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남의 경제난 우리의 경제난

by 격암(강국진) 2011. 8. 4.

미국이 정부 빚내기 상한선에 대한 합의를 하고 겨우 부도를 모면하는 모양입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위기 국면을 보여주는가 하더니 미국이 흔들리고 일본은 안그래도 천문학적 정부부채를 말하는데 이번 지진과원전사고로 어디까지 피해를 입을지 상상도 할수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중국도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폭동이 날지 어쩔지 모른다고 합니다. 이에 여러 경제전문가들이 공황이 올것 같다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세상의 경제난이야기가 많지만 세상이 혼잡할수록 우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고 경기불황이라던가 경제공황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돈이란 신용이고 공황이란 신용의 부재를 뜻합니다. 그러니 결국 경제위기란 사람들이 너무 서로 간에 거짓말을 많이해서 이제 사람들이 서로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튤립한송이가 1억의 가치가 있다고 모두가 믿으면 튤립한송이는 1억이 됩니다. 그러면 갑자기 세상에는 돈이 흔해 집니다. 모두가 흥청망청 써도 돈이 들어오는 호경기가 옵니다. 그러나 튤립이 1억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믿는 상황이 유지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믿음이 깨지고 그것이 거짓말이 되는 순간 세상에서는 돈이 순식간에 증발합니다. 


튤립대신에 부동산을 말해도 마찬가지고 주식을 넣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허공에서 돈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사라지면 돈이 증발하게 되는 것이죠.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라는 것도 결국 부동산이 실제이상으로 가치가 있다고 사람들이 믿었기 때문에 생긴일입니다. 쾌락이란 현실을 넘어서 하는 과도한 기대를 말하는 것입다. 결국 만들어낸 환상에 쫒아 쾌락을 즐긴 사람들에게 그 댓가가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이야기의 시작일 뿐입니다. 투기뿐만이 아니라 건전해 보이는 돈들도 사실은 전부 신용입니다. 미국이 욕을 먹으면서도 수없이 돈을 많이 찍어낼수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사회가 그만큼 튼튼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신용이 아주 튼튼한 친구는 돈을 쉽게 많이 빌립니다. 신용이 없는 친구는 푼돈이라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신용이란 믿는다는 것인데 미국이 돈을 찍어낼수 있는 신용이란 미국 사회를 그만큼 사람들이 믿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그만큼 사랑스럽고 사랑받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프리카나 어디 동남아시아에 작은 나라가 갑자기 만들어졌다고 합시다. 그나라가 자기들 돈을 찍어서 이돈받고 물건달라고 하면 물건을 줄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면 그 나라는 유령처럼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순식간에 정부가 없어지고 사람은 흩어지고 나라가 없어진다면 그나라의 돈이라는 것은 휴지에 불과합니다. 말하자면 미국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책임질 나라라면 이 나라는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라고 말은 했으나 실은 한국돈은 지금도 외국에서 잘 통용이 되지 않고 10여년전에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유럽의 작은 나라며 남미나라의 돈도 환전해 주는 곳에 가도 한국돈을 안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건 우리생각과는 달리 세계가 보기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언제 없어질지 모를 나라로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사실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한반도에 전쟁나면 어찌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결국 한나라가 가지는 신용은 그 나라가 절대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주는 것에 크게 달려있고 다시 그것은 그 나라를 이루는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 나라라는 공동체에 애착을 얼마나가지고 있는가에 크게 달려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저기 중동의 어딘가에 오일달러 잔뜩벌어서 사람좀 모으고 우리는 독립국이라고 선포한들 그 나라가 지속될거라고 믿기는 힘듭니다. 나라에 대해 애착을 가지는 것은 반드시 돈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문화와 역사와 철학의 문제입니다. 돈으로 급조된 나라에 정말 목숨을 걸고라도 그나라를 지킬 애정을 사람들이 보여줄수 있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청와대에서 국방을 논하면서 모여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병역면제라는 사실이 별게 아닌게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말라죽고 대기업들만 번성하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일이 별게 아닌게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그저 냉정한 법만이 있는 나라라는 것은 뜨거운 아이스크림처럼 자기 모순적인 말입니다. 그런 나라는 장기적으로 존재할수 없습니다. 위기가 오면 자기몫을 들고 도망갈 사람끼리 나라를 만들수 없습니다. 신용이 없으니 점점 더 가혹한 착취를 하지 않으면 빼낼것이 없어지고 결국은 돈들고 도망갈 일밖에 벌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우리가 남의 걱정할때가 아니며 경제난의 본질은 신용의 소멸이고 공동체의식의 소멸인데 한국 사회가 그걸 너무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복지논쟁이란게 한국에 있는데 그걸 할때보면 대부분은 한가하게 돈이 있니 없니 남의 나라는 이수준이니 뭐니 하고 말합니다. 그같은 인식은 복지정책이란게 거지 적선하듯이 필요없는 돈인데 지출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크게 오염되어 있습니다. 


