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오다보니 라디오 대담프로그램에서 FTA찬성을 주장하는 정부측 인사의 이런 저런 설명이 나오고 있었다. 그 사람은 계속 문제가 생기면 다시 협의하면됩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말은 차분히 하지만 그말을 듣다보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면서 나는 손석희 처럼 차분히 인터뷰를 하거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화를 내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반성을 했다.
그러나 나는 현 정부 아래에서 FTA가 가결되는 것에 찬성할 수가 없다. 그것은 FTA란 원론적으로 나쁜 것이라던가, 현정부가 맺은 조약의 이러저러한 점이 불공정하다는 것 이전의 문제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이웃집의 사람이 당신에게 매일 같이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복잡한 조립식 장난감의 부품들을 가지고 와서 나한테 이걸 사라고 말한다. 그럴때 꼼꼼히 모든 부품이 있는건지, 과연 이게 그사람이 주장하는 가격에 맞는 건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면서도 동시에 어리석은 일이다. 애초에 거짓말장이 이웃과 왜 거래를 하는가? 제아무리 꼼꼼히 체크한들 부품하나만 없어도 후회할 일을 뭐하러 하는가. 그런 중요한 거래는 한다고 해도 믿을 만한 사람과 해야하지 않겠는가?
현정부의 시작은 바로 문제의 미국 소고기 수입 재협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광화문이 촛불로 가득찼고 유모차 부대가 구속되고 명박산성이 쌓아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뿐인가. 인터넷에 글쓴다고 미네르바를 잡아가둔 사건은 한국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럼 방송사들은 공정성을 지키고 있는가? 노무현때와 이명박때의 방송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면 바보가 아니라면 현방송사들이 친정부적으로 방송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천안함사건이 대표적 사건이지만 현정부는 무슨 문제가 터지면 현정부가 옳건 그르건 뭔가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하는 법이 없다. 사대강은 또 어떤가.
그렇다고 현정부가 협상의 달인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전문가로 나선사람이지만 나는 이번정부들어서 뒤집어지지 않은 경제적 쾌거라는 걸 들어본적이 없다. 원전수주도 엄청나게 선전되었지만 나중에 과장으로 밝혀졌고 다이아몬드 개발건, 유전개발건등 정부가 그나마 몇건 선전한 것들도 다 나중에 뒤집어지고 말았다. 난 솔직히 현정부가 외국정부와 협상하는게 겁난다. 어찌나 자국이익을 못챙긴다는 생각이 드는지 말이다. 이명박 정부들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존재감이 거의 상실된 느낌이다. 오린지 운운하면서 교육을 말하는 정권인수위 시절의 아마추어적 행동은 지속되고 있다. 조류독감문제로 닭파동이 있었고 구제역으로 소돼지 도살파동이 있었다. 모두 그저 우연이라기엔 감독이 소홀해서 생긴다는 느낌이며 부패지수도 마구 올라가고 있는 것이 현정권이다.
현정부사람들이 참 꼼꼼하다고 느껴질때는 오직 내곡동 땅투기 문제처럼 부동산 투자할때 꼼꼼히 여러가지 법망을 피해서 일할때 뿐이다. 그야말로 부동산 투기에만 능력이 보이는데 투기란 애초에 공익을 위한 일이 아니다. 온국민이 미국부동산 투기할것도 아닌바에야.
FTA에 대해서는 확실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FTA는 꼭 해야 하는 것일수도 있고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일수도 있지만 한다고 한들 몇년 늦게 한다고 한국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FTA는 시장을 합쳐서 경쟁을 더 심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보호가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철학을 굳건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오랜 시간 국민들이 듣고 납득이 가게, 투명하게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10억짜리 집이 즐비한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종부세 내는 것에 가슴이 못이 박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정부가 친서민적이라는 것을 믿을수 없다. 나는 현정부가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며 대중적 공감대와 합의에 근거해서 일을 처리한다고 믿을수 없다. 미국이 반대하던 FTA가 현정부들어 재협상이 이뤄지고 만장일치의 찬성을 받아냈다는 것에 우리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여기까지 읽어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나는 현정부가 사실상 국가의 장기적 계획에 관한 어떤 결정도 내리는 것에 반대한다. 교육이던 하천사업이건 무역이건 마찬가지다. 이것은 세부적 사항에 상관없는데 세부적 사항은 사실 왜곡의 여지가 워낙 풍부하여 세부적 사항을 따지는 것에 너무 몰두하면 애초에 기초가 어리석은 협상이 된다.
엄밀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사실 누구도 정확히 FTA가 어느정도 문제를 일으킬지는 알수없다. 현정부의 주장대로 해서 좋을수도 있다. 일본과 상호 문화개방을 할때도 한국에서 반대가 엄청났지만 지금 그것이 나쁘게만 돌아갔다고 말하는 사람은없을 것이다. 그것이 문화산업을 지키는 큰 토대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주장한것 처럼 우리가 일본문화식민지만 되고 만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현정부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이런 일에 손대는 것에 찬성할수는 없다. 현정부에 대해서는 남은 기간 철저히 비협조로 나가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현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그들은 실질적으로 독재를 했다. 대화의 다리는 진작에 끊어졌다. 독재는 모든 책임을 다 혼자서 짊어지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이제 그 책임을 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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