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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의 깊이. 우리는 뭘 반성하나.

by 격암(강국진) 2011. 10. 24.

서울시장선거는 생각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하다. 개인적으로 오세훈의 실정에 한심해 했던 나는 한나라당이 후보를 낼 자격이나 있는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려니와 박빙이 어쩌니 하는 기사가 나오면 참 어렵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근래들어 한국에 있었던 최악의 재앙을 설문조사한 결과가 생각난다. 남대문 화재같은 재난을 뒤로 하고 이명박대통령의 당선이 1등을 차지했다. 이 설문조사가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졌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보고 느끼는 의미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아이엠에프 이래 최대의 국가적 재앙이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글을 읽을 필요가 거의 없다. 


이명박대통령의 당선이라는 재앙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정권의 하루하루가 군대갔을때 국방부시계가는 것보다 느리게 간다면서 투덜댔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고통이 바로 박원순 후보의 선거유세에서 표출되고 있다. 범야권후보는 여러번 탄생되었지만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만큼 야권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는 모습을 보여준적은 일찌기 없었다. 당에 상관없이, 비정당인들도 박원순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나꼼수의 인기, 광화문을 뒤흔든 시민들의 결집등은 기쁜 일이지만 노무현과 이명박의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할것이다. 노무현은 작금의 안철수열풍처럼 노풍을 일으키며 당선되었다. 그런데 집권자는 있지만 집권세력이 없었다. 노무현을 지지한 사람이 모두 집권세력인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문제의식을 느끼며 노무현을 당선시키는데까지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과거에 대한, 현실에 대한, 우리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는데 있어서 그 공감대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것이 극적으로 보여졌던 상황이 바로 탄핵후폭풍뒤에 거대 여당으로 자라난 열린우리당이 자중지란을 보이며 힘을 쓰지 못하던 모습에서 나타난다. 


열린우리당은 개혁당의 문화도 거부했을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당의 이름만 열린우리당일뿐 주장은 한나라당과 다를바 없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우 모여서 의원총회한다고 문을 걸어잠그고 자기들끼리 실컷 이야기했지만 거기서 어떤 힘이 나와서 나라가 크게 바뀌지 못했다. 그때 사학재단이며 재벌이며를 단속할 방도가 잘 마련되었더라면 지금의 많은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소기업도 살고 취업문제도 훨씬 작았을지 모른다. 


나는 누가 나쁜 사람이었다거나, 욕심에 눈이 멀었다거나, 어리석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면도 있었겠지만 내가 지적하려는것은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그래서 모두가 공감대를 이룰만한 반성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세상에서 제일 쉬운 싸구려 이데올로기는 선을 죽 그어서 저기 저놈들때문에 한국이 힘들다. 저놈들을 무찌르면 된다고 하는 것이고 이런 걸 반성이라고 하는 한, 즉 우리의 고난과 아픔은 이런 이유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머무르는 한 우리는 계속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싸움같은 패거리들의 싸움만 보게 될것이다. 


물론 미래에도, 어느나라나 사회도 무리가 둘로 셋으로 갈려서 의견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하나의 그릇속에서 의견차이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진정 포용력을 가지는 반성은 반한나라당 세력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사람들조차도 공감을 가질 만한 역사적, 문화적, 문명적, 정신적 반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반성이란 사실상 그저 저 반대편을 무력화시키고 나라에서 밀어내 버리자는 투쟁밖에는 되지 않으며 그 투쟁은 끝없는 소모전밖에 되지 않는다. 노무현다음엔 이명박이고 이명박 다음엔 노무현이고 하는 식으로 역사는 반복되다가 나라가 에너지와 열정을 잃어버리면 그냥 망할 뿐일 것이다. 