삼성이 잘나가는 것은 한국사회가 인력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혹은 이건희 일가가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에 가서 같은 비용들여서 더 좋은 결과낼수 있으면 아무리 붙잡아도 한국에 안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전보다 잘살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면에서는 전보다 못한 면도 있습니다. 한국의 잠재적 역량이 고갈되고 사람들간의 신뢰는 바닥나고 있습니다. 70년대에 대학나오면 취직걱정이 없었습니다. 80-90년대도 거의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취업도 어렵고 살인적인 사교육비며 주거비용때문에 부모들이 애를 안낳고 처녀총각들이 결혼을 못합니다. 


지극히 가난해서 교육자체가 안되는 사람들이란 경제적으로 보았을때 말하자면 어디 아마존 토인같은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신용형성에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 신용을 쌓으려면 가진게 있어야 신용을 보여주죠. 가진것도 배운것도 없는 데 경제시스템에 의미가 있을리 없지요. 반대로 범죄발생문제라던가 인도적차원에서 그들을 먹여살리는 비용은 사회의 짐이 됩니다. 


이러니까 교육이 안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사회에 받아들이거나 자식교육을 할수 없어서 사회에 참여가 원천봉쇄되는 계층이 늘어나면 사회의 신용은 점차로 말라갈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우리나라의 돈과 땅을 모두 한 사람이 다 가지고 나머지는 전부 벌거숭이 토인이라면 그런 나라가 무슨 경제가 있겠습니까. 한 사람이 모두 다 차지할때는 기분좋겠지만 다 차지하고 나면 그 한사람의 부자도 실상은 별로 큰 부자가 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의 가치가  폭락할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용이란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는 것인데 혼자서 다가지느라 그 신용을 증발시켜왔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미국처럼 땅도 크고 인구도 많은 나라라면 모르지만 한국처럼 인구가 작은 나라는 정말 아무도 포기할수 없는 것입니다. 영어권 문화인구가 크니까 해리포터를 쓰면 큰 부자가 되고 따라서 영화도 나오고 명작이 나오지요. 한국어권 규모가 얼마나 되리라고 봅니까. 그 규모가 빈부격차증가로 더더욱 줄어서 겨우 밥만 먹고 사는 인구가 늘면 시장이 없어집니다. 


한국 가수며 드라마 영화가 일본진출하면 자랑스럽지만 사실은 안타까운 것도 있습니다. 일본시장이 훨씬 크니까 일본노래 불러서 일본국민들에게 봉사하면 돈을 훨씬 많이 벌지요. 그러니까 애초에 일본사람들 취향에 맞는 문화컨텐츠가 나올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화컨텐츠는 인간집단이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이렇게 변형되고 회복이 안되면 결국은 집안재산 다팔아먹고 망하는 집안처럼 됩니다. 자기집 축제가 초라한데 언제까지 남의 집에 우리집 축제의 결과를 팔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겨우 학생들 급식 먹이는거 가지고 나라가 망하니 뭐니 하는 걸 보면 한심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학을 전부 공짜로 다니게 하고 대학을 안나와도 그럭저럭 먹고 살수 있는 나라로 만들지 않으면 한국은 망조가 들것입니다. 한국문화공동체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공동체가 소실되면 모두 집없는 신세가 됩니다. 맨위의 사람들만 부자되어 그돈으로 자식들 미국에서 교육시키고 그 자식들은 돈물려받아 미국에서 계속산다던가, 뽑을만큼 한국에서 이득을 얻은 후에 자본이 외국으로 몰려나간다던가 하고 나면 남는 것은 문화적으로 처참하게 착취당한 폐허입니다. 


우리는 이같은것을 홍대거리가 번성하고 망하는 과정같은 것에서도 보게 됩니다. 어딘가가 인기를 좀 얻으면 자본이 들어가서 정체성을 흐리고 그러다가 특징없는 유흥가로 변하고 나중에 자본이 빠져나가면 남는 게 없어집니다. 결국 국가적 수준에서 이일이 일어나고 마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한국에 매국노만 가득하다고는 안하겠지만 정말 우리는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과연 이시대에 넘쳐나고 있는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희망이 있었던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대였고 이명박 정부시대에 들어서서는 분노를 넘어 체념의 단계로 들어선지 오래입니다. 왕창 한방해서 캐나다로 가고 호주로 가고 미국으로 가서 살겠다는 정서가 넘칩니다. 


세상은 아주 복잡합니다. 누구도 그걸 따라갈수 없을 만큼 복잡합니다. 그러나 결국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사람과 사람의 신용입니다. 서로 과장하지 말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서로 거짓말하지 않고 살면서 돕는 것이 인간을 원숭이보다 부유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여러가지 이유를 대서 경쟁하는데 남을 돌볼 여력이 어디있냐는 둥, 회사라는게 원래 이윤을 추구하는건데 그걸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둥하는 식으로 이기적인 인간이 당연하다는 소리가 퍼지게 만들면 세상이 험해질수 밖에 없습니다. 부동산가격만 안떨어지게 만들어 준다면 별볼일 없고 도덕심없어보여도 대통령찍어주겠다는 식이면 곤란한것입니다. 


결국 외국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 사회도 묵묵히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퍼뜨리고 정직함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지켜갑니다. 그들은 묵묵히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잘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지켜가는 신용의 끈이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그걸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어느 사회던 유지될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목숨보다 한국을 사랑한 사람들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