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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정당없는 정치

by 격암(강국진) 2012. 9. 12.

안철수가 대선에 나올지, 나온다면 대통령이 될수 있을지 그런 것은 모르겠다. 안다고 하더라도 별로 그런 것을 거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풍경은 정당무용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고 그러한 세태의 상징적인 존재가 안철수라는 점은 대선의 결과여부에 상관없는 사실이다. 


만약 누군가가 정치하는데 꼭 정당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소위 무당파 국민은 그래 말이야 그런거 아무 쓸모도 없던데 말할 법하지만 정치에 관심있다는 소수중에는 핏대를 올려가면서 정치의 기본을 모른다. 정당이 없으면 정치가 아예없다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했던 최장집교수도 정당정치를 강조하고 그걸로 노무현도 비판했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정말 정당같은거 있어야 하는걸까? 그 답은 당연히 그렇다인가? 그렇다면 정당이란게 뭔가? 그 답도 당연한 건가. 


정당이 방해만 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


정당이 무용하고 무능하다는 증거는 요즘에 넘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분노한 사람들이 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하는 마음이 모일때 거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오히려 정당들이다. 정당들이 국민의 뜻을 실현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좌절 시킨다면 입으로 무슨 말을 하건 그들은 오히려 국민의 방해물밖에는 되지 않는다.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통합진보당사태가 바로 그런 예다. 범야권통합이라는 말을 결정적으로 쑥들어가게 만든 사건이다. 사실 국민 지지라는 입장에서 보면 통합진보당에서 문제를 일으킨 세력은 정말 한줌도 안되는 세력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정당이라는 틀을 통과하면서 이들은 국민지지의 크기와는 전혀 다른 영향력을 행세한다. 좁은 통로를 차로 막고 그뒤로 차가 줄줄이 막히는 형상이니 많은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통합진보당만 그런게 아니다. 요즘 박원순시장이 많은 칭찬을 받고 있는데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당시 한나라당이 아니다. 바로 민주당이었다. 바로 정당의 틀속에서 야권 단일화운운하면서 형식속에 빠져들고 한나라당을 심판하고자 하는 국민이 많이 있어도, 당선이 가능한 후보가 있어도, 형식주의 속에서 스스로 상처를 입는 일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당하기 전에 민주당의 흙탕물에 먼저 빠져야 한다. 지금 민주당의 내부경선모습도 보면 딱 그렇다. 경선을 하고 내부 선거를 하는 것이야 물론 잘못된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과정을 보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오히려 정치가 추악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정치에 대한 생각을 끊어버리게 만든다. 어디에도 안철수가 엄청난 지지율을 가졌으면서 박원순에게 그냥 자리를 넘겨주는 통쾌함은 없다. 박원순시장보다 내가 못하다고 생각해도 국민지지가이미 많이 달라도 일단 선거에 나가면 이기려고 노력하고 노력하면서 적당히 더러운 말도 하고 그런게 정치가 된다. 어쩔수 없어 어쩔수 없어하면서 말이다. 


정당정치는 마치 정치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라고 외치는 것같다. 실제로 정당의 본질은 정권창출이며 선거에 이기는게 정당의 목표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을 나는 많이 본다. 거기에는 정치의 본질은 사회참여고 봉사라는 생각이 망각되어지고 변질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거의 없다. 현실론운운하면서 정치를 애초에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태도만이 존재할 뿐이다. 


도대체 거대 정당이란게 가능한 시대인가?


여전히 그래도 사실 정당이란게 없으면 정치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어쩔수 없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하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통합이 그리 아름다운 것은 아니며 시대에 맞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권통합이나 야권통합이란 어떤 의미에서 국민분열이다. 60%의 인간이 뭉쳐서 40%의 인간을 억누르는게 민주주의고 정치라면 그게 어떻게 제대로 된것일수가 있겠는가. 야권도 여권도 다 한국사람 아닌가? 어디에 선을 죽 긋고 저쪽을 무찌르자라고 하는 것을 통합으로 부르는 것은 승리하건 패배하건 그런 행위로 인해 한국사회의 내부적 분열은 점점 더 심해져 간다는 사실에 눈을 돌리는 행위다. 이런게 아름다운 정당정치라는 것인가?