나꼼수를 만드는 사람들, 박원순과 그 박원순을 지지하면서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는 정치인들, 문화인들, 교육인들을 보면,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보면 나는 그들이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 내는 자리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안철수 대통령이건 문재인대통령이건 또다른 누구건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새정권을 탄생시킬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잠깐만 하고 설 필요가 있다. 우리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무었때문에 우리의 역사는 아픔과 피로 물들고 모든 것이 이렇게 비효율적인가 하는 것에 대해 우리 가슴속에 무슨 답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꺼집어내서 서로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반성의 깊이가 깊어서 모두를 포용할 정도가 아니면 미래는 다시 아픔으로 얼룩질 것이다. 


나는 재벌때문에 세상이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조중동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한나라당의 정치인들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명박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등등 여러가지 답이 있을 것이다. 에이 뭐 분위기 달아올랐는데 그런 관념적인거 생각해 확밀어부쳐라고 말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선당시 개혁당에서 우리의 역량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해서 오랜간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던 한네티즌 처럼 말이다. 반성없이는 앞으로 갈수 없다. 분위기띄우기만 해서는 결국 언젠가는 역풍이 분다. 노무현의 역풍으로 이명박이 불었듯이 말이다. 


나는 결국 국민 하나하나가 깊어지는 수밖에는 좋은 나라를 만들 방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소용없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어떤 법안을 만들거나 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소용없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결국 분열된 국민들은 단결된 거대 법인들에게 먹이가 되어 석탄이나 석유처럼 소비되고 버려질 것이다. 


국민하나하나가 깊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선 역사적, 문명적 상황에서 생겨난 수없이 많은 선입견을 씻어내는 것이다. 물론 지역감정도 그중의 하나려니와, 전쟁의 아픔이나 식민지 생활에서 생겨난 공포와 자기비하의 감정도 있다. 오랜 독재생활을 통해 한국인의 감정이 단순무식해진 것도 있다. 우리는 한마디로 놀이문화가 없다. 그냥 술마시고 개처럼되서 룸싸롱가고 하는 게 출세의 증표이기 때문에 출세하면 그렇게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뿐일까. 우리는 현대문명, 현대과학이 주는 선입견에 대한 비판 즉 문명적 비판도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표준적 국가로 알려진 미국이나 일본, 유럽등 소위 선진국 국가 문화에 대한 비판을 포함해야 하는 것일 것이다. 이것은 나아가 우리의 사고방식자체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세상에 어느정도는 이런 흐름이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나 블랙스완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사람들은 이런 저런 고민을 한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맨앞에서 서서 한국을 만들어 간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흥분과 열정은 느껴지지만 아직 어떤 깊이와 정돈된 반성은 느껴지질 않는다. 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적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고민, 자본주의의 붕괴를 말하는 오늘날, 세계문명을 어떻게 봐야할것인지, 거기서 우리 한국인의 문명은 어떤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같은 것은 목소리가 너무 작다. 


그냥 반한나라당 사람들이 모여서 한나라당을 무찌르면 좋은 세상이 오는가? 이 세상의 나쁜 일들은 모두 한나라당이 저지르고 있는가? 노무현 정권이 부동산거품을 막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 그것도 분명 진실의 일면일것이지만 독재정권이 아닌데 투기적 거품이 만들어 지는 것의 근원적 잘못은 누구에게 있겠는가. 국민 문화에 있지 않겠는가? 새로 정권바뀌면 독재로 막을 것인가. 민주주의하면 사람들이 그때는 알아서 자제해서 부동산 거품같은거 안생기고 아름다운 국가를 만들것인가. 


1년전쯤에 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다 그런데 뭘 반성해야 하나 (http://blog.daum.net/irepublic/7887875)라는 글을 쓴적이 있다. 그 내용을 여기서 반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질문의 소중함을 지적할 뿐이다. 이명박 시대가 지긋지긋한 사람은 그것을 끝내는 것 이상으로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어떤 답이 떠오르건 중요한 것은 쉬운 답은 대개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쉬운 답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우리가 진짜 반성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저 누군가를 미워하게 한다. 진짜 답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통합시킨다. 그런 답이 있어야 우리는 이 아픔의 회전목마에서 뛰어내릴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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