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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늦은 밤에 깨어있게 되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1. 10. 18.

요즘 대통합이라던가, 대안세력화같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탈당문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면 참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저라고 어떻게 한방에 뭘할수는 없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어떤 날에는 답답한 심사에 잠을 자지 못할때가 있습니다. 


되지도 않는 개발로 인천이며 서울이며 4대강이며 다 쑥밭으로 만들어 놓은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만 소위 반한나라당이라는 세력도 개혁을 이끈다기 보다는 그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박원순에 대한 민주당 지지세력의 반응이며 곽노현재판에 관련된 진중권의 정의논쟁입니다. 

박원순에 관련한 민주당의 위치

민주당사람들은 많은 수가 정당정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야 뭐가 되지 그걸 부인하는 사람은 비현실적인 환상가로 정치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어떤 선도적인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요. 사실 노무현이 민주당을 나온이래 민주당이 한 일중 기억에 가장 남는 일은 고작 노무현 탄핵에 동참했다는 사실 정도입니다. 계속 무능하고 끌려다니죠. 촛불집회같은 국민적 움직임이 나타나면 거기에 한발끼려는정도입니다. 

이번에도 안철수 바람이 불고 박원순 - 안철수 단일화 사태가 일어나자 허둥대다가 단일화 경선이란걸 했습니다. 거기서 두가지가 눈에 띄었는데 하나는 야권통합선거에서 나경원만큼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흑색선전같은 걸 하더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반한나라라는 점에서 민주당과 박원순은 동지라고 내부선거를 하는데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네거티브로 박원순에게 민주당이 때를 뭍힙니다. 또하나는 여전히 버스로 사람실어나르는 동원정치로 이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기지도 못했지만 시민들의 뜻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이겨서도 안되죠. 

이런 모습을 보고 한 민주당의 국회의원이 마치 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꺽어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같다는 탄식을 한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민들은 기성정당에 실망했고 그래서 안철수 바람같은게 부는 것인데 그렇게 만들어진 후보인 박원순이 민주당을 통과하기 위해 그래서 한나라당과 싸우기 위해 이리저리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선거에 지고도 한동안 민주당은 박원순보고 민주당입당하라고 합니다. 후보통합경선을 농담으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귀찮은 과거의 유산 비슷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냥 좋은 세상만들자가 아니라 민주당을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면서 자꾸 딴지를 거는 존재가 된것이죠. 그렇다고 혼자서 뭘하지도 못하면서. 

진보진영의 무대책,

그렇다면 소위 진보정당은 어떤가. 이번에 진중권이 재판중인 곽노현한테 정의란 무엇인가 운운하면서 곽노현비호세력은 양심이 좀있어봐라 운운하다가 논객그만두겠다 선언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저는 곽노현의 진실이나 곽노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기다려봐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반한나라당 진영이 곽노현같은 사람을 당선시키고 안철수나 박원순같은 사람을 정치계로 끌어들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소득인데 이 진보진영이라는 사람들은 아쉬운걸 모릅니다. 한마디로 대안없는 반골에 지나지않습니다. 그래서 진보가 극소수의 지지만 받는 것입니다. 대안없는 반골이니까.

이점은 박원순이나 노무현이나 안철수 같은 인물을 진보진영에 대비시켜보면 들어납니다. 앞에서 거론한 사람들은 대개 평생 봉사하면서 산사람들이죠. 적어도 자기 욕심을 절제하면서 산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 뭔가를 이뤄낸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뭔가를 해냈다는 말이죠. 실제로 뭔가를 이뤄냈다는 것은 대안을 실천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뒤에 앉아서 저런 사람들은 다 이명박과 차이가 없고 사꾸라고 뭐고 하면서 욕이나 할뿐 진보진영은 대안이 없습니다. 대안이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대안이 실제로 뭔가를 이뤄냈다는 것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냥 터무니 없는 공상적인걸 대안이라고 할뿐이죠. 사실 노무현시대에 들어와서 겨우 진보세력이 국회의원 몇명 만들어 봤을뿐 이제까지 거대노조 만들어 정부와 싸운걸 빼고 진보진영이 실제로 뭘 이뤄낸게 뭘까요. 

그런데 거대 노조는 아주 많은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하지 않는 세력일뿐만 아니라 어떻게 말하면 대안세력이 아니라 경영자측과 협상하는 세력이죠. 말하자면 통치세력, 운영세력이 아니라  협상, 투쟁세력입니다. 

한나라당을 진중권이 두들겨팰때는 시원하기는 하고 우리편에 득이 된다는 느낌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영원히 개혁은 오지 않습니다. 대책없는 비판세력은 결국 노무현이나 박원순이나 안철수 같은 사람도 칼을 대고 우리가 계속 대안세력이 아닌 비판세력으로만 남도록 판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선만 자꾸 확고히 긋는 것이죠. 자선단체가 돈을 받은 것인데 왜 박원순은 이명박에게 돈을 받았나, 재벌에게 돈을 받았나하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이란 반한나라성향뿐만 아니라 지금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한국인까지 모두 다 같이 잘살자고 하는 것이지 한나라당 지지세력은 전부 동해바다에 쳐넣고 깨끗히 청소한후 남은 사람들이 잘살자고 하는게 아닙니다. 