이런 분열의 핵심에는 거대정당정치가 있다. 바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유권자를 양분하고 서로 죽일놈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나도 새누리당이 싫다. 그러나 노무현을 탄핵시킨 민주당도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것은 나만의 정서가 아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무당파이며 안철수도 박원순도 오랜간 정당에 가입하기를 원치안했던 것은 기성정당질서에 대한 혐오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전히 여전히 그래도 그래도를 외치는 사람들은 한가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이란게 그저 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라면 가치나 이데올로기가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가치판단말이다. 


문제는 21세기에 현대인이 사는 모습이 너무 복잡해서 단순하게 모든 사람을 다 포용할수 있는 그런 두개의 대립된 이데올로기만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치판단도 이데올로기도 없는데 우리가 정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도대체 뭘까. 누굴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정말 국민을 위해 뭔가를 할수 있는 집단일까?


정치판을 보면 종종일어나는 일은 결국 이익을 위해서는 명분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나 각자의 이익을 위해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합의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즉 이라크파병에 대한 입장은 이렇고, 양성평등에 대해 입장은 이렇고, 반핵운동에 대한 입장은 이렇고 하는 식으로 각자의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의 한쪽편을 가진 사람들이 연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보면 프랑켄슈타인 같은 모습이 된다. 자유도 없다. 이러한 사실은 나꼼수 비키니 사건으로 표면화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백개 이백개 혹은 그 이상의 무수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소위 진보적인 입장이란게 있다. 그래서 그것중의 하나의 금기를 넘어서면 포용이 안된다. 통합적 사상이나 관점에 의해서 사람들이 모인게 아니고 너덜너덜하게 각자의 입장에 대해 지지해 주기로 합의하는 식으로 모이니 그럴밖에 없다. 누군가가 FTA를 잘하기만 하면 해도 나쁘지 않은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그럼 너는 한나라당과 똑같은 놈이다. 너는 진보가 아니다. 이런 식이다. 이런 식으로 노무현과 이명박은 꼭같은 놈이라고 도매급으로 넘겨지는 경우가 엄청많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야권은 계속 실패해 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과 18범이라도 대통령이 되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에 뭔가 한점의 의혹이라도 있었거나 백만원이라도 탈세를 했거나 사실은 룸싸롱에 한번 가봤는데 안가봤다고 했다면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는 식의 어의없는 안철수 검증이 일어나는것이다. 그게 야권의 생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거라도 시시비비가 일어나면 죽일만큼 파고들고 때로 정치적으로 사망시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의 칭찬을 받은 나꼼수도 비키니 사건하나 일어나니까 시시비비로 나뉘어지지 않는가? 진중권을 포함한 몇몇 진보 평론가는 검증이나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이리저리 꼬투리를 잡는다. 한마디로 믿을때는 믿어주는 모습이 없다. 


이 모든 일의 근본에는 애초에 인간집단을 하나의 정밀기계처럼 조립해서 고장없이 작동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해진 현대인들의 생활이 있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형식이 상식을 파괴한다. 걸리적 거리기만 하고 이용만 당해서 날렵하게 이익을 쫒는 무리들이 자신들의 사욕을 쫒는데 딱 좋은 환경만 만들어 준다. 결국 포스트모더니즘 운운하는 시대에 거대한 집단을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은 악이 출현하는 이유가 되고 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모여서 바보가 된다. 바보가 아니면 정당에서 공천을 못받고 거수기가 아니면 정치를 못한다. 그 와중에 상식은 어딘가에서 실종된다. 


시대적 현실도 사실 그렇다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민주당 같은 것을 해체해 버리고 그냥 무소속으로 정치하거나 정당을 만들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분명한 몇몇 사람이 모이는 작은 정당을 만드는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의 핵심은 여권이라면 분열하면 야권에 진다는 것이고 야권이라면 분열하면 여권에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지 세상을 다시 보기 바란다. 박원순이 정파 없어도 시장 잘하지 않는가. 야권 최고 지지율을 가진 사람은 안철수이지 않은가.


내가 말한 거대정당구조의 문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커지기 시작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그때문에 노무현과 이명박이 당선된 것이다. 정당 구조에 문제가 없었다면 내각제가 아니라고 해도 각 정당내부에서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기성정당과는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비주류 노무현이나 기업가출신의 이명박같은 사람말이다. 


