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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선참가 발표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2. 9. 20.

이번 대선은 안철수가 드디어 대선참가 선언을 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문재인, 박근혜 그리고 안철수의 3파전이 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그 중계를 보고 느낌 소감을 몇자 적어 봅니다. 


말이 통하는 대통령


저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두가지 큰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오늘날 민주주의는 한국이 번영하기위한 절대조건이지 무슨 사치품이 아닌데 박근혜가 대표하고 것, 보여주고 있는 행동을 보면 민주주의의 몰락만을 가져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는 반민주적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를 옹호하고 부활시키려는 생각만을 해서 심지어 사법살인으로 결론난 인혁당 사건과 같은 일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으로 과거를 옹호하고 보는 태도를 보입니다. 타협과 질서를 가져올수 있는 사람, 그런 정당이 아닙니다. 


두번째로 그게 아니더라도 박근혜는 한마디로 의사소통능력이 없던지 아무 자기철학이 없던지 둘다 없던지 그렇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첩공주라는 별명도 있지요. 안철수 대선참가 발표를 보면서 그에 대한 이런 저런 말은 나올수 있지만 김대중과 노무현 이래 다시 한번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 대통령후보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이러한 평가는 문재인에게도 통합니다만 결코 박근혜에게는 허락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이 뭐가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고민따위는 애초에 없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이미 소통능력이 없는 대통령, 동문서답 대통령이 있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패가 만연한 가운데 우리는 가장 도덕적인 정권이다 같은 말을 하거나 가뭄속에서 4대강으로 홍수를 막았다는 말을 할때 우리는 참 답답하지요. 그런 세월을 또 보낸다는 것은 참 괴로운 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임기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 연임으로 개헌하자고 하니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하던 박근혜가 최근에는 연임제가 자신의 오랜소신이라고 했다던가요? 그렇죠. 참 괴로운 나날인 것입니다. 


어느새 사상검증의 잣대가 되버린 노무현


이건 안철수 문제는 아닙니다만 한국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에 간단히 언급합니다. 안철수 대선참가 발표회에서는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안철수에게 노무현 정부의 공과 과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이 들어 온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한정권만 묻는다면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과를 묻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다음 대통령이 이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만 떼어서 공과를 묻는 모습에서는 저는 무슨 종교재판이나 빨갱이 재판같은 것을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십자가를 바닥에 놓고 발로 밟아봐라고 한다거나 너는 빨갱이지 하고 다그치는 모습이랄까요. 


물론 노무현뿐만 아니라 전정부들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질문이지만 노무현정부에만 집착하는 그 모습에서 어느새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공산주의처럼 무슨 사상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안철수에게 묻는 것입니다. 너 노빠지. 아니면 노무현을 부정해봐!


노무현을 찬성할수도 반대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흑백으로 찬반으로 갈리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노무현에 대한 집착이 참 지독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에 대해 진정으로 집착하는 것은 그를 탄핵했던 새누리당과 구민주당사람이란 느낌입니다. 그들은 이미 죽고 없는 노무현에 지독히 집착합니다. 그리고 그 집착은 대한민국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노무현도 따지고 보면 그저 한명의 정치가였을 뿐입니다. 극단적 개혁을 추진한 사람도 아닙니다. 박정희처럼 어떤 통치 스타일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개혁에 반대한다고 감옥가거나 죽거나 재산이 몰수당한 사람은 없습니다. 실상은 매번 탄핵이며 관습헌법이라는 헛소리 같은 것에 당하기만하다가 죽은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이미 죽은 사람을 무슨 원수보듯 하는 모습이 때로는 희극적이고 때로는 매우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선한 대통령인가 새로운 대통령인가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어쩌면 핵심적이랄수도 있는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것은 문재인인가 안철수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저는 두 후보가 둘다 매우 훌룡한 분이라는 점은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둘을 차이나게 만드는 기본적인 입지의 차이는 있습니다. 바로 문재인은 민주당후보라는 점 즉 민주당에 들어가서 민주당과 함게 정권교체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문재인은 야권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계획위에 있습니다. 


여당을 지지하는 분이 아니라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해만 보일 것입니다. 이 당연해 보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잘 따져보면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 계획의 바탕에 있는 기본적 인식은 


사회악의 원인은 새누리당이며 그 새누리당을 몰아냄으로써 정의를 이룩한다


라는 것입니다. 


안철수는 말합니다.


한국의 문제는 국민통합이 안되는 것에 있고 이것이 악의 근원이다. 


