판이 인터넷을 뒤덮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토목공사에 쓰는 그 엄청난 돈을 지식-서비스 분야에 일부만이라도 투자한다면 그 효과가 무궁무진했었을 것입니다. 고급 일자리도 훨씬 많이 생기고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할 것입니다. 4대강공사는 왜합니까. 각종 신도시 개발은 왜 합니까. 건설개발은 땅의 가치에 관련된 것입니다. 땅을 가진 자들이 땅의 가치를 유지 혹은 향상시켜서 그를 통해 땅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피땀을 흡수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건설의 내막입니다. 


반면에 지식-서비스 분야도 인프라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비가 공짜라면 뭘 배우기 좋겠죠. 통신인프라가 잘되어 있고 통신 보조금이 싸다면 인터넷 관련회사들이 사업하기 좋은 사회가 될것입니다. 전국에 엄청난 수의 도서관을 세우고 양서를 소비보급 해 준다면 지식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결국 나랏돈을 가지고 어떤 미래를 보는가에 따라 돈쓰는 것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돈은 땅으로 갑니다. 강에다 유람선 띄우는데 몇천억 몇조가 쉽게 들어갑니다. 토지를쥐고 있는 자들이 나라를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위에서 제가 열거한 3가지 영향력을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이 차지해야 나라가 선진화 될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러기 위한 사회적 압력이 존재하고 그때문에 노무현에서 이명박까지 당선된 것입니다. 이명박은 다른 이유도 물론 있지만 셀러리맨 출신이라는 이미지, 경제 현장을 안다는 그의 이미지가 없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노무현은 법조계 출신이지만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 할만큼 인터넷 소통에 능했으며 프로그램 개발에 큰 관심도 가진 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안철수가 크게 뜹니다. 그의 이미지는 물론 지식-서비스 노동자를 너무잘 대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스스로도 소프트웨어의 개혁을 말하고 중소기업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잘할 것인가 못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지만 뜨는 사람이 누가 되건 어떤 잠재적 모순과 갈망이 사람들을 띄우는가도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즘 잘나간다는 소셜넷을 지배하는 것도 지식-서비스 노동자들이나 잠재적으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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