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힐 것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으로서는 박원순이 서울시장했으면 싶습니다. 지금 보이는 후보군 중에서는 가장 참신한 변화를 가져올것 같이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특별히 정치운동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는 저이며 다른 판단을 내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어떤 비판을 가할 생각은 없는 저입니다. 제가 서있는 곳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곳이며 저는 제자리에서 제 삶을 살아갈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말할것, 말해야 할것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저의 입장을 밝혀 놓고 쓰자면 요즘 돌아다니는 박원순에 대한 검증 혹은 비판시비는 제게 한국사회에 대한 검증 혹은 비판처럼 보입니다. 즉 과연 한국사회는 앞으로 나갈 자격과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겁니다. 박원순이 시장안되도 한국이 당장 망하지야 않겠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모처럼 정치참여를 결심한 안철수와 박원순같은 분들을 놓치는 것은 한국 사회가 더 행복한 나라로 살아갈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아직 어떤 검증이나 비판이 뜨거워지고 있지는 않지만 검증이라던가 비판운운하면서 몰려나오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나는 검증받고 있는 것은 박원순이 아니라 한국사회라는 생각이 드는것입니다.
사실 박원순이나 안철수는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당선안되면 어때라고 배짱부릴만한 사람들입니다. 당선되는 것에 목매는 것은 당선되서 그걸로 뭔가 영화를 누려보겠다는 사람들의 발상이고 민주적으로 살기때문에 위아래 안따져서 남에게 반말도 잘못하고 권력도 휘두르는 것에 어색한 사람은 발상 자체가 틀립니다. 해보겠다고 나섰으니 당선되면 기쁘지만 사실 당선이란 자원봉사의 시작이지 무슨 내 개인이득의 증대가 되는게 아닙니다. 어찌보면 손해보는 것은 떨어뜨린 쪽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는 정말 단순한 분들 많습니다. 그런분들이 김대중을 힘들게 했고 노무현을 죽였습니다. 지금도 박원순에 대한 검증이라면서 나오는 소리중의 하나가 박원순이 월세 250만원 짜리 집에 사는데 박원순을 서민이라 부를수 있는가. 뭐 이런 것입니다.
여기 두사람의 변호사가 있습니다. 노무현과 박원순입니다. 둘다 보면 이제까지 죽을때까지 별로 돈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수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과 박원순이라는 그룹은 오세훈과 이명박이라는 그룹과 비교하면 어떤 의미로 어류와 조류만큼 차이가 납니다. 한가지 증거나 한마디 말로 뒤집힐 차이가 아닙니다. 그들이 살아온 길, 그들의 인생전체가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무와 풀만큼이나 다릅니다.
그런데도 놀랍게 세상에는 노무현과 이명박이 아무차이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심지어는 박정희, 김대중,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통령들이 다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칭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중에서도 있습니다. 논두렁에 1억짜리 시계버렸다더라라고 누가 말하면 얼른 노무현은 전두환이나 박정희보다 부패한 자가 되는 거지요. 사실확인도 없거니와 사실이라고 해도 흘러다니던 정치자금의 규모가 말도 안되게 다른데도 그렇습니다.
박원순을 검증한다면서 사회사업으로 기부받는 곳에서 재벌한테 돈받았다는 것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에 저는 놀라지 않습니다. 다만 그같은 이야기가 확대되고 커져서 마치 무슨 문제가 거기 존재하는 것처럼 시끄러워지는것이 가능한 사회가 한국인가 그것이 궁금할 뿐입니다. 이것은 박원순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과연 한국 사회라는 곳이 어느정도의 합리성을 이야기할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평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 정의가 뭔지, 합리가 뭔지를 따지고 대화할 수 있는 곳인가를 평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박원순이 꼭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는 앞을 모르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결과 이상으로 과정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턱도 안되는 경선룰로 박원순을 낙마시킨다거나 월세가 어떠느니 아름다운재단이 재벌돈을 받았느니 하는 소리같은게 사람들을 움직여서 박원순이 낙마된다면 이건 박원순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한국 사회, 한국 정치에 대한 평가가 되는 것이죠.
