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반군이 지난 23일 독재자 카다피의 마지막 거점을 점령했다. 카다피는 행방이 묘연하지만 튀니지와 이집트의 지도자들에 이어 중동 재스민혁명에 의해 물러나게 된 3번째 지도자가 된 셈이다. 중동의 재스민혁명은 중동의 민주화열풍으로 말할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혁명의 바람이 과연 중국과 북한에도 불어닥칠까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다른 측면이라는 것은 이것이다. 중동은 그럼 왜 이제까지 민주화되지 않았을까. 중동의 민주화는 세계적 규모에서의 민주화라는 주제와 결부되지 않을까.
민주화라는 것은 사람들간의 평등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지구는 하나의 나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평등을 말할때는 착오가 있을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민주화된 나라지만 세계전체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은 마치 평민들 속의 귀족이나 왕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알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제국주의 시대이래 오랬동안 세계의 경제규모에서 소위 선진국 -일본을 제외하면 다 서구계열인데-이 큰 몫을 차지해 왔다.
그건 마치 왕이 국가의 모든 재산과 권력을 가지고 평민들은 숫자는 많지만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사극의 한장면을 연상시킨다. 인구로 보면 선진국인구를 전부 합해봐야 10억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중국경제의 부상이다. 그런데 사실 중국이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도 빠르다는 것일뿐 성장한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세계의 하류층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성장해서 아직도 평균국민소득으로 보면 작지만 경제의 규모로 보면 이젠 선진국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추세는 오랬동안 있어온것이라 바뀔 것같지도 않다.
중국의 미래를 논하면서 이와 같은 것을 바로 세계의 민주화라고 말하는 서양사람도 있었다. 그는 마치 귀족이 귀족시대가 끝나면 신세가 처량해 지듯이 서양사람들은 오랜동안 서양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더이상 그렇게 되지 않는 시대에 적응해야 할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까지는 서서히 이뤄져 왔지만 앞으로는 격렬한 변화가 될수도 있다. 왕조가 무너지고 공화정이 서는 변화가 어떠한가. 대중의 힘이 서서히 성장하다가 대중이 귀족과 왕의 힘보다 강해지는 순간 변화는 급격해 진다. 그러면서 귀족과 왕이 가졌던 특권들이 박탈당하고 귀족과 왕의 입장에서 보면 천천히 변하는게 아니라 하늘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는 것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갑자기 거지가 된다.
쟈스민혁명은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동이 주목받아온 이유는 중동이 기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기이하게 생각되는 일이 있다. 기름은 인류가 쓰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데 생수보다 기름이 더싸다. 그리고 엄청난 돈을 벌어들여 발전해야 마땅할것 같은 중동의 대중은 항상 가난하고 비극적인 삶을 독재자 밑에서 보내왔다. 아랍은 실상 서양에 그리스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가 전해준 고마운 문화선진국인데 항상 테러리스트를 만들어 내는 나라로 인식되어 왔다.
확언할수는 없고 증거도 없지만 나는 그것이 고의로 그렇게 된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세계구도에서 선진국들은 큰 경제규모만큼 에너지를 펑펑써왔다. 미국은 미국이 파는 윈도우는 비싸게 팔더라도 원유는 싼값을 유지되기를 바랬을것이다. 그러자면 민주화되지 않고 부패한 정치가가 지배하는 중동이 그렇게 유지되는게 좋다. 중동은 테러리스트의 나라니까 전쟁도 하고 공격도 해서 배상금조로 원유도 왕창뜯어올수 있는 쪽이 좋다.
그 중동에 민주화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적 규모의 민주화로의 대격변의 전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쟈스민 혁명이 중국에서 일어날까 말까 북한에 도달할까 말까같은 질문은 오히려 작은 질문이 되고 만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런 혁명이 일어나건 말건 과연 총량에서 선진국그룹의 상대적 힘이 떨어져가는 추세가 계속되거나 혹은 더더욱 가속화될까 하는 점이다.
사람들은 중국같은 나라의 후진성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수 있을리가 없다고 말한다. 나도 동감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은 왕조에서 왕조로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왕조에서 공화국으로의 변화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중국은 더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르고 망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금의 세계변화가 왕조에서 공화정으로의 변화같은 것이라면 이 세상에는 아예 왕이 없어질것이다. 전혀 다른 게임이 된다.
전혀 다르다는 그게임이 뭐가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국가라는 개념이 유명무실해지고 세계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세계정부로 뭉치는 것같은 것이 될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기름같은 자원을 독점해서 크게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같은 것을 막을 힘이 없을 테니까.
중앙독재시대에는 자리하나 차지하면 그게 권력을 주지만 지방자치의 민주화시대에는 조화롭게 평화를 유지하면서도 그 지역의 결속을 추진할수 있는 구심력을 발휘하는 문화의 힘이 커질것이다. 물론 세계적 다국적기업의 권력이 한없이 커지는 일도 있을수 있고 그걸 막기위해 무슨일이 벌어질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만이 정답인것같다.
G7이 G20으로 변한 것도 이렇게 보면 상징적인 일이다. 귀족국가는 항상 신흥강자를 귀족계층에 포함시켜서 귀족과 평민의 구분이 있는 구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다가 귀족계층이 너무 커지면 민란이 나는 것이다.
세계가 어수선해지면 그저 고정된 권력구도에만 의지하여 자신을 지켜왔던 부류는 몰락할 것이다. 오직 스스로 자기를 지킬 준비가 된 공동체들만이 팽창하고 새로운 리더쉽을 발휘할 것이다. 버는 것보다 엄청나게 쓰기만 했던 지금의 선진국은 현재의 구도가 깨지면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을 것이다. 마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투기바람에 편승했던 사람들이 충격받듯이 말이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용불량의 시대가 오면 누가 그나마 신용이란것을 가지고 있는가가 밝혀질 것이다. 아이엠에프때 그랬듯이 그런 사람들은 단숨에 큰 부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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