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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과 대선

by 격암(강국진) 2012. 7. 22.

나는 전부터 몇가지 이유로 4대강 사업에 대해 깊은 걱정과 반대의사를 표시해왔다. 우리는 다시 4대강사업이 어떻게 시대에 뒤졌다던가 어떻게 환경적 악영향을 끼쳤고 끼칠것이라던가 어떻게 채산성이 안맞는다던가 무엇보다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이 얼마나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안목이 떨어지는가 하는 것을 논할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선이 다가오는 지금 오직 한가지 측면만을 거론하고 싶을 뿐이며 이 측면을 통해 우리는 과연 대통령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를 말하고 싶다.


그 한가지 측면이란 바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해도 4대강사업이 그 규모를 생각하고 생길수 있는 파급효과를 생각했을때 너무나 빨리 계획이 세워지고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사는 일본의 와코시 앞에는 아라카와강이 흐른다. 4대강같은 큰 강도 아니지만 이 강변 주변공원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것도 일본에서는 수십년에 걸쳐서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 대통령이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몇년에 걸쳐서 국토를 뒤집어 버렸다. 그 대통령은 자신이 뭘하는지 확실히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누구도 그걸 알수가 없다. 재앙이라는 것정도를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그렇게 뒤집어 버린것이 필요하다던가 필요없다던가 하는게 아니라 시비의 문제와 다른 절차와 속도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이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에는 뭐든지 건설하기만 하면 그것이 성공을 보장해 준다는 건설신화의 착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화는 이미 수년전부터 커다란 재앙으로 온국토와 지자제를 망가뜨렸다. 지금 경전철이며 대단위 주택단지며 가든파이브며 민자다리, 민자도로며 하는 것들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뭐든지 짓기만 하면 그것이 발전이라는 생각때문에 많은 지자제가 지금 빚더미에 올라있고 수백억에서 조단위의 돈을 날리면서 한번 운행도 안한 전철을 없애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판이다. 


이미 4대강사업을 벌인 경상도 지역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지비용을 낼수가 없다면서 버팅기기를 하는 중이다. 한두해 유지비도 댈수 없는 것이 4대강사업이었으니 4대강사업이 설사 벤츠같은 고급차를 만드는 것이었다하더라도 보험료도 못내는 가난뱅이에게 팔수도 없는 벤츠를 선물한 꼴이 되었다. 


절차와 속도의 문제는 단순히 토건산업이나 부동산 사업에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얼마전에 박근혜가 5.16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던 적도 있고 한국사에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수 없다라는 망령의 말이 떠돈다. 그들은 물론 그런 판단을 내린 사람들의 판단이 옳다고 믿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도 물론 의견은 다른 사람이 많지만-그것을 쿠데타와 같은 형식으로 관철시키는데에, 즉 민주사회적 질서를 무시하고 관철시키는데에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비용을 과소평가한다. 한마디로 내가 다 아는데 저질러 버리면 나중에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고마워 할꺼야 라는 식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확히 입만 열면 내가 해봐서 다 안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현재의 대통령이 4대강사업을 밀어부치면서 저지른 일이며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표현하고 있는 정서다.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무식한 시각인가. 복잡한 시스템에서 원칙에 대한 신뢰는 한없이 중요한 것이다. 그신뢰가 무너지면 전체시스템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뱅크런이라는게 있다. 고객이 은행이 망할것같으니까 예금을 빼내는 것이고 예금을 고객이 다 빼내면 물론 은행은 실제로 망해서 은행이 망할것같다는 전망을 실제로 만든다. 프로경기에서 선수가 돈을 좀 받고 경기를 조작했다는 뉴스는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가. 그액수가 커서도 몇경기의 승부자체가 중요해서도 아니다. 프로경기의 승패가 조작되는 것이라는 의심이 발생하면 프로경기자체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고 그러면 프로스포츠 자체의 존립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는 흔히 디스카운트가 있다고 말한다. 즉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지고 실력을 가진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채도 더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고 한국돈도 외국에서 잘 환전이 안된다. 이런 것을 통해서 발생하는비용은 천문학적일것이 뻔하다. 그런데 이 디스카운트는왜 발생할까. 쿠데타같은 것을 별거 아닌것으로 말하는 대통령후보가 있는나라에서 발생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한국정부가 요즘 내놓는 통계를 누가 믿는가? 정책이 제대로된 절차를 통과해서 추진되면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몇년전에 수도이전에 대해 관습헌법운운하면서 막는것을보라. 결국 명분이 없으므로 시간이 지나자 세종시는 추진되었다. 그런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낭비되었는가. 


과거가 과거가 아닌 이유는 이런 기본적인 생각이 미래의 선택에 또 영향을 미칠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명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낡은 생각에 빠져있다. 신문들은 날마다 빚내서 집을 사는 투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이야기하는데도 빚내서 건물짓고 공장짓고 길만들면 경제좋아진다는 식의 단순한 경제관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새누리당에게 환호성을 보낸다. 전국지자제에서 그들이 대형사고를 쳤는데도 인천의 안상수같은 사람은 대선에 나오겠다는 둥 하는 말을 할정도로 책임감이 없다. 사실 이것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문제만도 아니다. 반새누리당을 말하는 사람도 상당부분 절차와 투명성, 공감대의 중요성보다는 그런것을 다 던져버리고 정의를 실현하자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서울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주목하라. 몇백억을 들여 투표까지해서 무상급식막겠다던 오세훈 전시장이 어떻게 쓸데없는 돈들을 낭비했는가가 속속들어나고 있다. 굽혀진 다리도 펴고, 사방에 벌려놓은 공사판도 정리하고, 한강에 둥둥 떠있는 쓰레기도 처리하느라 바쁘다. 이미 더러운 물로 가득찬 경인운하도 잊을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동체다. 공동체 정신이다. 공동체 정신은 공감대, 투명성, 절차 그런 것을 소중히 하는데서 지켜진다. 공동체가 바로 우리가 해결할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사회적 안정성을 공동체라는 형식으로 달성한다. 나는 다안다고 믿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우습게 아는 이유는 이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다 아니까 공동체가 별로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흔히 타인을 경쟁자나 적 혹은 이용해먹을 자원으로만 인식한다. 


하나하나의어떤 사안보다 공동체 전체가 유지되는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4대강사업같은 것이 성공한다고 해도 잘먹고 잘살게 되는 것은 한국인들이 아니다. 공동체가 무너졌는데 왜 공동체가 잘먹고 잘살겠는가. 작금에 벌어지는 SSM논쟁같은 것을 보라. 총량의 의미에서 경제발전이 공동체 발전이란 착각이다. 하물며 당연히 실패하는 것이 뻔하고 사방에서 실패한 프로젝트들이 널려있는데 토건건설같은것, 절차를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만드는 미래가 어떨것인가. 성공하면 과실은 그들이 먹고 실패하면 당연히 그 모든 책임은 국민이 지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수십년간 겪었는데 다시 또 겪어야 할까? 더구나 이젠 너무 규모가 커져서 회복불능일지도 모르게 되었는데? 


이번정권에서 망가진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4대강사업을 통해서 수공같은 곳이 빚더미에 올랐다. 수공이 부동산사업을 벌이거나 아니면 수도물값을 올려받아야 할판이니 결국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피로 다시 그걸 메꾸는 것이다. KBS도 MBC도 처참히 망가지지 않았는가. 검찰은 어떤가. 검찰은 얼마가 지나야 국민적 신뢰를 찾을수 있을까. 


이번 대선에서는 4대강사업이 주는 교훈을 잊지않아야 할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번에 망가지는것은 그보다도 더욱 큰것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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