이제 둘로 쪼개져서 해결할수 있는 문제는 없다는 겁니다. 그럼 그 국민통합은 어떻게 이루는가. 바로 정치개혁이 그답인데 그 답의 핵심은 사실상 새누리당-민주당 정치구도의 몰락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 구도가 국민을 절반으로 갈라 양쪽을 보호하는 구도가 아니라 정작 국민을 절반으로 분열시키는 구도라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서로를 악으로 규정하고 서로를 부정하면서 저쪽이 없으면 정의가 이룩될거라는 식의 구도를 만들어 온것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때문에 김대중 정권말기에 부패문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 전의 정권과는 비교할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사람들은 흑백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자들도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던것입니다. 모든 악의 근원이 한나라당이었다면 정권교체되면 천국이 와야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면 김대중도 노무현도 한나라당과 다를바가 없다라는 식의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많습니다. 


야권통합이란 거룩한 업적인것으로 보이지만 눈을 크게 뜨면 동시에 국민분열입니다. 안철수가 대선참가 발표회에서 지적한 것은 이것입니다. 설사 그렇게 해서 이긴다고 해도 60% 지지로 40% 국민을 억압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일까요? 


민주당없이 선거를 이길수는 없고 민주당없이 좋은 세상 안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물론 무당파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물론 야권대통합없이 정권교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우리는 다른 질문을 던질수는 있습니다. 과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화합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또한 화합이 가능하다고 한들 그렇게 그들이 화합하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일거라고 믿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왠지 좋은 세상, 합리적 세상이 오는게 아니라 통째로 썩는 세상이 올것같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들이 박터지게 싸우고 서로 감시하고 트집잡고 하는 세상이 그나마 제일 좋은 세상일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싸우기만 하고 서로 발목만 잡다보면 한국은 비합리적으로 살게 되고 그렇다고 화합하면 통째로 썩을 것같다면 그길 어디에 살기 좋은 한국이 있습니까. 문재인의 인품이나 능력에 저는 믿음을 가집니다만 중요한 것은 그가 서있는 자리입니다. 


안철수에 대한 질의 문답에서 제가 한가지 느꼈던 것은 문재인과 안철수를 차이나게 만드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닐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현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배금주의로 오해하게 만드는 일을 저질러서 실용주의가 안좋은 이미지가 많지만 말입니다.)


안철수는 새누리당이라던가 복지라던가 재벌이라던가 하는 것에 대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걸 좋게 평가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재벌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그는 종종 말해 왔습니다. 


다만 그는 눈앞에 있는 당면과제에 집중해서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발전과 복지같은 문제를 복지가 먼저다라고 하는게 아니라 복지가 발전에 필요하고 발전이 복지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선순환을 만들자고 말합니다. 그런 선순환을 위해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좀 추상적이지만 실은 이런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가는 이미 있습니다. 그게 바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발에 반대한다던가 하는 식의 양자택일로 말하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작은 것들을 챙겨서 엄청나게 큰 돈을 아낍니다. 이미 개발되어 어쩔수 없는 것은 활용할 방법을 찾습니다. 복지에 무조건 돈을 쓰지 않습니다. 서울시 재정을 건전화하는데 노력합니다. 결국 안철수는 박원순을 먼저 서울시장만듬으로써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미리 보여준 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대선은 아직 시작도 안되었습니다. 안철수가 나는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룰수 있다에 대해 국민들에게 확신을 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문재인과 안철수가 서있는 지점이 한국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이렇게 다르게 만듭니다. 문재인은 분명 선한 사람입니다. 훌룡한 사람입니다. 다만 문재인이 서있는 지점이 과연 그가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를 이룩할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가 과연 김대중과 노무현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수 있을까요? 그의 어떤 점이, 그가 서있는 위치의 어떤 점이 김대중과 노무현과 다릅니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합니다만 노무현 정권의 끝이 이명박정권이 된것은 가슴아픕니다. 과연 문재인정권의 끝은 다르다고 믿을 근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민주당을 여당으로 만들어 5년을 보내면 어떤게 개혁될까요. 


사실 지금으로서는 안철수는 막연합니다. 얼마나 바람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조직이 없는 안철수는 나를 뽑아주세요라고 부탁하기보다는 나는 문제가 국민통합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룰 고리를 찾던지 말던지 국민이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같습니다. 즉 통합의 고리로서, 새누리당-민주당 구도를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기성정치계를 물갈이할 흐름을 만들 사람으로서 안철수가 서있다는 것입니다.


 선택은 당연히 국민의 몫입니다. 누군가는 박근혜를 선택할 것이고 누군가는 문재인을 누군가는 안철수를 선택하겠지요. 분명한 것은 미래는 안철수의 길인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것은 과연 한국이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 각오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공화국이 좋다고 천년전에 공화정을 실시했다면 좋은 세상 안오겠지요. 국민의 선택과 수준에 따라 왕정이 공화정보다 올바른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답은 국민들이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아직은 안철수가 얼마나 뭘 해낼수 있을지 확실치 않으니 두고봐야겠지요. 그러나 국민통합이라는 과제와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철수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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