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서울시장선거에 입후보를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인터넷에서는 안철수라는 이름이 가득하다. 벌써 선호도 조사에서 1등을 한다는 이야기에서 안철수의 정치성향은 어떠하다던가 누가 후견인이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국교수는 안철수가 과기부장관으로는 몰라도 서울시장으로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서울대 법인화 위원장이라던가 포스코의 사외이사라던가 하는 그의 이력을 가지고 안철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어떤 한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면 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전부 하늘이 무너질까를 걱정한다면 한마디 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하늘 무너지는거 걱정하는거 보다 급한 일이 있다고.
아직 안철수는 출마를 발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소문에 들리는 것처럼 박원순이 출마를 발표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다른 후보도 있고 문제의 두명이 다 나온다고 하더라도 일이 순리대로 풀려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마디로 미래는 모른다.
미래는 모르는데 미래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흔히 지나치게 척하면 삼천리 아니냐면서 이러면 저렇게 되는게 불보듯 뻔하니까 미리 미리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말이나 행동이 선의에 의해서 나올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의심하지 않지만 사실 그런 근거없는 미래에 대한 단정은 불화와 차별의 시작이 된다.
벌써 이제까지 세상에 가득하던 안철수의 칭찬에 대해 가만히 있던 사람들만 있었던 세상에 안철수가 서울시장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만으로도 안철수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잔뜩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안철수가 서울시장하면 안되나? 나는 안철수를 서울 시장으로 지지한다던가 반대한다던가 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있다가 안철수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평가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아마도 나름의 미래에 쭉 펼쳐져 있을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저렇게 달려야 좋은 세상으로 가는데 안철수 출마라는 변수는 그가 예측한 미래로 가는 고속도로의 옆으로 달리는 길이므로 좀 무리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머리속에 있는, 예측할수 있는 미래는 결코 실현되지 않으며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좋은 세상이 안된다.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머리좋은 사람들이 이미 미리미리 다 좋은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는 개혁이 되고 만다. 어떻게 생각하면 좋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개혁은 우리의 운명을 믿고 코앞의 일에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가능성을 닫아버리고 이건 원래 이렇다는 식으로 나가선 안된다.
우리 사회에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던 많은 다른 인사들처럼 안철수도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안철수라면 믿을수있으니 무조건 지지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우리 가능성있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숨쉴곳을 주자. 너무 쉽게 단정하고 이리저리 밀어부치지 말자. 안철수가 몇몇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흐르는 흐름을 보니 출마하는게 안좋다는 결론을 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그가 스스로 출마의사를 거둬드린다면 아마 이미 인터넷에서 안철수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흠잡았던 사람들은 괜히 그랬다라고 생각하게 될것이다.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좋은 사람을 두들겨 패나. 왜 좋은 사람으로 기꺼이 인정하면서 그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을 존중하지 않는가. 그런 태도는 부분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을 장기말처럼 이용만 해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자기 머릿속의 장기말들처럼 사람들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목이 찢어지게 비난하고 갑자기 천사가 악마가 된다. 우리는 노무현과 관련하여 이것을 이미 충분히 보지 않았는가.
의견을 내는 일이 뭐가 나쁘냐고 할지 모른다. 그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는 모두가 지나치게 의견을 낼때 그것이 어떻게 좋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많이 봐왔다. 내가 말하는건 다른 사람들에게 숨쉴곳을 주라는 것이다. 박원순이나 안철수도 포용할수 없는 세상이 좋은 사회가 될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포용한다는 것은 섯불리 판단하고 인형처럼 조종하고 밀어대기 전에 그들을 믿고 그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을 말한다.
존중해 줘야 존중받는다. 우리도 존중받고 싶지 않은가? 학벌떨어지면 보나 마나 이런사람이라고 말을 듣고 옷이 남루하고 차가 남루하면 무시당하고 거리로 나가서 정부에 항의하면 당연히 폭도라고 말을 듣고 무상급식 이야기하면 빨갱이라고 말을 듣고 이런거 싫지 않은가?
그런 판단의 뒤에는 원래 그렇다. 안봐도 뻔하다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러면서 너도 나도 그런 말을 쓴다. 안철수가 출마하냐 마냐에 상관없이 이런 분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우리는 우리를 돌아볼 기회를 준거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같이 살려면 남에게 이리저리 밀려다니는게 싫다면 나부터 남을 밀지 말아야 할것이다. 생각은 나만 하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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