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이유를 알수 없는 두통과 싸워야 했습니다. 잘때는 한쪽눈이 아파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보니 안경이 엉망이라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온천에 가고 사우나에 갈때도 안경을 그냥 썼더니 안경위의 코팅이 너덜너덜해져있었던 것입니다. 자세히 보니 그 안경을 통해 본 세상은 경계선들이 뿌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안경알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수 있지만 안경알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우리가 설마 안경알이 그럴까하고 생각이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경알을 바꾸니 두통이 사라지고 눈이 아프던것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단순히 고장난 안경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우리는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믿고 어떤 신문을 읽고 누군가를 의지하며 삽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을 향한 창이 뿌옇게 되어 있으면 마찬가지로 두통이오고 마음이 아파지는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따금은 제가 싫어하는 정치가들이 제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이 잘하는일, 자신이 해야하는일,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면 존경도 받고 세상에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것과는 다른 일을 합니다. 그 이유는 대개 출세를 하고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따위 때문인데요. 그런 욕심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쩌면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거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실상 내적으로 느끼는 행복이란 측면에서 보면 어리석은 일일때도 우리는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무능해질때까지 출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기계공으로 매우 유능하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매우 유능하면 그는 성과가 좋았고 따라서 승진을 하게 될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잘 못하는 관리직 직원이 되는 것입니다.
비슷한 예는 둘러보면 많이 있습니다. 과학자로 훌룡해서 유명해지면 그는 이제 과학자가 더이상될수 없습니다. 커다란 실험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돌봐주는 관리업무에 매이게 되거나 심하면 총장같은 것을 하게 되서 연구에서 영영 떠나게 될지 모릅니다.
문제는 자신이 잘하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해야하는일을 하기보다는 이러저러한게 당연히 좋다는 견해가 강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대통령이 될수 있다면 대통령이 되는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면 곤란한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되어 욕을 먹게 됩니다. 그냥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따위가 안되었다면 그럭저럭 좋은 시민으로 살아갈수 있었을 사람도 욕을 먹습니다.
공직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공직이란 결국 사회봉사입니다. 그런데 평생 봉사의식을 보여준 적이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하고 대통령부터 하겠다고 나서서 그렇게 되는 걸 봅니다. 그들은 마치 맛을 볼줄 모르는 요리사와 같이 분란을 만들어 냅니다.
마음의 안경의 예로 돌아가보자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나쁘다던가 좋다던가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 대부분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면 무엇보다 내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우리 마음부터 썩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자리에 있는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마음의안경이 이것뿐만은 아닐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아프다면 마음의 안경이 고장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해봐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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