표면보다 더 깊은 곳

문제의 표면을 파고들어가 보면 한국사회가 변화하기 위해 결여한 것이 철학적, 가치적 중심이기 때문에 문제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추상적인거 파고 있으면 뭐가 되냐 우리 구체적인 정책, 예를 들어 사회정책, 교육정책, 경제정책을 가지고 따져야 한다라고들 쉽게 말하는데 저는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으면 개혁은 진짜로 느리게 온다고 생각합니다. 영영 안오거나 말이죠. 

노무현과 이명박이 완전히 똑같은 법가지고 통치해도 그 사회는 똑같지 않습니다. 노무현이 FTA를 추진하는거랑 이명박이 추진하는게 다릅니다. 동양에서는 이걸 공자시대부터 알았기 때문에 법치보다 덕치가 중요하다고 말했죠. 

보통 일제고사같은 걸 치는것에 대해 진보세력은 반대하고 보수는 찬성한다 뭐 이런 식인데 어떤 선생님이 가르치냐에 따라 일제고사가 있어도 교육은 개판일수 있고 없어도 개판일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표면적인 정책이 뭐냐가 전체 핵심이라고 거기에만 몰두하면 답은 잘 안나옵니다. 오히려 뭘 자꾸 바꾼다고 사람들만 피곤하게 만듭니다. 무슨 법안 통과시킨다고 노력해 봐야 잘되지도 않고 온갖노력기울여 그게 통과할 무렵이면 그걸 무력화시킬 뒷구멍이 사방에 이미 다 만들어져 버리죠. 바뀐 규칙은 사회적 약자를 제일 피곤하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법이전에 논리이전에 가치와 윤리에 대한 전통, 철학, 이런 부분에서 한국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 두여자가 있다고 해봅시다. 한여자는 모든 남자는 전부 잠재적 성폭행범으로 봅니다. 또 한여자는 모든 남자는 성적인 욕망따위는 전혀 없는 존재로 봅니다. 

이 두여자가 사실에 기반해서 제아무리 오랬동안 규칙을 만들기 위해 토론해 봐야 각자가 각자의 신념을 유지하는한 조화를 이룰수가 없습니다. 자기 믿음에 어긋나는 것은 안믿기 때문이죠. 

4대강변의 자연을 보존하는 문제라던가, 우리가 일본에게 당한 일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가 라던가, FTA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라던가 답이 안나옵니다. 이게 통계나 논리로 결정될 일이 아닙니다. 마치 어떤 남자가 좋은 신랑감인가를 토론해서 결정하자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숫자들이대봐야 결국 자기눈에 차는 사람이 무조건 좋아보이지요. 그리고 그게 틀린것도 아니고요. 

문제는 더 바닥으로 들어가서 인간은 어떻게 사는게 좋은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 같은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걸 도외시하고 표면에서 싸워봐야 안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싸움을 위한 싸움이 될뿐이요 반대편이 모든 사회적 악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저쪽만 없으면 좋은 세상올거라는 미움만 만들뿐입니다. 

한국은 지금 그게 없습니다. 그 공감대, 그 철학적 기반, 그 가치판단적 중심이 없습니다. 조선시대는 철저히 망하고 비판받았고 배금주의가 넘치며 외세의 영향이 너무 커져서 마치 한곳에 이슬람교도, 기독교도, 불교도 모여사는 것같은 꼴입니다. 국민통합이 안됩니다. 싸움이 끝나지 않고 미움만 커집니다. 요즘 외국인 숫자도 늘어서 다문화문제가 커지는데 어떤 의미에서 한국은 이미 분열되어 있습니다. 다문화가 그것을 더욱 악화시키겠지요. 지금대로라면. 

그러니 여기서 내가 이런저런 경제, 사회, 교육 정책을 아는데 이걸 실시하면 좋은 세상올거라는 비전은 충분치 않은 것입니다. 국민통합없이 결국 아무것도 안됩니다. 노무현 다음에 이명박 오듯이 돌고 돌뿐입니다. 

맺는 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는 답답해 하고 잠을 못이룹니다. 한나라당의 악정에 피곤해 하지만 역지사지도 안하고 단순하게 정의를 추구하는 반한나라당의 용사들도 대개는 저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결국은 국민 모두를 각성하고 반성하고 감동시킬 사고의 틀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가 써온 책은 그런 목적을 위한 것이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그럴 설득력을 발휘할 수가 없군요. 

김용옥은 능력은 부족해도 그런 일을 위해 노력했지만 역시 그도 결과론적으로는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철학자를 들이대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의 것이니 결국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드는게 아니라 서구역사의 노예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철학은 아니었지만 똘레랑스란 무엇인가 운운하면서 이야기많이하던 분을 생각해 보면 알수 있습니다. 결국 외국이야기밖에 없고 내가 없으면 자꾸 자꾸 프랑스 역사나 사회의 세부사정을 다 이해하라는 식이 될수 밖에 없습니다. 불교나 기독교 자체는 나쁜게 아니지만 국민통합의 사고란 여러 종교를 포용할수 있는 시점이어야 하지 어떤 특정한 종교가 대안적 사고의 틀을 제시할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그말은 우리나라가 특정종교국가로 변할거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분란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할수 있는 말만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응당 그게 옳은 것이겠지요. 다만 세상의 분란을 보고 있으면 때로 피가 끓습니다. 그런 밤이면 늦게 까지 자리에 앉아 깨있게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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