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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원순을 지지하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1. 9. 30.

글을 쓰고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왜냐면 오래전에 내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유라는 글을 쓴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원순바람이 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말도 안하고 말려고 했으나 그렇다니 몇마디 써볼까 합니다. 저로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영선 서울시장보다 더 꿈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영선이 서울시장되면 절대 안된다 뭐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나름 잘하시겠지요.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별로 대단히 기대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박원순은 꿈을 가지게 합니다. 짧게 말하면 그게 제가 박원순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박원순이 듬직한 이유


이 두분의 과거를 놓고 서로 대비 시켜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의고 하나는 비전입니다. 박영선은 BBK 보도에서 재벌 비판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정의를 실현시키는데에 많이 관계하시고 출신도 물론 언론인입니다. 언론인이란 기본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으로 비판의 훈련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박영선이 뭔가 일을 한다고 하면  박원순에 비하면 정의라는 말에 어울리는 일을 더 많이 할것같습니다. 이게 박원순은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다 뭐 그런 뜻은 아닙니다. 박원순은 어쩌면 더 큰 정의를 실현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원순에 비하면 박영선은 좀더 날선 분류, 징벌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박원순은 화합의 분위기가 좀더 있지요. 그래서 박원순을 싫어하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박원순은 왜 비전인가. 박원순이 살아온 것을 보면 박원순은 비판하기보다 자기가 직접 뭔가를 하는 쪽에 서는 일이 많았던 것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민단체도 비판하는 일이긴 합니다. 상대적인 것이겠지만 박원순은 일찌감치 단체를 만들고 바닥부터 굴러온 느낌입니다. 말하자면 하급공무원에서 고물장사에 이르는 바닥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면 직접 단체를 만들고 꾸려왔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하셨던 안철수도 직원월급 주는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박원순도 여기저기 조직을 운영할 자원을 마련하느라 무척 고생하시면서 살아온 분입니다. 


하다못해 축제때 작은 가게라도 한번 열어본 사람은 뭔가 어떤 것을 직접 꾸리는 것이 그걸 비판하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남이 잘하니 못하니 말하는 것도 때로 어렵고 꼭 필요한 일이며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한차원 높게 진짜로 어려운 것은 남이 틀렸다고 지적하는게 아니라 답을 내놓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박원순은 단순히 누군가를 비판하면서 살아온 분이 아니라 답을 내면서 살아온 분입니다. 아름다운 가게를 한번 열어보자라던가 아름다운 재단같은 걸 한번 해보자라는 말을 하기는 쉽습니다. 누가 들어도 정말로 될것같은 기획안을 짜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걸 성공시키는 것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는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등이 한나라당과 정치판에서 싸우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때로는 민주당이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크게 힘을 얻었던 것 같을 때도 있었죠. 그때 정의를 주장하던 사람이 부족해서 아직도 세상이 이럴까요? 정의를 주장하는 것은 충분히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지만 정의를 실제로 실현시킨 것과는 비교할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상당부분은 이런 것이죠. 목소리는 큰데 지나고 보면 실적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박원순을 지지하는 이유


그러나 박원순이 단지 예전에 어떤 성공한 기업가라던가 하는 이유로 듬직하니까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거라면 실례되지만 사실 이명박도 평사원출신에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으니 마찬가지로 지지할수도 있지요. 그러나 저는 이명박은 지지하지 않습니다. 


박원순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의 행적이 제가 아름답게 느끼는 인본주의를 보여주기 때문이지만 그걸 좀더 분류해서 말해보자면 그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을 계속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개혁하는 일에는 상상력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상상력이란 상대방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그게 없으면 결국 정치나 사업은 다 뻔히 알려진 바닥에서 힘겨루기, 자원 대규모 투자하기 같은 것이 됩니다. 


대기업을 비판하고 대기업의 독식을 이야기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건 사람들이 종종 생각하는 투쟁이상으로 상상력입니다. 지금의 세상이 상상하지 못하는 방향에서 접근해 들어가야 기성 시스템을 큰 피해없이 개혁할수 있습니다. 그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때 개혁이란 그야말로 바위에다가 아까운 계란만 자꾸 던지는 일이 되고 맙니다. 


박원순은 바로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러번 보여준 분입니다. 유명한 낙선운동도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운영해 오셨지요. 지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그말은 기존의 관념에 안주해서 힘겨루기를 하는게 아니라 판을 바꿔서 정의를 실현하는 스타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박원순의 과거행적은 그걸로 인정받은 분입니다. 박원순도 하려면 국회의원하거나 장관이나 총리 심지어대통령으로 가는 길로 뛰어들수도 있었고 분명히 그쪽에서 성과도 어느정도 얻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혁의 길이지요. 그러나 박원순은 항상 그런 뻔한 길로는 가지 않고 지금 필요한 다른 곳으로 갑니다.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서울시도 지금 가보면 치워야할 쓰레기가 산더미 같을 것입니다. 여러가지 사안들이 복잡하게 뒤섞여있고 약속을 깰수가 없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면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정의를 실현하면 해결될 그런 일들이 아닙니다. 저는 거기에서 박원순의 재능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지 못할때 결국 많은 피와 저항이 뒤따르고 결국은 시간만 갈뿐 뭐하나 실질적 진전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박원순이 기발한 상상력을 가졌으니 지지하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원순의 과거를 보면 박원순의 상상력은 실천의 현장에 집중됩니다. 기부문화를 바꿔보려고 하고 낡은 물건을 바꿔보려고 하고, 직업을 만들어서 취업난을 해소해보려하고 사회의 각종 작은 현실에서 실제로 실천될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보려고 합니다. 박원순의 상상력은 생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같이 잘살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집중되면서도 항상 낮은 곳에 더 많은 배려를 합니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박원순이 만들어 갈 서울에 사는 시민들은 훨씬 더 편안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싸움이나 정의실현은 행복으로 가기위한 수단이 아니겠습니까. 박원순은 행복이라는 최종목표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는 것같습니다. 그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일을 박원순은 해왔습니다. 


맺는말


박원순이 혼자서 세상을 구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판 경험이 작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건 부담이 될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이것이 만약 대선이라면 저는 박원순을 지지해야 할지 망설였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훨씬 더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조정해야 하니까 경험이 더 필요하겠죠, 장관정도는 해본 경험이 필요할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시 시장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 있고 보조받을수 있는 덕목이 있는가하면 그 반대도 있습니다. 제가 나열한 박원순의 장점들은 그것이 결여될 경우 누가 보조해 줄수 없는 것들입니다. 최종결정권은 시장이 가지니까요. 그래서 그 장점들이 중요합니다. 또 박원순은 빨리 일들을 배울것이라 믿습니다. 반면에 누가 박원순이 가지는 장점을 빨리 배울수는 없습니다. 그건 몇십년은 걸리는 일이거나 타고난 재능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그걸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저런 일들로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크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전체를 보면 분명 봉사와 자기철학을 위해 살아온 사람과 출세나 위선으로 살아온 사람은 차이가 납니다. 그렇지 않다면 불리한 상황에서 그런 결단들이 내려질수 없는것이죠. 박원순은 많은 유혹을 뿌리치며 살아왔습니다. 무슨 노숙자처럼 가난하지 않지만 돈과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사셨습니다. 자기 철학을 지키며 변하지 않고 살아오셨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그러하다고 믿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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