사실은 개인적으로 걱정이 됩니다. 저는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는것을 보고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상당히 상처입었었습니다. 이건 정치적 견해의 차를 넘어서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 얼마나 돈이란 욕망에 매몰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상처입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기성정치권도 이미 가슴아프게 만드는 수준에 다시 가까이 가 있습니다. 그걸 기억해야 합니다. 생각해봐야 합니다. 안철수의 판단이 절대선은 아닙니다. 그러나 안철수는 박원순이 나온다면 내가 안나가겠습니다라고 했죠. 안철수와 박원순 국면이 벌어지기 전에 가장 가능성있던 후보인 한명숙도 이미 선거 불출마선언했습니다. 잘 보시기 바랍니다. 야권에 여러 다른 후보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있으니까 박원순이 선거 불출마 선언할까요? 안철수가 선거 불출마 선언했을까요? 아닙니다. 거기에는 기성정치권의 판세에 몸을 묻은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존재합니다.
그같은 문제의식은 근거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여러가지 경우를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보일 기회가 있었던 사람들은 그같은 문제의식위에서 겸허해져야 하는 걸까요. 별로 겸허해 지는 것같지 않습니다. 이번에 민주당과 경선룰을 따지다가 합의가 안되는것 같으니까 그냥 박원순이 민주당에서 제의하는 조건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봤다고 하더군요. 손학규대표는 박원순을 당사로 불러서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말이죠. 지지율 1등하는 후보도 손가락으로 까닥이면서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오는거지 지가 무슨 힘이 있어 뭐 그러는 것처럼 보입니다. 박원순이 그냥 입당했으면 지지율이 절반은 달아났을것입니다. 그것이 현실인데 민주당만 그걸 모르는것같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민주당모습은 그냥 짜증입니다. 걸리적 거리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시민들은 이미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어찌저찌 판을 엮어서 이익을 보려는 모습입니다. 그런 노회함도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노회함을 기대했던 것은 야권내부에서 그러는게 아니라 한나라당과 대적할때 입니다. 지난 정권때 국회의 과반을 넘어 차지했던 열린우리당이야 말로 노회함을 보여줘서 어떤 개혁입법들이 통과되길 바랬죠. 사학법통과시켜서 사학재단 운영투명화하고 그래서 등록금 부담이 덜어지게 되는 그런거 말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하고 붙으면 노회함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우스운 모양만 보여줍니다. 그래서 작은수의 한나라당앞에서 매우매우 무력했었죠. 아 그건 열린우리당이었습니까? 한나라당이 박수칠 탄핵에 동조했던 민주당이야 말해 뭘하겠습니까. 거의 자살수준의 행동이었지.
거기 어디 노회함이 보입니까. 왜 노회함이란 그렇게 안쪽에서 싸울때만 나오고 통쾌한 모습은 나오는 일이 없습니까. 사람들은 안철수나 한명숙이 보여준 결단력과 상쾌함을 바라는데 민주당은 역시나 자주보던 눈치작전을 펼치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안철수 박원순의 정치참여는 다시한번 한국의 정치판이라는 곳을 검증해 주고 있는 셈이죠.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뭐가 되건 한국과 한국의 정치가 더욱 자랑스러워 보이게 되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랍니다. 계산보다는 국민이 원하는게 뭔지를 느끼는 감수성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주제별 글모음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의 안경, 마음의 안경 (0) | 2011.10.10 |
---|---|
내가 박원순을 지지하는 이유 (0) | 2011.09.30 |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 (0) | 2011.09.24 |
경쟁같은거 때려치우면 안될까. (0) | 2011.09.22 |
대책없는 40대 자살하는 50대 (0) | 2011.09.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