오늘날에는 이제 나는 선거에 나가겠습니다라고 말도 안하는 사람이 최고유력대선주자중의 하나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정당의 영향력은 계속 떨어지고 다음번 국회의원선거쯤에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공천을 받는게 그다지 큰 매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매여서 할말을 하지 못하는 약점이 점점 크게 느껴지고 거대집단에 속해있는 장점은 점점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도 국회의원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는 일을 할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누가봐도 미친짓인 4대강같은 것에도 우리당이 하는 일이면 입다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빨라지면 이런 현실의 문제는 점점 더 커진다. 


그냥 모든 국회의원이 자유로우면 안될까? 각자가 자신이 가진 상식에 따라 각자의 사안을 판단하면 안될까? 그게 더 상식에 가까운 정치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개인은 집단에 진다고? 꼭 그렇지 않다. 조직이 개인에게 패배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거대한 정당들이 안철수 하나에 쩔쩔매는 것을 보라. 민주당이 박원순을 만들어 낼수는 없었다. 나중에 박원순이 민주당에 합류할수는 있어도 말이다. 뭉쳐서 서로를 바보만들고 서로를 더럽게 만드는 일은 길게보면 결국 정치적 자살이다. 


맺는 말


나는 반드시 거대정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로서도 지금은 잘모르겠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정치라는게 그렇게 까지 당연해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란 결국 여러사람이 모이는 연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연합이란게 요즘은 전과 같지 않다. 조직의 힘으로 버스로 사람실어날라서 촛불집회를 만드는게 아니다. 개인이 집단에 이길수 있다는 이야기는 진짜 개인이 아니라서 그렇다. 자유롭게 있다가도 사안에 따라 금새 집단이 생기고 해체될수 있다. 촛불집회처럼 말이다. 정당구조의 문제는 한계가 나오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정당들이 정당원도 아닌 외부 사람들을 불러서 내부경선을 치룬다는 것자체가 스스로 정당의 한계를 느꼈다는 이야기다. 이제 김대중이나 김영삼같은 보스정치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정치는 정당이라면서 좋은 정당만들기를 일차적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유시민이 그렇다. 그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면이 있다. 유시민과 안철수의 차이는 많지만 한가지 차이는 유시민은 세력을 모으려고 했으나 그가 만들거나 참여한 그 세력이 내부적 질서문제로 자체 붕괴하는 모습을 여러번 봐야 했었다는 것이다. 개혁당이 그랬고 열린우리당이 그랬고 통합진보당이 그랬다. 안철수는 세력을 만들지 않는다. 창당도 하지 않는다. 안철수는 항상 자기 자신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응당해야할 것을 하고 있는가만 생각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안철수에게 부족한 것을 사람들이 채워주지 못해 안달이다. 그리고 안철수는 훨씬 자유롭다. 유시민이 그러하듯 통합진보당안에서 뜻도 안맞는 사람들하고 투닥거리느라고 세월가지 않는다. 


앞으로는 점점 더 그럴것이다. 영혼없는 거수기이지만 빽이 좋다는 이유로 정치인으로 잘나가는 시대는 끝나간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의 상식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 비로소 더 큰 평가를 받는 시대가 왔고 그런 추세는 점점 더할 것이다. 기성의 정치인들도 언제는 안그랬냐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안그랬다. 그렇기에 정치인들 모아놓고 무슨 토론을 하라고 하면 생산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초등학생같은 모습만 보게 되지 않았던가. 그저 글몇줄 들어서 떠벌이는것과 긴 세월동안 실천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내부를 만든 사람은 차이가 난다. 전에는 사장딸이라는 이유로 무대에 나가서 유명가수가 될수 있었던 시대라면 이제는 스스로 스타성이 없는 사람이 무대에 나가서 버틸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을 타고 수없는 검증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면이 벗겨지고 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분간 극단적으로 정당이 없어지기는 하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당이라는 구조가 주는 영향력이 쇠퇴하는 시대다. 세상이 둘로 나눠져서 싸우는 시대가 아니라 각자의 상식과 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견해를 말하는 제자백가의 시대다. 물론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국민의 마음에 달려있는 문제이기에 어떤 것도 확언할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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